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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와 계엄령

상반된 분위기... 행복할 수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어

by 몽도리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다. 4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영화로만 보고 들은 계엄령이 그것도 밤에 발동된 줄 몰랐다. 촛불시위도 참여했고, 나라에 더 이상 실망하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하며 답답해했는데 이렇게 되니 너무 마음이 안 좋았다. 이렇게 무너진다면 내가 이때까지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이 사회에 대해 한 고민들은 개인적인 고민과 사회적인 고민들은 아무 쓸모가 없었던 것일까.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와 이겨내고 극복하려고 했던 노력들이 허무해지는 듯했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나 나라에 신경을 썼냐고 하는 가족들의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는 있었고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주시하고 있었다. 바쁠 때는 일상에 치여 안전 불감증에라도 걸린 듯 가만히 있었지만 8.15 관련 소설 공모전에 소설도 내봤고, 민주화 운동이 펼쳐진 시기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던 나는 도저히 그 당시를 이해할 수가 없었고, 독재는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이렇게 쉽게 남용될 수 있는 것인지 몰랐다. 결국 밤사이 몇 시간만의 횡포에 끝났지만 말이다.

어이가 없다. 세상은 여전히 모순 덩어리다. 외국 선생님들은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와 관점에서 봤을 때 계엄령은 정말 짜증 나고 화가 나는 일이다. 퇴행을 해도 이렇게 무식하게 진행하는 게 어디 있는가 싶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나는 시위에 참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동생과 집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미려고 여러 가지를 사두고 행복한 마음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2024년은 나에게 있어 고통과 행복이 반반이었던 인생의 전환점이기에 좋게 마무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깨달은 게 참 많은 연도이기도 하다. 내적 성장에 있어서도, 세상에 대해서도 너무 많은 걸 배워버렸다.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정직하고 올바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고, 세상이 아무리 평온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그렇지 않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항상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체념만 하고 있다면 점점 상황이 악화될 뿐이니 처음부터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하나하나 돌아보며 살아야 하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이번 기회로 우리나라의 많은 부분이 바뀔 수 있을까, 너무 엉망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수습이 될까, 이미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다치고 이제껏 이루어 왔던 피로 새겨진 민주주의에 금이 갔는데 무엇으로 다시 도색 작업을 할 수 있을까. 그 수습이 잘 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다음 정부에게 질타를 할 것이다. 그럼 그 정부는 힘들어하면서 또 잘못을 하는 건 아닐까.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나만의 삶이 있기에. 최근 '피어 스페셜리스트'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게 아니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최대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행하고 싶다. 가만히 있으면서 세상이 바뀌길 바라는 게 너무 모순 같다. 그래서 나는 '피어 스페셜리스트'를 지원하기로 했다. 피어 스페셜리스트는 과거 아픔을 가졌던 혹은 가진 사람들이 타인을 도우며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많은 활동을 하는 한마디로 '정신건강활동가'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꼭 하고 싶었던 활동을 찾아 기쁘다. 결과에 상관없이 대학 발표가 나오면 내 소속을 기재하고 지원할 생각이다.

엄마는 내가 하고 싶은 건 뭐든 다 하라며 응원해 주셨다. 이제야 안정된 엄마와 나와의 사이, 그리고 비로소 얻게 된 내면의 평화지만, 밖의 상황은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여전히 사회와 현실에 치이며 사는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지만 치열한 전투를 해야 하며 세상에는 때론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다. 크리스마스로 분위기로 인해 마음이 설렜다가도 뉴스에 나온 장갑차를 보면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끝난 상황이지만 의미는 남는다. 기록으로 남길 생각이다. 내가 앞으로 쓸 책에는 2024년이 기록될 것이다. 내 소설에는 진하게 묻어날 것이다.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계엄령을 막기 위해 담을 넘어야 하고, 군인들이 국회의 창을 깨뜨린 날, 함부로 계엄령을 시행한 대통령, 그리고 그저 따르기만 하는 조직체계의 사람들.

그들에게도 자유의지가 있다. 자신들이 직접 선택하고 행동할 자유의지가 말이다. 하지만 무엇이 그들을 두렵게 하는 것일까. 우리 오빠의 꿈이었던 경찰, 뉴스에서 터진 불합리한 일에 분개해서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싶었지만 동생들 공부에 들 돈을 생각해서 그냥저냥 회사에 취직하고 또다시 인생의 고비를 겪던 우리 오빠의 그 처음으로 경찰이 되고 싶었던 마음, 그걸 현직 군인 분들과 경찰분들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나는 보았다. 광안리 축제 때, 질서유지를 해야 하지만 시민의 간절한 부탁을 들어주지도 못하고 답답해하며 손톱을 깨물며 마지못해 빨리 다녀오라고 하고, 길을 잃은 꼬마들을 다시 만나게 해 준 우리들의 '경찰 아저씨'를.

진정으로 자신의 신념에 따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폄하당하는 일이 생기는 건 아무 생각 없이 조직체계에 순종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그보다도 그들의 초심을 흔들고 매도하는 강력한 세력이 문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여러 나라의 뉴스와 기사에 나오는 일, 부정부패, 형평성 문제, 민주주의 파괴 등 21세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당연한 것들을 쟁취해 내야 해서 싸워야 한다. 결국 우리나라도 별반 다를 게 없던 것이다. 그동안 잘 포장되어 왔을 뿐이어서 이제 터진 것이다. 화가 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화가 난다. 하지만 감정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깨달은 이상, 또다시 선택해보려 한다, 실망과 체념보다는 강한 의지와 분노로 우리나라가 더 나은 곳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해 나는 유학을 목표로 하려 한다. 여기서 졸업을 하고 해외로 가서 정신건강과 관련된 공부와 연구를 하고 싶다. 터무니없는 계획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내가 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난 꼭 핀란드에 가서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 만한 건 없을지 연구해보고 싶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며 공부나 먼저 하고 말하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반박할 수는 없지만 마음이 너무 앞선다. 그래서 유학의 모든 것을 알아보기 위해 유웨이에서 개최하는 유학 박람회를 신청했다.

궁금한 점을 전부 추려서 뽑아놓을 것이다. 어디로 유학을 가고 싶은지도 두 곳 정해서 분석해 보고 미리 가상 계획을 세워 가져가서 열심히 질문할 것이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죽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걸 하고 싶기 때문과 내가 정할 순 없었지만 내가 태어난 곳에 대한 좋은 기억들과 추억들, 좋은 사람들을 위해 도움이 되고 싶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내 청춘을 다 바쳐도 좋을 듯하다. 항상 돈 때문에 막히던 유학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다. 그리고 밑져야 본전이라고 시도하는 건 나쁜 게 아니지 않은가. 어쨌든 나는 이렇게 현재를 살며 계획하고 내 미래를 중심으로 사회는 세 번째 우선순위에 둘 것이다. 미리 걱정하지 말고 무조건 도전하자.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는 즐기자. 그렇게 좋은 기억을 많이 쌓으면 힘이 생긴다. 나만의 익스펙토 페트로늄을 발휘시켜서 내년에는 더 나은 세상이, 내후년에는 훨씬 더 나은 세상이 다가올 것이라는 기대를 선택하며 나는 앞으로 나아갈 생각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힘냈으면 좋겠다. 윤하의 '별의 조각'이란 노래의 가사처럼 '내가 태어난 곳이 아니어도, 내가 실수였다고 해도' 이 별이 마음에 들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연말은 모두 행복하게 보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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