1. 명랑한 수영

기회가 이런 모습으로 오다.

by 노래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가? 아마 대부분은 그럴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준비하지 않아도, 꿈꾸지 않아도, 열망하지 않아도, 그리고, 사람들의 무관심에 얼결에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게 그런 기회가 왔다.


아들이 방학 특강으로 수영을 배우고 싶다 해서 수영등록했다. 1주일 만에 힘들어서 못하겠다나? 웬 포기가 그리 빠른지, 나는 못내 아쉬웠다. 아들 마음은 멋있는 수영선수처럼 수영하고 싶었으나 물에조차 띄지 못하는 현실에 답답했고. 더 힘든 건 끝없이 먹는 물 때문에 배가 불룩하고 속이 울렁거려 메스꺼워 도저히 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 공감이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좀 더 참고 해 보지 라는 생각을 속으로 삼켰다. 환불하기도 뭐 하고, 대신 배우겠다며 나서주는 가족도 없어서 난감했다. 직장생활과 주부의 역할만 해도 벅찬데,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해서 새로운 걸 배운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 망설여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찌하랴. 할 사람이 없으니 얼결에 내가 할 수밖에 없었다.

기회가 이런 모습으로 내게 왔다. 아들의 포기가 내게 기회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지금은 포기한 아들이지만 엄마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들도 포기한 것들을 다시 해보는 날들이 올 거라 생각하며 준비했다.


계획에 없든 수영이라 수영복부터 구입해야 했다.

브랜드 별로 다양한 수영복을 구경했다. 화려한 것 단순한 것 팔 있는 것 다리 있는 것. 모양도 형태도 다양했다. 공통된 한기지는 S 사이즈는 찾는 사람 적어 할인율이 높았다. 집았다 놨다를 반복하는 중, 물에 들어가면 쭉쭉 늘어나니 좀 적어도 된다는 사장님 말씀과, 이참에 살도 좀 빼자는 마음에 용감히 집어 들었다. 짙은 보라에 깔끔하고 단순한 팔 있는 걸로 선택했다. 집에서 열심히 수영복을 당겨고 늘여놓아야만 하는 의무감이 생겼다.


수영 첫날이다.

수영복을 물에 적셔 늘이고 당겼다. 몸을 최대한 웅크려 수영복 안에 내 몸을 구겨 넣으며 낑낑대며 용을 썼다. 옆에 분이 웃으며 "거품 거품"한다."예?" "수영복에 거품내서 입으면 쏙 들어가요." 한다. 역시나 거품이 나를 수영복 속으로 쏙 밀어 넣어주었다. 힘겨운 사투와 고수의 지혜 덕분으로 수영복이 드디어 들어갔다. 순간 내가 정말 S사이즈가 된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수영장 계단을 올랐다. 쿵쿵 소리가 나지 않도록 최대한 배에 힘을 주고서 나름 조신하게 계단을 올랐다. 순간 맘속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수영 잘하기와 S라인 만들기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S라인들이 많지 않다. 왜 그렇지? 잠시 스쳐가는 생각을 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