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극복 에세이
일어나보니 엄마 아빠가 이미 학교에 내가 못 간다고 연락을 취한 다음이었다. 외할머니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내 저녁을 챙겨주러 오신 것이었다. 할머니는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셨고 나를 안아주셨다. 전에 언급했듯이 우리 외가쪽 할머니들은 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계신 상태다.
할머니 : 니 어저께 약 털어먹었다메.
연명이 : 할머니, 이러쿵 저러쿵 (이때까지 있었던 일 다 말하는 중)
할머니 : 연명아, 지금 너희 엄마도 많이 아프다. 지금은 니 자신을 돌보는 게 중요하고, 엄마한테 기대려하지 마라. 니가 엄마를 치유한다고 생각하면서 같이 치유하는 거다. 알겠제?
연명이 : 할머니, 엄마가 나보고 할머니집 가서 살래. 그리고 나 한테 이런 저런 말했어.
할머니 : 미쳤구만...에효...니 엄마도 맺힌 게 많아서 그렇다. 할머니가 니 엄마한테 해준 게 별로 없어서...
엄마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할머니는 엄마와 간만에 진솔한 얘기를 나누셨다.
엄마 :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나는 19살에 쟤 처럼 저런 적 한 번이라도 있었나? 심지어 나는 외동에 엄마 일 도와주느라고 대학도 포기하고 혼자서 다 알아서 했는데...엄마는 나 말고 엄마 형제들만 신경쓰고...내한테는 아무것도 안 해주고....쟤 좀 데려가라. 나는 아무것도 이해 못하겠다. 엄마는 쟤 이해할 수 있다매...데려가서 밥만 먹이고 재워주기만 해라. 쟤랑 살면 내가 더 이상 못 살 것 같다.
할머니 : 나도 지금 힘든데...니 딸까지 어떻게 내가 챙기노. 그리고 왜 내 탓이라 하노...느그 남편 닮았는데
엄마 : 왜 못 데려가는데? 손녀인데...그 정도도 못해주나? 흐끕끕(오열하는 중) 다 엄마 때문이다. 엄마 때문이라꼬...흐엉엉
할머니는 급히 음식을 우리에게 주시고서는 현관문을 도망치듯이 나가셨다. 엄마는 눈물을 그치고 마음이 후련해졌다고 계속 중얼거렸다. 그 날 저녁, 나는 부모님과 함께 고깃집에 가서 고기를 먹으며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면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그건 엄마를 닮았다.
엄마 : 연명아, 이것도 다음에 보면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게 우리 같이 살아는 있자.
연명이 : 끄덕끄덕 우히히(4잔 마시고 취함.)
할머니는 그 날 마음이 힘들 때면 버스를 타고 할머니집에 언제든지 와도 괜찮다고 하셨다. 앞으로 종종 찾아갈 것 같다...엄마랑 화해해서 너무 다행이다. 죄책감이 만분의 일만큼이라도 덜어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