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의 중요성
오빠가 나에게 그냥 기타를 줄 리가 없었다. 기타의 상태는 심각했다. 줄 몇 개가 떨어져 나가고 녹슬어 있기도 했다. 마치 녹슬어버린 내 영어 발음처럼. 긱몬에 재능 팔이를 하기 위해 과거받았던 영어 말하기 상장들을 올리고 영어 회화 강좌를 올렸다. 항상 영어 회화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하고 싶었다. 토플도 토익도 아직 없는 내가 무슨 가르침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영어 말하기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 원동력이었다.
언어를 배우면서 느꼈던 쾌감은 내가 점점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해 주었고 그게 자신감과 직결되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느끼는 건 불안감이다. 외고를 뛰쳐나오고 일반고로 전학 가서 불행 중 다행으로 학교에 원어민 선생님이 계셨다. 선생님과 대화하고 영어 기사 원고를 점검받으면서 회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방학에는 다른 곳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 화상영어를 해달라고 졸랐고, 지금은 아르바이트비 대신 화상 영어를 하고 있다.
다만 횟수가 줄어들었을 뿐이다. 한 달에 여덟 번, 나에게는 짧다. 한때 몇 시간씩 떠들어대던 때와 확연히 달라졌다. 발음도 조금 뭉개지기 시작했고, 단어도 많이 까먹어서 구사하기가 힘들어졌다. 속상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한때 외교관을 꿈꿨던 사람이 맞나 싶었다. 비록 그 꿈은 내 초등학교 때 꿈이었지만 그만큼 해외로 나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그리고 내년에 그 기회가 생긴다. 호주에서 일하려면 지금 이 정도로는 안된다. 녹슬어버린 기타 줄처럼 녹슬어버린 내 실력을 다시 갈고닦는 최상의 방법은 수업시간에 날아오는 피드백을 흡수하는 자세에 달려있다. 오늘부로 나는 수업을 받을 때 날아오는 피드백을 전부 필기했다. 복습의 중요성을 잘 알지만 그게 제일 약점인 나에게는 그 어떤 일에 도전하더라도 변화가 필요하다. 대충 알아듣고 말하는 정도로 그칠 것이었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얻은 것을 지켜가고 싶다면 끝없는 자극과 경쟁이 필요하다. 그럴 때 내 자존감이 낮아질 수도, 회의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난 더 이상 조급함을 가지지 않기로 했다. 그 분야에서 일인자가 아닌 이상 평생 배우고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 그렇다면 오답이 많을수록 재밌게 수정해 나가면 된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으로 살아가자. 예전처럼 잘 못하면 안 맞다고 버리는 사람의 자세를 버리자.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점도 그 시점부터 끝까지 영위해 나가는가 아니면 버리는 가의 차이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