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의 시간 : Regret

얼마 남지 않았어....

by 칼미아

누구나 하는 말, 옳은 말, 할 법한 말. '하루라도 남아있다면 최선을 다 해라.'


근데 계속 노력을 하다 보면 보이는 건 느는 실력이 아닌 개 같은 내 본실력이다. 오답을 계속해서 읽고 또 읽었다. 흐르는 시간만큼 쌓여가는 오답을 보면서 열심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웃을 수 있어서 정면승부가 되고 있다고 믿었다. 9일이 남은 지금 시점, 9일 뒤 세상을 멸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부터 계속 '난 괜찮아.'라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엄마는 그때도 지금도, 내가 힘들다는 말만 입에 달고 산다고 말한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할 수 있는 게 내 장점인 줄 알았는데 특기도 장점도 아니었던가 보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더라도 인간인지라 후회는 남겠지만, 끝까지 붙들고 있으면 그게 덜 할까 싶어 이미 꺼져가고 있는 듯한 불씨를 키워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9일 밖에 안 남았으니 힘내자.'라는 말과 '9일 밖에 안 남아도 죽을 듯이 해서 역전을 이루어보자'는 엄연히 다른 말로 들린다.


우리는 그간 보내온 12년을 아까워하지 않고, 지금 남은 9일을 수능이 끝나고 나서야 후회하겠지, 아니면 남은 일주일을 다시 떠올릴 것이다. 우리의 입시의 시작의 첫 단추와 그 긴 시간은 까마득히 잊고서 말이다. 일주일, 어제, 쉬는 시간, 이렇게 후회는 근방에서 머물 것이다. 왜냐면 예를 들어 아무리 8년 정도를 열심히 살아도, 판도가 뒤집히는 건 1년 정도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는 열심히 살았던 8년을 후회하겠지.

'1년도 못 이기는 8년이었던가 하고.' 그간의 선택들을 후회하고 나중에 긍정 회로를 돌려봐도 제자리인 나에게 나 자신은 손을 뻗어주지 못한다. 근데 나보다 더 어린 친구들도 이미, 성인이 된다고 그런 문제들이 해결되는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후회'라는 감정도 분명 존재하는 이유가 있겠지.


내가 좀 이기적인 것 같다. 자꾸 뭔가를 바라게만 된다. 좀 내놓으라고 외치고 있다. 그런 마인드가 옳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마치 사지는 않지만 조그만 샘플이라도 얻고 싶어 하는 마음처럼, 떡에 떨어진 콩고물이라도 받아먹고 싶은 심정처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음이 울어서 나온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