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다 나를 위한 것이다. 천천히 행복하게 나아가보자.
목표를 다시 설정하는 것은 설레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두렵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더 큰 두려움이다. 불안하며 괴로울 바에는 조금씩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내는 게 현명한 것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기 때문에 아무리 되새겨 봐도 앞으로 내가 잘못했던 점들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 이외에는 얻을 것이 없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내가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현재다. 지금 당장 10년 20년 후의 계획을 세울 준비가 안 되어있다면 막연하게라도 어떻게 살고 싶은지 적어보고, 떠오르는 것들을 내놓은 다음에 추려보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에는 미래에 대한 걱정, 과거에 대한 후회를 배제하고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며 사는 게 현명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삶에 있어서 느리고 빠르고는 기준이 없다. 누가 만든 기준인가. 내 인생에서 속도의 기준은 나만이 만드는 것이다. 계속 나아가고 있다면 거북이라도 종착점에 다다르게 된다. 남들이 하는 말 하나하나에 너무 휘둘리지 말자.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욕하고 못마땅하게 바라보더라도 내가 나를 사랑해 준다면 삶의 질은 끝없이 올라간다. 난 요즘 계속 웃고 다니는 걸 연습하기로 했다. 어떻든 계속 웃고 있을 것이다. 내 삶에 있어 이득이 무엇인지 따지면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연습할 것이다. 다시 우울증에 걸린 것은 삶의 길이 잘못되었으니 다시 일어나 더 나은 삶을 위해 개선해 보라는 메시지가 나에게 던져진 것이다. 나는 이 메시지를 겸허히 받아들여 한 발자국씩 나아갈 것이다. 아직도 다 나은 건 아니다. 여전히 내 안의 어둠으로 인해 우는 날이 많다.
하지만 아깝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나의 잠재력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비관만 하다가 소중한 내 한 번뿐인 인생을 버릴 수는 없다.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 주변의 시선 등을 다 떠나서 '나'에 초점을 맞춰본다면,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감정에 지배당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그러니 나아갈 수밖에. 21살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두렵고 불안할 시간이 없다. 나는 다시 달리고 싶다. 지금은 달팽이 혹은 나무늘보라도 나중에는 거북이로 진화할 것이다. 남들에게 휘둘릴 시간이 없다. 나 자신을 위해 투자하기에도 바쁜 인생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기적으로 사는 것은 옳은 게 아님으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없애자는 건 아니다. 다만 지금은 좀 이기적으로 살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내가 새로운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나는 남을 위하는 마음과 내 중심 사이에서 적절한 선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두 번째 우울증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컸다. 무서웠던 것은 내가 겪는 이게 아무것도 아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더 크고 험난한 길이면 어쩌냐는 것이었다. 뭐, 별 수 있나. 즐기는 수밖에. 단단해지기 위해서 대가를 바칠 차례다. 조급하지 않고 차근차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루하루 해낸다. 그것만이 내가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나 자신에게 너무 고맙다. 노력하는 나 자신이 대견하다. 이겨내고, 좁아졌던 시야가 확장되고 나면 내가 어떤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게 될지 설렌다. 아프고 힘들어도 결국 다 지나가고 원래 인생이 그런 것처럼 좋은 날이 다시 오고, 또 힘들어지는 날들이 올 것이다. 둘 다 내게는 소중한 날들이다. 힘든 날들이 올 것 같으면, 이에 대처하고 예방하기 위해 감정 일지를 들춰본다. 나만의 진료서를 만들어 둔 셈이다. 그러려면 감정 일지를 꾸준히 적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계속 쓰고 있지만 해이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계속 쓰자, 행복할 때도, 슬플 때도 최대한 간단히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게 다 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나아가자. 예를 들어 오늘 아침에 나는 동생의 과외를 해주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하고 찾아보는 과정에서 뒤쪽에서 오는 자전거의 따릉이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몇 번이나 울렸기 때문에 그분은 짜증이 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기보다 나는 죄송하다고 하고, 앞으로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는 정류장 안으로 들어가서 기다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여기서 끝내면 된다. 여기서 끝. 우울증은 정말 작은 것들을 깨닫게 해주는 대신 거대한 것들을 앗아간다. 하지만 그 거대한 것들은 작은 것들을 쌓으면서 새로 만들 수 있다. 이전보다 더 크고 멋진 것들로. 그러니 이건 기회다. 내게 주어진 기회,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 그러니, 나는 이만 현재를 살러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