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질 수 있어

새로운 마음가짐을 소중히 간직하며

by 칼미아

엄마는 내가 천상 작가가 될 운명이라고 국립대 문예창작과 합격을 축하해 주셨다. 그리고 그날, 엄마는 공무원 시험에 최종합격을 했다. 주경야독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우리 엄마는 뭔가 다르다. 엄마가 생각보다 빨리 꿈을 이뤄서 너무 기쁘다. 나도 이제는 내 결과에 만족한다. 엄마는 내가 나중에 꼭 전과나 편입을 하길 바라지만 내가 문창과가 너무 좋아 4년 내내 있다가 나중에 취업 못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뤄줄 수 있는 학과, 그리고 내가 잘 살기 위해 필요한 학과 이 둘 사이에서 무던히도 고민했었다. 그리고 입학하기도 전에 "너 문창과 나와서 막말로 뭐 해 먹고살래."를 엄마한테 벌써 들어버렸다.

흠.... 아직 입학 안 했는데.... 오빠처럼 머리가 좋아서 전액 장학금을 탈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동생을 책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지만... 미래의 고민은 미래에 보내주기로 하고 오늘은 동생을 위해 핑거니팅으로 가방을 만들어주었다. 5번의 시도 끝에 만두가방을 자이언트 얀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동생은 새로운 핸드백이 마음에 들었는지 애지중지하기 시작했다.


동생이 공부에도 좀 관심을 크게 갖길 바라지만 자기 필요할 때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그냥 할 말을 잃었다. 뭐 나중에 자기가 필요하면 또 열심히 하겠지. 나부터 그냥 열심히 하자. 크리스마스 선물로 오빠한테 받은 통기타를 보면서 예전에 내게 있었던 클래식 기타는 아빠한테 팔았다. 두 개다 오빠한테 선물 받은 것이었다. 오빠는 내가 보기엔 실패하지 않았다. 아빠는 우리가 이미 끝난 인생이라고 말씀하시지만 그건 아빠 마음이고 기대이고 안타까움이니까. 아빠가 나중에는 안도와 행복의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해주고 싶다. 하지만 나중에 우리를 보지 않으려고 하시지는 않겠지. 항상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빠에게는 죄책감뿐이었다. 그 죄책감 때문에 제대로 된 감사도, 사랑도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어떻게 표현하든 아빠는 자식들의 가식으로 받아들일 테니까. 오빠 코가 석자라고 했지만 엄마는 내게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


나도 나중에는 더하면 더할 거라고 내가 오빠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돈 걱정을 하며 형제들 걱정은 뒷전인 게 당연해질 거라고 하셨다. 오빠한테 미안하다. 하지만 오빠처럼 살기는 싫다. 저렇게 찬바람이 부는 사람이 되긴 싫다. 감정도 점점 메말라가고 매일 돈돈돈 하면서.... 하지만 엄마가 말했듯이 그렇게 될까 봐 열심히 공부하라고 했던 건데 우리가 그 말을 안 들어 처먹은 거라고.....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할 순 없다. 하지만 바뀌어 가는 내면이 느껴진다. 책임감과 부모님께 가지는 죄송함과 감사함 그리고 오빠와 동생에 대한 이해,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의지 전부 다 생겼다. 내가 바라는 건.... 아빠가 더 이상 우리들 때문에 슬퍼하지 않고 아빠의 삶을 지금부터라도 찾아나가는 것이다. 내가 문예창작과를 들어가면 주머니가 좀 비어도 내가 원하는 걸 행복하게 최선을 다해 공부할 자신이 있으니까 부모님이 나랑 연락을 끊지 않고 행복한 소식들을 들었으면 좋겠다.


설마 정말로 산으로 들어가셔서 자연인으로 살 생각이신가? 흠...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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