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명이의 다이어리(2)

우울증 극복 에세이

by 칼미아

솔직히 고1때 나는, 아주 아주 해맑았던 것 같다. 물론, 내 기준에서다. 철저하게.

원어민 선생님들이 너무 좋았고, 말하기 대회에서 2등도 했다. 좋은 강의면 알아듣든 말든 그냥 들어도 기분이 좋았다. 내 마인드는 '긍정퀸카'였다. 나보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과 친분 쌓는 것도 기분이 좋았고, 선생님들도 전부 열정적이시다고 느껴졌으며, 처음 해보는 기숙사 생활은 나에겐 '호기심 탐구생활' 이었다. 무엇보다 엄마의 감시가 없는 FREEDOM이었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얻자는 마인드를 소유한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였다. 모둠과 협업하고, 발표과제를 단기간에 말들어내고 나름 멋지게 이리저리 수정해서 하는 영어 프레젠테이션도 재밌었다. (솔직히 초기에는 욕이 나왔다.) 점점 할수록 요령이 생기는 듯 했으며, 내신이 떡망해도 꽉꽉 채워진 '생기부'와 '수상내역'만 봐도 뿌듯하고 행복했다.


말하지만, 나는 절대 고1때의 '외고생'으로써의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 친구들과 자동 판매기 앞에 서서 간식을 빼먹으면서 수다를 떠는 것도, 내 자신의 꿈에 대해서 발표하는 것도,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미술실에서 틀어놓으면서 공유하는 것도, 힘들었던 점들은 기숙사의 다른 친구의 방에 가서 하소연하는 것도, 점호를 하고 짐을 옮기면서 그것에 대해 투덜거리는 것도, 심지어 가고 싶은 대학에 대해 말하는 것도 전부 다 좋았다.

다만, 나는 중학교때 해결하지 못 한 숙제를 나와 같이 데리고 간 것이 문제였다. 그 숙제는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니, 이내 '내 자신'을 삼켜서 모든 일상을 버겁게만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 숙제를 펼쳐보면....


1. 약한 멘탈 (극복이 아니라 그냥 정신을 놓아버린 거였다.)

2. 자기주도학습 (잘 되가는 줄 착각했는데, 뭔가 이상하게 성적이 쥐뿔도 안 오른다. -> 될 대로 되라 (절대 이러시면 아니 되십니다.)

3. 열등감, 자존감 ( 자존감이 아닌 근자감이 탈을 쓰고 있었다.

4. 대인관계 (잘 되고 있었고, 주변에서도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문제가 있다고 느껴서

항상 남의식을 하고 다님.)


사실 이 모든 것들이 풀릴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나름 행복하게 살았는지 고2, 1학기 초반까지 잘 버텼다. 하지만 고2 이후는 한계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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