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시간이 부리는 장난

by 칼미아

단기 알바를 구했다. 택배 포장 알바를 하게 되었다. 셔틀버스도 있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함정은, 엄마가 내가 알바를 하는 주에 여행을 간다는 사실. 눕방 하면서 매일 배달음식 시켜 먹고 뭐든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는데 딱 그 주 오전에 일을 하고 와야 한다니 정말 이건... 우연의 일치가 미워지는 사건이다. 원래 일주일을 다 채우지 않아도 되지만 최대한 길게 이어서 해보고 싶었다. 단기 알바 치고도 짧다는 걸 알지만 일주일씩 각기 다른 알바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조금이라도 돈을 스스로 벌어보고 싶다. 어차피 못 피하는 거라면 쉬운 것부터 조금씩 빨리 가까워지는 게 좋다.


밖에서 몸을 굴려본 적 없어서 세상이 힘들다는 걸 모른다고 조롱하던 친구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미안하지만 그러게 조금 더 빨리 공부의 중요성을 깨닫지 그랬어. 나도 별로 이거에 대해서 뭐라고 할 자격은 없다만 너보다는 쉬는 시간에 덜 놀고 공부했었잖아. 자의든, 타의든. 그때 날 말릴게 아니라 같이 했으면 우리는 지금 같이 과외를 하면서 돈을 벌고 있지 않았을까."


나의 목적과 그녀의 목적은 달랐다. 그녀는 일찍 히 대학보다 알바의 길을 택했고, 매번 힘들다고 했다.

나는 그저 조금 앞당겨서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세상에는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들이 더 많으니까.

내가 그 구조에 잡아먹히지 않고 유연하게 구부렸다 피며 즐길 수 있는 노하우를 하루빨리 습득하고 싶었다. 내 친구가 공부할 시간에 알바를 다니는 걸 보고 불안하기도 했다. '나도 다 때려치우고 알바나 하고 싶다. 그러면 이렇게 나 자신이 무능력하게 느껴지지 않을 텐데.' 하지만 이제는 이것이 시간의 문제라는 것을 안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싶은지에 대한 문제.


주변 사람들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내 선택또한 존중 해줘야만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나서, 더 이상 남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내 선택은 놀 수 있는 기간이지만 조금이나마 일을 하고 돌아와서 행복하게 쉬는 것이다. 어차피 쉬다가 일하고 쉬다가 일하고의 반복되는 일상, 딱 정해진 쉬는 시간이나 움직이는 시간은 내가 정하기 나름이고,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남들이 쉴 때가 내 쉬는 시간, 남들이 일할 때가 내가 일하는 시간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다들 하는데 나 혼자 쉬는 건 무례지만, 무조건 남을 보면서 자신을 맞춰가는 게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너무 많은 시간을 그렇게 보내 버렸다. 남은 시간 동안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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