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성을 사랑하는 법

도저히 알 수가 없다

by 칼미아

TED 강의에서 취약성의 힘에 대한 강의를 듣고 나서, 나는 취약성을 사랑해야 한다고 느끼면서도 그게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강연자는 우리가 취약성을 포함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느끼지 못하게 조치를 취한다면, 반대로 긍정적인 감정들까지 같이 없애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의 단점을 사랑하는 것, 내가 못하고 욕먹는 것에 대해 계속 고뇌하고 그걸 사랑하려고 하고,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성장시키기 위함이겠노라 생각하는 것은 말은 좋지만 쉽지 않다. 나는 수능 준비를 한다고 문학, 시, 고전시가 부분을 공부할 때는 재밌게 공부하고 내 강점인 걸 깨달았다. 하지만 독서 파트가 나오자 지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내가 그냥 읽고 싶어서 책을 읽는 것이랑 문제를 풀기 위해 읽어야 하는 것은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그럼 수능에서의 내 단점은 기술적인 부분을 익히는 것과 인내심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이런 교육은 나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해봤자, 나는 이번 연도에 수능을 친다. 변화가 있더라도 10년은 족히 걸릴 것이고, 내 말들은 변명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취약성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지문만 보면 짜증이 팍 일어나는, 내가 직접 정의 내린다면 지문에 대한 인내심이 부족한 걸 참을 수 있을까. 그냥 빨리 답을 찾고 싶어서 달리기를 하듯 공부를 해오던 내게 천천히 꼼꼼하게는 좀 힘들게 느껴진다. 이제까지 강점을 더 발달시키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내 취약함을 사랑하라는 말은 새로운 맥락인 것 같다. 내 약점은 비문학이 아니다. 내 약점은 '비문학에 대한 나의 능력'이다. 내 취약성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정복을 해야 한다는 게 내 첫 번째 생각이다. 내 것으로 만드는 나만의 비결을 터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취약성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극복해낸 결과물만 사랑하는 꼴이 아닌가.


어렵다. 강연자가 정복이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후, 패닉이 온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럼 못하는 나 자신을 일단 사랑하고, 못해서 좋은 점을 찾아야 하나? 내가 이 부분이 취약해서 좋은 점을 찾아야 하나? 왠지 합리화 같다. 내가 비문학 지문을 잘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를 잘 못 풀기 때문에 배워나가는 재미가 잘하는 사람들보다 더 클 것이다라고 생각을 해야 하나 싶다. 약간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맥락처럼 느껴진다. 아니면 이런 정형화된 테크닉에 익숙하지 않아서 자유로운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할까. 이렇게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건 나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사회는 이미 내가 이걸 극복해야만 성공하게 이루어져 있다. 내가 등급을 내기 위해서는 내 걸로 만들어 정복을 해야만 하는 걸. 정복이 아니라 그 자체를 사랑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빨리 돌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가 취약점이 있으면 이겨내려고 죽어라 노력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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