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것들

우리자신 뿐만이 아니다

by 칼미아

준비의 끝자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묵묵히 이어나가는 것뿐이다. 원래 수능 한 달 전은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야 정상이라는 인강 강사가 있었다. 흠.... 심적으로는 이미 도달한 것 같으니 반쯤 성공한 건가? 하지만 절대 내 고3의 마지막을 우울과 슬픔과 힘듦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다. 즐기면서 하는 건 불가능해 보이지만 너무 무리하지 않는 건 할 수 있다. 자기 합리화와 페이스 조절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잘해보는 걸 시도해보고 싶다. 다 끝내고 싶다는 생각과 끝나면 새로운 시작이 다가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상반된다. 그러고 보니 설렘과 기대가 빠졌다. 어디로 도망갔는지 모르겠다. 원래 2달 전만 해도 있었던 녀석들인데.... 도망갔다. 생각해보니 고1부터 지금까지 마셨던 커피량만 생각해도 토할 것 같다. 고1 때 내 기숙사 냉장고는 커피로 가득했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나만의 수액인 것 같았다. 잠이 많은 나에게 주는 수액. 그러면서 한참 공정무역에 빠져있었을 때, 내가 커피를 너무 많이 소비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고는 했었던 때가 있었지.

친구들은 하나둘씩 미쳐가고 있다. 스스로 자신들이 미쳐간다고 말하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확실히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어쩌면 당연하다. 지금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는 고3이 몇 명이나 될까. 미친 듯이 공부하는 친구들도 다른 친구들도 다 어떤 식으로든 미쳐있다. 내 꿈에는 더 이상 수능이 나오지 않는다. 드디어 벗어난 듯싶은데 이게 다행인가 싶다. 꿈은 내 심리상태를 투영하는 거울이다. 내가 긴장이 너무 풀려있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시 긴장감을 갖추고 달려 나갈 시점이다. 놓친 부분들에 대한 후회는 뒤로 하고 경주마처럼 앞만 볼 시기다. 적어도 지금은 그래야만 한다. 1,2,3 등급 아니면 이때까지 열심히 한 것 아니라는 세상은 그 아래의 등급들에게 슬럼프니 뭐니의 자격은 없으니 그냥 공부만 하면 되는 속 편한 사람들이라고 치부해버린다. 등급 떨어질까 조마조마하는 1,2, 등급 애들과는 심리상태가 다르다고 말하면서.


그런가....ㅎㅎㅎ 도대체 누구의 기준인가. 그 사람들이 우리의 삶을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고 우리를 다 아는 것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말해버리면 사람들은 그 말들을 믿고 이는 기정 사실화가 되어버린다. 멘탈 관리가 중요한 시점, 정작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말과 우리에게 필요한 말을 구분해서 듣는 것이다. 정작 우리는 경쟁자들의 말보다 이런 세상의 인식으로부터 우리의 멘털을 지켜야 하는 것일 수 있다. 세상 모든 고3들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내며 나는 다시 인강을 들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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