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지금이니.....
왜 하필 수능 전에 나타나서 내 맘을 뒤집어놓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사친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매일 만나려고 했다. 물론 나도 좋아서 응했지만 그 뒤로 공부가 안된다. 수능 전에 남자는 해롭다. 수능 끝나고 같이 놀려고 했는데 그전에 자연스럽게 내 손을 왜 잡는 걸까. 물론 나도 장난을 친다고 서로 신체적 접촉이 있긴 있었다. 근데 수능 끝나고 해도 됐잖아. 나도 걔도 참 어리석은 것 같다. 친구랑 힘든 점을 말하고 일상 얘기를 하니까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 좋지만 뭔가 그걸 지금 한다는 건 내 양심에 어긋난다. 자꾸만 얘 머릿속에 뭐가 있는지 유추하게 된다. 중3 때 만나고 헤어졌을 때 그건 연애가 아니고 그저 애들 장난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아직도 만나면 그때가 생각나서 그때와 다른 이 상황이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6일도 안 남은 수능,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기로 하고 공부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근데 이미 흐름이 끊겼다. 망했다. 어쩌지, 왜 네가 없었던 내 삶만 있었던 때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일까. 찐 친이라고 생각하며 힘들면 계속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이 시기에 연락을 한 너를 원망할 수밖에 없는 속 좁은 나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믿고 싶어. 그리고 지루하기만 했던 수험생활에 잠시나마 위안이 되어준 친구로서 경의를 표해. 하지만 사람의 내면을 파헤쳐야 속이 편한 나는 계속 너의 마음을 캐내려고 무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돼. 전 남자 친구와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걸 그럴 수 있다고 알게 해 준 아이는 지금 점점 불가하다고 결론을 바꾸고 있는 것 같다. 미아 로드리게즈의 Beautiful & Bittersweet이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방해를 잘한다는 그 애는 지금껏 잘 해온 것 같다. 나만 또 걸려든 느낌이다.
한동안 마음을 털어놓을 찐친이 없어서 사람이 그리웠는지 내 경계심과 장벽은 낮을 대로 낮아있었다. 귀찮고 신경 쓰이는 거 제일 싫어하는 나인데, 인간관계는 서투르기도 하고 이기적이기도 한 나에게 계속 다가오는 그 애가 걱정되면서 화가 난다. 이 시기에 방해를 하러 나타났다면 나 또한 혼자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계속 내가 생각나서 공부가 안 됐으면 좋겠다. 아니면 일주일이라도 내가 완전 걔를 싹 잊어버릴 것이다. 친구라면서 애매하게 구는 너란 애는 참 사람 속을 긁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