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나만 또 가능하지 않겠지...

by 칼미아

중학교 3학년 때, 첫 남자 친구를 만났었다. 문자를 주고받다가 정이 들어서 사귀기로 했고 몇 번 만나다가 나는 먼 고등학교로 가게 되었다. 장거리 연애는 좋지 않은 선택지였다. 결국 우리는 서로의 사정으로 인해 헤어지게 되었고, 2년 동안 연락 한 번 하지 않게 되었다. 그간 나는 나름 마음 정리를 했고 다시는 만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헤어지자고 한 것도 있고, 계속 연락하면 내가 걔의 미래 연애 가능성에 방해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야 겨우 솔로 탈출한 정도였지만 쟤는 내가 처음이 아니니까. 그렇게 서로를 잊어 갈 때쯤, 며칠 전에 걔한테서 연락이 왔다. 서로 안부를 묻고 엄청 길게 톡을 했다. 할 말이 정말 많았다. 고독한 시기에 찐친을 만난 기분이었다. 친구 중에서 대화를 이렇게까지 길게 한 건 두 번째다. 그것도 나는 남자애랑 진지한 대화를 제대로 한 건 그 애뿐이다. 남사친이랑 새벽까지 톡을 하다가 계속 미련이 쌓였다. 자주 연락하고 지내기로 했지만 전 남자 친구와 친구로 지낸다는 건 참... 어려운 것 같다. 뭔가 벌써부터 묘하게 이상하다.


우리는 각자 인생의 과도기 중 하나를 겪고 다시 연락을 했다. 얼마나 변했는지 알고 싶지 않지만 이제는 그냥 서로 잘되기를 빌어주는 좋은 친구다. 어떤 산을 넘고 항상 만나는 것만 같다. 또 다른 산이 각자 나타난다면 또 떨어져서 바라보고 나중에 다시 만나 안부를 묻는 그런 친구. 솔직히 친구로만 지내고 싶지 않다. 미련이 남는다. 수능은 이제 17일 남았고, 대학 가기 전에 만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중3 때의 연애는 내 기준에서 제대로 된 게 아니었다. 나와 성격이 비슷하다는 것만 알게 된 후, 나는 INFJ로써 나와 반대 성격에서 매력을 찾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마냥 싫지 않았었다. 그 애는 성격유형이 바뀌게 되었다. 그래도 나와 비슷하다. 하지만 세상을 MBTI로만 판단하지 말자고 내가 쓴 소설처럼, 세상 모든 것에 명확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최소의 손해와 최대의 이익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있을 뿐이다.


얘는 왜 이 시기에 나타나서 내 마음을 헤집어 놓는 걸까. 차라리 나한테 따지고 싸웠으면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꾸 여지를 흘리는 친구를 바라보자니 이게 더 힘들다. 우울증을 겪고 나서 완치를 향해 나아가는 나에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생겼다는 것은 큰 의미다. 우울증이 심했을 때만 해도 인간관계가 어떻게 되든 강물에 휩쓸려가는 조각배 마냥 내버려 두고 있었는데. 이제는 점점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선생님과도 부모님과도, 형제와도, 그리고 친구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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