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명이의 다이어리(11)

우울증 극복 에세이

by 칼미아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때는 나만의 위시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나는 고3 초기에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이 아이디어는 <나우 이즈 굿> 이라는 영화를 보고 만들게 된 것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테사 (다코타 패닝 배우님) 는 벽에 다가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그리고 그 버킷리스트를 가려놓는다. 나도 내 방 벽에다가 크게 적어놓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난 등짝 스매싱이 날아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A4 용지 3장을 연결시켜 병풍형태로 만든 다음에 앞에는 원하는 대학이름을 쓰고 그 뒤에 수능 끝나고 하고 싶은 것들을 쭉 적어놓는다. 듣고 싶은 노래,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등.


적다보니 깜짝 놀랐다. '나는 세상에 미련이 털끝도 없을 줄 알았는데 하고 싶은게 이렇게나 많네..' 최근에 추가 된 것은 자해를 한 손목 부분에다가 플라워 타투와 내 자신을 응원하는 문구를 새겨넣는 것이다. 꽃은 나를 안정시켜주는 물체 중 하나이다. 보통 꽃말을 찾아보기를 즐겼지만 우울증이 걸리고 난 후에는 꽃이 피어나는 과정에 대한 것을 더 찾아보게 되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과정은 막 씨앗에서 새싹이 나고, 나중에 꽃이 피고 이런 과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꽃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고난과 시련을 겪고 나서 예쁘게 피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꽃들은 조금 늦게 피는 꽃, 대기만성형, 또는 추운 겨울에 피는 꽃들이다. 그런 꽃들을 찾아보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노래인 <Winter flower - 윤하>가 떠오른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스타트업>에 나오는 대사 중 명대사가 있다. '달미야, 너는 코스모스야, 천천히 기다리면 가을에 가장 예쁘게 필꺼야.'


늦어도 괜찮다는 말이 필요한 건...그 말을 듣고 사람들이 나태해지거나 퍼지는 게 아니라 그나마 각박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사회에서 한 템포 늦춰주기 때문이다. 어차피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의 페이스에서는 최대한 빠르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침에 이불 개는 것을 루틴으로 삼은 나 조차도 극복하기 위해 빠르게 노력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리에 멈춰서면 왜 멈추냐고, 이 바쁘고 중요한 시기에 이러면 안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각자의 삶의 속도와 사회의 속도 중 하나를 고르라면 결국엔 내 삶의 속도를 선택하는 게 최선임을 곧 알게 된다. 사람들은 그렇게 빠르게 살아가기 때문에 과정을 보지 못한다. 극복하기 위한 사람들의 속도가 빠른 것임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 느리다고 채찍질해댄다. 그들은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작가의 이전글작은 연명이의 다이어리(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