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긴장감을 조성하려는 나에게
수능이 끝났다. 최저 3합 10을 맞추고 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동안 힘들었던 것들과 있었던 일들에 대한 상처가 사라지진 않았지만 이에 대한 보답이라도 받듯이, 하고 싶은 것들(알바 구하기, 토익, 공모전, 책 읽기, 뜨개질, 연애 등등)을 시작하기 시작했고, 남사친의 고백을 받아들여 연인도 생겼다. 이제는 슬슬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줄일 때가 되었다. 이제 약에 의지하지 않고 내 멘탈을 단단히 하려고 한다. 수능이 끝나서 홀가분 하지만, 나는 아직 성인이 될 준비가 안 된다. 내년 2월에, 나는 성인이 된다. 알바 구직 포털 사이트에 수능 끝난 고등학생으로 이력서를 서툴게 넣어두었다. 돈도 맘껏 쓰기 위해 전에 20만 원을 모아두었고 그중 5만 원은 이미 써버렸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때까지의 통장을 해제하고 새로운 통장을 만들어서 대학생활 내내 저축을 할 것이다. 이 시간이 꿈같지만 행복하고 나면 항상 우울했기에 내 긴장감이 가시질 않는다. 남자 친구랑 영화를 볼 때도, 누워서 잠시 쉴 때도,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일들에 대한 내 감정들을 앞서 걱정하고 있다. 나는 정면으로 승부했다고 생각한다. 수능 날에는 다행히 떨리지 않았다. 실수 없이 최선을 다해서 만족스럽게 쳤고, 점수는 만족하지 않았지만 최저를 맞췄다. 대학 합격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아 내 애간장을 여전히 태우지만, 이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슬슬 독립할 준비를 하기 위해 집안일을 도맡아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이 그 첫날이다.
미래에 대한 설렘과 기대 뒤에는 불안감과 조바심이 드리워져 있다. 같이 있기에 조화롭고 아름다운 거겠지. 분명 이것 또한 이유가 있겠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해야 할 것들을 하면서 대학생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다 보면 3달은 너무 빨리 가버릴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순간순간 즐기려고 한다.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현재를 놓친다면 나중에 그 미래는 현재가 될 텐데 나는 행복한 순간이 없을 것이다. 이제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발돋움 삼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행복하게 준비를 할 것이다. 맨날 꾸던 악몽도 드디어 끝이 났다. 영원한 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긴장하면서 마음 졸이며 살지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