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도 동기부여로 가득 찰 수 있을 거야
박준성 교수님의 '내 생에 첫 심리학'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내가 심리학 쪽으로 빠질 줄 알았다면 과학공부를 조금 더 열심히 해둘 걸 그랬다. 수학도 마찬가지, 통계 쪽은 약한데 내가 심리학을 공부할 자격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여러모로 나는 아직 심리학자가 되기 위한 자질이 부족하고 적성과도 거리가 멀게 나온다. 하지만 그건 아무렴 상관없다. 내가 하고 싶으면 그게 적성이다. 그리고 몇 가지 자질은 이미 나도 가지고 있다.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한다. 보고서든 논문이든 어떤 종류의 글이든 신명 나게 적어 내려갈 자신이 있다. 왜냐, 나는 문예창작학과에서 1년 동안 글을 쓰면서 글과 관련된 강의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적 글쓰기를 배우면서 그 교수님께 이력서를 쓰는 방법도 배웠고 그 교재는 아직 내 책상 선반에 꽂혀있다. 나 자신을 치유해 나가면서 심리학을 복수 전공하며 끝내 '안젤라 센' 선생님 같은 심리학자가 되고 싶다.
외국에서 일해보는 것은 내 소원이었다. 멀게만 느껴져도 나는 한 번 마음먹은 것은 꼭 가져야 직성이 풀린다. 그렇기 때문에 가지지 못할 때에는 난리를 피우기도 했었다. 욕심은 크고 마음만 앞선 그런 삶을 살아왔다. 그랬기에 중간에 멈춰 서야만 했다. 다시 나아가기 위해선 재정비가 필요하니까.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이런 것들에 너무 치중하다 보면 흘러넘치는 정보들에 의해 결정을 못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노력하기로 마음먹었다. 2번째 인생을 사는 김에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사람은 정서적으로 힘들 때 쉽게 죽을 수 없다. 그러기에 산다는 선택지를 결정했을 때, 더 잘 살고 싶다는 소망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꿈을 위해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을 작정이다.
깎이고 다치고 넘어져도 파도에 깎여 둥글둥글해진 몽돌과 같이 나 또한 그렇게 되기 위해 몽돌과 같은 인간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21살, 내년에 22살, 내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도 두렵지 않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지적이 두렵지 않다. 나는 성장하고 싶고 세상의 속도에 굳이 발맞추고 싶지 않다. 얼마가 걸리든 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그걸 깨달았기에 난 내가 늦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내가 정한 새로운 길이 언젠가는 힘들 수도 고비가 찾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경험해 봤잖아? 남다른 부모님 덕분에 나는 자퇴도 허락받았고 방황도 허락받았다. 불안정한 상태도 경험해 보았고 앞으로도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더 이상 괴로움 속에서만 살 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내가 꿈을 이루든 못 이루든 긍정적으로 사는 게 내게 이득이란 걸 깨달았으니 말이다. 난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나 20대를 행복하게 사는 건 포기할래요, 더 이상 억울하지 않아요. 20대가 꼭 행복해야 하는 법은 없잖아요. 그냥 힘들고 말래요. 서른 살에 행복함을 가질 수 있더라도 나는 20대에 죽어라 노력할게요. 지켜봐 주세요. 제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나는 드디어 젊을 때 고생해야 한다는 엄마의 말을 가슴깊이 새길 수 있었다. 20살이 되었을 때는 어른이 된 것을 즐기고도 싶었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입학하고 보니 나의 환상들은 하나둘씩 깨졌고 대학교는 어쩌면 고등학교의 업그레이드 버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며 발전을 도모한다면 내가 움직이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대학을 가기만 해도 성공을 보장해 주는 시기는 끝났다는 이지영 강사님의 말씀이 맞다는 걸 느꼈다.
사회에서 대체될 수 없는 부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잔혹한 현실이지만 나는 거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 것이다. 항상 어린아이처럼 꿈을 가지고 호기심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초심을 잊지 않은 채 2024년 나의 암흑기인 21살을 잊지 않으며 살아갈 것이다. 어차피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가시밭길은 피해 갈 수 없다. 하지만 그 속에서 피어날 얼음새꽃, 그리고 칼미아꽃 같이 흔들리면서도 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답게 살자.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 세상이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더라도 나는 나답게. 항상 웃으면서 눈치가 없어도 소심해도 가끔은 무기력해지더라도 나는 나답게 묵묵히 걸어 나가자. 지금의 힘듦은, 나의 우울증은 분명 이유가 있다. 내가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발전해야 하는 이유이며,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달라져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