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성장을 이루어낸 것은 축하할 일이니까
PMS로 인한 충동구매가 시작되었다. 나는 브레이크 없는 차와 같았고 계속해서 과소비를 하게 되었다. 학교 가지 않으니까 미쳐버릴 것 같았다. 뭔가 열정도 의지도 생겼는데 되는 게 없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 나는 '재심사' 판정을 받은 화상영어 강사 채용에 대한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었다. 준비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영어를 누군가에게 가르치기에는 부족했나 보다. 내년에 다시 도전하게 생겼다. 씁쓸하긴 했지만 인정했다. 뭐, 누구를 가르칠 준비가 완전히 된 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내심 불안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재심사'라는 결과를 얻은 것에 만족한다. 그만큼 나는 영어를 잘 배웠다는 소리니까. 또한, 내 영어가 실력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직시할 수 있게 된 기회였다. 선생님들 중 한 분께 교육에 대한 이론을 배웠다. '블룸 교육 목표 분류학'과 '의식적 능력 학습 단계'에서 나는 의식적 역량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때 선생님께 나는 수업 시연까지 3일밖에 안 남았는데 그 안에 부족한 부분들을 단기간에 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냐고 여쭸다.
선생님(화상영어 강사님)께서는 그런 방법은 없다고 하셨다. 정도(正道)가 방법이라고 하신 것이다. 그분의 말씀이 맞는 것 같다. 다행히 나는 내가 왜 떨어졌는지 이유를 받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위치를 파악했으니 이제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가면 된다. 내가 계속 실력을 갈고닦아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난 작년과 재작년, 그리고 올해와 같이 내년에도 다시 도전할 것이다. 영어에 대한 나의 새로운 첫 목표는 강사가 되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강사던 상관없다. 영어와 관련되어 있다면 나는 무엇이든지 할 생각이 있다. 하지만 기왕이면 제대로 된 입증된 곳에서 하고 싶었기 때문에 같은 곳에 매년 지원했던 것이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첫 관문도 뚫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2차에서 재심사까지 얻어놓고 떨어졌다. 오히려 다행이다. 완전하지 않은 실력으로 엉터리로 가르치는 것보다는 준비를 더 해서 당당하게 해내는 게 나로서도 떳떳하다. 영어는 잘하지만 강사가 되기에는 아직 부족한 21살의 나.
내년에는 숨 쉬듯이 잘해서 가르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난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쉽게도 모의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조언을 구하고자 화상영어 수강권을 거의 다 써서 이번 달에는 더 이상 화상영어 수업을 받을 없지만 상관없다. 이제는 입시 준비만 하며 영문학과에 가기 위한 실력을 갈고닦으면 되니깐 말이다. 더불어 지금 다니고 있는 컴퓨터 학원에서 열의를 다 할 생각이다. 내심 내 실력을 통해 돈을 벌 수 있진 않을까 기대했어서 탈락하고 나서 눈물이 조금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갈 수밖에. 난 욕심이 너무 많다. 하지만 쉽사리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중간중간 너무 힘든 것이다. 내게 필요한 것은 계속 노력해 나가면서도 챙길 수 있는 여유다. 마음의 여유. 점점 단단해져 가는 나의 모습이 썩 마음에 든다. 그 여유라는 거, 나도 연습을 통해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삶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 중 하나, 메타인지. 내가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분하는 것.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나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것.
거기서부터 발전이 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도전을 하게 될 거고 무수히 많은 실수와 실패, 좌절을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깨닫겠지. 이번에 내가 세상에 쉬운 일은 없고, 공짜도 없고, 힘든 일이 기쁜 일 보다 더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 계속해서 도전하면 분명 얻는 게 있다는 것, 삶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 생각하고 사는 게 나에게 더 이득이라는 것 등 매일매일 무언가를 시도해서 체득한 것들이다. 나는 기쁘다. 나에게 잠재력이 있다는 메일과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동력을 불러주는 마인드셋이 생긴 것에 대해 말이다. 더 이상 세상에 쫄지 않기로 했다. 자, 이젠 꿋꿋이 걸어 나가자, 조금씩 조금씩 결국에는 큰 발자국을 남기게 되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말고 파이팅!! 매일 아침 어제의 감정은 버리고 리셋된 마인드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은 내적으로 성장했다는 증거이니 잘하고 있다. 거북이더라도 지치더라도 조금씩 나아가자.
과소비를 한 것은 감정기복이 심한 탓이기도 하지만 사실 변명이다. 하지만 이미 지른 김에 도전한 나 자신에 대한 보상이라고 여겨야겠다. 처음에 비해 얼마나 나아진 상태인지 보면 나는 희망이 있는 사람이다. 나아갈 수 있는 중심이 단단한 사람이고 때로는 욕심이 과해 스스로에게 실망할 때 모든 걸 놔버리는 나쁜 경향이 있지만 그것만 잘 다스린다면,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다면 충분히 뭐든 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