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랑한 수영

각각의 새벽

by 노래

수영한 지 100일 지났다. 잠순이인 내가 새벽 5시에 일어나, 무언가를 하러 간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학창 시절 시험기간이어도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해 본 적이 없고, 꾸준히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말인데, 새벽의 느낌을 잘 모르고 살아온 것 같다.


진짜 새벽형 인간을 나는 안다.

우리 친정아버지는 진정한 새벽형 인간이셨다. 밤에 계획하시고 새벽엔 늘 실행한 분이셨다. 새벽 일찍 일어나 농사철에는 농사를 지으셨고, 아닐 때는 공사장에 일하러 가셨다. 또 그것마저 없으실 때는 새끼줄과 가마니를 짜셨다. 그래서인지 새벽에 일어나실 때마다 "아야아야 " 신음소리를 내셨고, 일어나 걸으실 때는 절뚝절뚝하셨다. 한참 후에야 바른 자세로 걸으실 수 있었다. 그렇게 아프고 힘든 몸으로 새벽을 깨우셨다.

그랬기에 노년에는 시골 동네에서 원하는 만큼의 소박한 성공을 이루셨다. 너무 가난해서 초등교육조차 받지 못하셨지만, 자식들은 꼭 공부시키고자 하셔서, 자식 셋 대학 보내셨고, 노년엔 두 부부가 여행 다니시며, 돈을 자유롭게 쓰시기도 했다. 또한, 본인들의 병원비는 본인들이 책임지셨고, 자식들에게 물려줄 유산도 있었다. 힘닺는데까지 노년에도 작은 일거리로 매일 새벽에 일하셨다.

우리 아버지의 새벽은 이런 모습이었다.


아버지의 고된 새벽 덕분에 나는 굳이 새벽에 일어나지 않아도 잘 살아갈 수 있었다.

공부를 한다고 새벽에 일어나지 않아도 큰 지장 없이 살아갈 수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 악착같이 새벽에 일어날 필요가 없었다.

아버지의 피땀 흘린 새벽 덕분에 나는 새벽을 몰랐다. 좋다고 해야 할까? 아니라고 해야 할까?


지금 자세히 생각해 보니 인생은 각자 살아내야 할 몫이 있는 것 같다.가난을 벗어나 자식들에게 유산을 주실 정도로 최선을 다한 아버지의 새벽은 위대한 삶이셨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넘어, 습관을 넘어, 일의 즐거움과 성취의 희열을 느끼는 삶이셨다.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그가 93세의 나이로 암 병동에서 돌아가실 때쯤 소원이 무엇이냐 여쭤봤다. "너희 엄마 혼자 고생하는데 새벽에 일찍 일어나 논에 물길 트러 가야 한다. 그리고 늘 해왔든 일을 하고, 그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 힘도 들었지만 너무 좋았다. 들에 가고 싶다."라고 하셨다. 이쯤이면 가난한 농부는 일을 통해 최고의 성취와 기쁨을 누렸다고 생각한다. 그의 삶을 충분히 감담했기에 그의 새벽은 위대했고 빛났다 .


아버지 덕분에 새벽을 모르고 살 만큼 육체적으론 풍족했다. 그리고, 아버지 덕분에 정신적인 새벽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자라왔다.


이제 나의 새벽을 만나는 순간에 왔다.

내속엔 아버지의 DNA가 흐르고 있다. 그래서 나에게 주어진 삶을 성취해가며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충분히 내 삶을 감당해 낼것이다. 틀림없다. 난 우리 아버지 딸이니깐.


새벽을 매일 만나면 묘하게 경건하면서도 기대감이 든다.

어둠이 희미해지고 , 곧 동이 트려 하는 그 순간!

지저귀는 새소리가 좋은 기운의 노래를 들려준다.

스쳐가는 바람도 행운을 어떻게 잡는지 방법을 알려준다.


매일 새벽을 만나면서 조금씩 이 감동을 꺼내고 있다.

달콤한 꿈나라 여행 중인 사람들 몰래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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