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긍정 오뚜기 Jul 06. 2024

현실과 나 자신을 직시할 때

인정하고 나서 든 회의감

나도 알고 있었다. 고민만 하고 앉아 있는다고 변하는 건 없다는 걸. 자책만으로는 현재 상황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근데 나를 이다지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번에 한 자해는 사실 자살시도였다. 생각이 많고 예민한 것을 떠나 21년 동안 나는 실상 해낸 게 없는 듯했다. 그저 불안감과 합리화에 빠져 애매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과거를 아무리 들춰본다고 해도 내게 도움이 될리는 만무했다. 이럴 거면 집에는 왜 내려온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내가 게으른 거라고 나는 나를 걱정해 주는 가족조차 버렸다는 생각에 또다시 자책을 하게 되었다. 에너지를 내려하다가도 관성에 의해 바닥으로 가라앉는 느낌이다. 나는 자퇴를 하면 안 되는 유형의 사람이었고, 생각을 많이 하면 독이 되는 사람이었다.  인생은 단순하거나 쉽지 않았고 내가 이런 종류의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죽기보다도 싫었다.


 의지박약에 책임감이 없는 인간이었다. 하는 척으로 포장되어 있고 꿈도 기대도 가지지 않으며 쉽게 기회를 저버리는 배부른 인간. 사실 자퇴를 하면서부터 난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었다. 나 자신이 너무 미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 주시는 부모님께 죄스러웠다. 그렇다. 나는 온실 속 화초였다. 유서에는 내가 내 자신을 너무 많이 망가뜨려서 복구가 어렵다는 변명밖에 없었다. 자조와 합리화 말고 내가 할 줄 아는 게 뭐지. 이미 늦었다고. 끝났다고 생각해서 내가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밤새 토하고 아빠의 등에 업혀서 응급실에 갔을 때는 눈물이 났다. 내가 살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보다 가족에게 상처만 줬다는 생각에 내가 우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인간인 것 같아서, 아무런 답이 안 보이는데 내가 변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 내가 살아가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고 화를 낼 것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런 것들이 아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현실과 여지껏 나는 꿈만 꾸었다는 현실이 나를 짓눌렀다. 목적을 상실했고 나는 목적이 없으면 쉬이 움직이지 않는다. 매번 그랬었지.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지금도 시간은 지나가고 있는데, 이게 과연 방황일까 아니면 그저 시간 낭비일까는 내가 정하는 것인데 내 발목을 잡고 있는 무언가가 나를 아프게 한다. 21살의 나는 내가 아니다. 이건 도저히 내가 아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 21살에 다시 찾아온 우울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