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랑한 수영이 되기까지는!

힘 빼요 힘

by 노래

물도 낯설고 사람도 낯설고 수영복 입은 내 모습도 낯설다. 모든 것이 낯서니 긴장감이 올라온다. 어느 레인에서 수업해야 하는지 두리번 살피는 중에, 손을 앞으로 쭉 뻗으며 재빠르게 발차기를 하는 이모님이 보인다. 발차기가 경쾌하면서도 힘이 있고 앞으로도 잘 나가는 것 보니 왠지 모르게 고수의 자태가 느껴진다. 멋있어서 부러운 마음이 든다. 나도 저리 될 날이 오기를 잠시 꿈꿔본다. 지금은 저 레인과 인연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어디로 가야 하나?

발차기를 조금 하다가 쉬고, 손동작을 둥글게 돌려 멈춰 서기도 하고, 헉헉 거리며 숨을 가쁘게 몰아 쉬는 그룹이 보였다. 내가 가야 할 곳임을 한눈에 딱 알아봤다.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수영 배우러 왔는데 여기에서 하면 되나요?"

"네, 맞아요. 여기가 신규레인입니다." 옆으로 쏠려 비스듬히 삐뚤게 쓴 모자와 헉헉 숨을 몰아쉬는 모양새가 한눈에 봐도 신규티가 줄줄 흐르는 아저씨가 친절히 알려주었다. 감사의 눈인사를 하고 첨벙 물에 들어갔다.

그리고 물에 얼굴을 넣어봤다.

숨이, 흑, 숨이 안 쉬어진다.

5초를 세며 물에 견뎌봤는데 이것도 안 된다.

킥판을 손으로 누르며 발을 차 봤는데 앞으로 가는 것은 고사하고 발차기도 몇 번 하니 숨이 차서 더 이상 할 수가 없다.

어머나! 이럴 수가


어렸을 적 동네 근처에 산에 둘러 쌓인 개울가가 있었다. 에어컨이 흔하지 않은 시절이라 너무 더울 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개울가에서 헤엄을 쳤다. 물은 무척 맑았다. 이끼 사이로 물이 흔들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고. 작은 송사리가 돌멩이 사이로 숨었다 나왔다 하며 숨바꼭질하는 모습과, 떼를 지었다 흩었다 하는 움직임이 훤히 다 보일만큼 투명하고 맑았다. 작은 돌멩이를 밟으며 조금 더 들어가면 크고 넓은 둥그런 웅덩이에 맑은 물이 흘렀다. 아주 훌륭한 스파 시설이었고, 헤엄치기에도 아주 적합했다. 우린 그곳에서 여름의 무더위를 식히며 수영을 즐겼다. 딱히 배웠다기보다 언니 오빠가 보여준 모습을 따라 하니 그냥 헤엄이 되었고 앞으로도 쭉쭉 나갔다. 출발했을 때 나무와 도착했을 때 나무는 반드시 달랐다. 그런 경력이 있기에 가족들이 아무도 수영하려 하지 않았을 때 내가 아들 대신 하기로 마음먹을 수 있는 조용한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지나서일까? 아무리 발을 차도 헛발질이 많아 제자리에 허둥된다. 물에서 숨도 못 참는다.

선생님 등장하시며, "신규분, 수영과 개울가 헤엄 달라요. 수영 배웁시다. 기초부터 하나하나 차근히 배우셔야 합니다." 하시며 호흡법 가르쳐 주신다.

음~~~ 파! 음할 때는 코로 내뿜고 파 할 때 숨 들어마시라고 한다. 음~~ 파 하며 들어갔다 나왔다를 지겹도록 한다. 음파가 아니라 엄~~ 마야 기분이다.

발차기 동작도 허벅지로 누르며 발등으로 물을 눌러라는데 쉽지 않다. 킥판 들고 반복한다. 정말 지겹고 고되다. 무슨 말하는지 이해는 되나 내 몸이 따르질 못한다. 아들이 이런 힘든 경험을 했구나. 기초를 배우는 과정이 쉽지 않고 가장 힘들고 고된데 멋있게 수영하는 결과만 앞서다 보니 과정의 고충을 견뎌낼 힘이 부족했겠구나. 아들 마음이 이해도 되고 힘들어했던 상황이 느껴지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수영을 배우는 과정이 우리 인생살이와 많이 흡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선생님은 첫 수업부터 "힘 빼요 힘. 수영은 힘 빼는 것 되면 다른 것 쉬워요 힘 빼는데 시간 많이 걸려요. 물이 무서워 힘 못 빼는데 우리 키보다 적은 수심 150m인데 죽을 일 없어요. 겁내지 마세요. 힘을 빼면 물결을 따라 자연스럽게 속도를 냅니다. 리듬을 타며 명랑하고 가볍게 수영합니다. 그때까지 힘 빼는 연습 해야 합니다. 초보는 많이 연습할수록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수영의 핵심은 힘 빼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살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왜 그리 힘주고 살까? 두려우니 그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본능적으로 긴장하게 되고 그로 인해 힘주고 사는 게 아닐까? 그럼 그 두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똑같은 걸 수업이 반복 반복하는 것이다. 두려워지지 않을 때까지 하는 것이다.

나는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어쩜 내가 두려워했던 숨겨놓은 두려움을 꺼내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수영을 배우면서 인생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