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법
20살의 난, 흔히들 말하는 '갓생'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갓생' 또한 습관이 형성되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부터 오빠가 왜 그렇게 돈에 집착하고 까칠해졌는지, 나는 그저 대학교 1학년 때가 마냥 좋기만 했는지 깨닫지 못했다. 아니, 사실 모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수녀이자 예술가인 코리타 켈트에 의하면 삶은 순간들의 연속이며, 한 순간, 한 순간을 사는 것이 성공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하나가 빠졌다. 감히 성인의 명언에 토를 달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한 순간, 한 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게 중요한 것이다. 난 과거 때문에 자책했고, 미래 때문에 불안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20대의 특권이라고도 하고, 결정을 못하는 것 또한 20대에서 끝내야 한다고 한다.
아빠랑 똑같은 나로 인해 아빠를 보면 거울을 보는 것 같이 답답했고, 엄마를 보면 정반대의 성격의 나를 이해 못 하는 당당한 여성이 나를 꾸짖고 있었다. 엄마를 닮은 오빠와 동생이 부러웠고, 답답한 성격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아빠가 존경스러웠다. 난 착한 딸은 못돼서, 원망스러워하기도 했다. 남들과 나를 비교하는 것을 멈추고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계속 생각하며 현재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나는 조금씩 나아가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 모토는 또다시 바뀌었다. '과거는 내가 어찌할 수 없지만 현재는 내가 통제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해!!' 이 모토는 나를 다시 제대로 일으켜줄 것만 같았다. 무교인 내가 수선사에 가서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고 합장주를 살 만큼 나는 내가 만든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랬기에, 현재에 충실하기로 했다. 지금 당장은, 미래를 배제하고 그냥 현재에,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기로 했다. 마리타 켄트가 했던 말처럼 말이다. 어차피 살기로 한 거, 불안과 걱정에 잠식된 삶보다는 순간순간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요리를 하며 가족들의 밥상을 차려주고, 집안일을 돕고, 동생에게 화장을 배우고, 화상영어를 하고, 독서를 하면서 나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당장 오늘이, 현재가,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것이다. 오늘을 나를 위해 살면 내일도 나를 위해 살고 싶어 진다. 걱정과 불안은 던져버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과거의 나 자신에서 벗어나 변화를 꾀하고 싶었지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해서 될 일은 없었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돌아가기에 조금 느린 나는 주변 사람들을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주체가 된 삶'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었고, 나는 예전에 누구에게 선물 받았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소유흑향'의 [늦지 않았어 지금 시작해 ]라는 책을 펼쳐서 정독하기 시작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웠지만 내게는 그 정도가 너무 먼 미래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비슷한 마인드를 가지며 자극제로 삼으면 오늘보다는 더 나은 내일을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평온해졌다. 평탄한 길을 쭉 달려가는 사람보다 고난을 딛고 일어선 사람이 더 강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우울증을 극복해보려 한다. 두 번으로 족하니, 이제 나도 앞만 보고 달려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