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명이의 다이어리(12)

우울증 극복 에세이

by 칼미아

엄마와 오빠는 나를 걱정할 때 화를 내는 타입이다. 아빠는 나를 달래주는 스킬이 익숙하다.

내가 자해를 했을 때 나는 오빠랑 동생이 나를 무시한다고 느꼈다. 오빠는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았고, 내가 이러는 이유를 아예 모르겠다고 했다. 동생은 나한테 더 이상 이러지 말라고 하며 나를 병자 취급했다. 처음에는 상처를 받았다. 내가 예민해져서 예전보다 더 크게 이런 감정들을 느끼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족 중에서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때 나는 이 감정을 털어내기 위해 이런 노력들을 했다.

마음의 여유 가지기, 스스로에게 집중하기, 스스로 강해지기, 위로를 바라지 않기. 내 우울증의 근본은 무엇일까. 처음에는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옥상에 올라갔던 날, 나는 가출을 하려 했었고, 그 결과 돌아온 말은 심한 막말과 공허함, 이해받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당연하지. 나 말고는 가족 중에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이 없으니....이럴 때는 어떡해야할까 꽤 오래 고민했었다. 답은 간단했다. 내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가족들의 감정과 고충을 헤아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내 심정도 못 추스리는 단계에서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싶을 수 있다.

하지만 1단계에서 갑자기 3단계로 바로 올라가는 게 도움이 될 때가 확실히 있다.


내가 점점 나아질려고 노력할 수록 현실에 대한 내 감각이 자꾸 돌아왔다. 그러다 보니 잘 살려고 하는 욕심또한 그 중 하나여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는 괴리감을 만든다. 나는 아직 100% 준비가 안되었는데 다시 돌아온 욕심과 현실은 그때 그 상태 그대로다. 가족들은 우울해지지 말고 그냥 다 내려놓으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절대 되지 않았다. 참 이기적이라는 걸 안다. 오빠는 어른이고 장남이다 보니까 내 향후 계획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내년에는 나도 성인이니까 어떻게 먹고 살 건지에 대한 걱정이 많다. 내가 혹시라도 자신에게 손을 벌릴까봐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죽어도 가족에게 손을 벌리고 싶은 마음이 없다. 처음에는 작가를 내 직업으로 삼는 걸 꺼려했었다. 보통 사람들 또는 이미 작가가 된 사람들의 강연을 들었던 적이 있다. 작가는 뒤에서 밀어주는 자원이 풍부해야 하고,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야 하고, 책을 수 만권 씩 읽어야 하고 적어도 10년 정도는 고생을 엄청 해야한다고 그들은 내게 겁(?) 아니 현실을 말해주었다. 이게 맞는 말인지 아닌지 나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주위의 만류에도 내 결의가 굳다면 내가 흔들릴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로 했다. 처음에 나는 위의 현실이 아닐 것이라고 부정만 했었다.

하지만 이젠 어느정도 받아들이기로 했고, 성적 산출이 끝난 지금은 수만 권의 책을 읽고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것을 연습할 것이다. 이 문제로 참 고민을 많이 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의 꿈이었지만 항상 확신이 없어 주저했던 나날들. 하지만 난 아직 시도도 안해보고 물러서기엔 너무 내 인생이 아깝다. 다가올 고난들에 대한 각오는 다 했다. 그 동안 흘릴만큼 눈물도 미리 흘려뒀고, 아픈 것도 미리 아파뒀다. 언제 또 내가 무너질지 모르지만 적어도 다시 일어나는 것을 무서워할 내가 아니다. 뭐든 얻고자 하는 게 있으면 그에 따른 대가가 주어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니까. 피하고 도망가고 아무생각 없이 사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 물론 현실을 도피하고 싶을 때가 생길 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모두 깨닫게 된다. 그렇게 해서 마음이 편해지고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오빠도 하기 싫은 일들을 참으면서 살고 있었다. 오빠에게도 도전하기 무서운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오빠는 다 해냈다. 왜냐하면 세상은 무섭다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나도 곧 느끼게 되겠지. 그때 나는 과연 웃으면서 내 고난들을 즐겨나갈 수 있을까? 그 결말을 보기 위해서라도 오늘 연명이는 또 하루를 무사히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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