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명이의 다이어리(14)

우울증 극복 에세이

by 칼미아

특목고에 가기 위해 입시준비를 할 때, 나는 학원을 다녔었다. 그 학원에 내가 있던 반에는 한 소년이 있었다. 그 아이는 때때로 친구들과 시비가 붙기도 하고, 계속 아프다가 안 오기를 반복하는 아이였다. 나는 3년동안 그 아이와 같은 반에 있었다. 솔직히 나도 가끔은 저 아이처럼 행동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버티기만 하면 이긴다고 가르쳐줬었기에 그냥 버텼다. 시간이 지나고 고2때 전학을 가게 됐을 때 다시 그 아이를 보게 되었다. 그 아이는 활기차게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었다. 나는 좀 고독해졌다. 힘든 시간을 견디고 그 아이도 이제는 안정감을 찾아서 자신의 삶을 잘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3때가 되니까 그 아이가 지나갈때 더 이상 시선을 두지 않았다. 서로 너무 바빴으니까. 고3 기말이 끝나고 개 차반이 된 성적표를 받고 주위에 아이들이 입시에 대해 열심히 떠들고 있을때 내 마음은 가시밭이었다.


우울증을 핑계로 쓰고 싶진 않다. 내가 아팠던 것 맞지만 계속 우울증 즉 크로이의 탓을 한다고 달라질 게 없으니까. 고3이 되니 주변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모든 세상이 입시 위주로 돌아갔고, 나는 노심초사했다. 다행히 나는 가고 싶은 대학에 갈 기회가 있었다. 정말 마지막 기회였다. 단 전제는 이제 이전의 상태를 완전히 복구가 됐든 안 됐든 죽을 힘을 다해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나는 다시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그 아이의 성적을 보고 뭐라고 한 것 같았다. 몸싸움이 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아이는 분통이 터져 울 것만 같았다. 나 같아도 그 말을 들었으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렇게 남의 결과물을 보고 오지랖을 떨거나 참견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공격하는 대상이 한 노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이 입시 시즌에 계속 주변에서 나도 그렇고 그 아이도 그렇고 모난 말들을 듣게 될 것이다. 때론 내 자신에 대한 얘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결과에 대한 이야기에 마음이 욱신거리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을 수도 있다. 오빠는 나에게 그 모든 것을 덤덤히 받아들이라고 했다. 오빠는 그러면 내가 더이상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빠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오빠는 후회와 절망에 빠져 폐에 빵꾸가 뚫려서 입원했고, 탈모도 걸렸다. 타인과의 비교를 하지 않는 게 그렇게 쉬웠다면 오빠는 왜 그렇게 아팠을까.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을 겪은 오빠는 더 이상 그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오빠가 고등학생일때 이해해주지 못하고 계속 대들었던 게 미안하다. 다시 돌아간다면 한 번 쯤은 안아줄 수 있지 않을까. 입시는 정말 무섭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겠지. 준비 안 된 사람들에게는 엄청 무서울거라고 그건 감당해야할 몫이라고.


결과가 좋은 애들도 그 만큼의 노력을 나보다 더 했을 거라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성적을 가지고 하는 말들은 내가 한 만큼에 대한 대가라서 입 꾹 다물고 눈물을 삼키다 보면 어느새 고등학교 생활은 끝나고 대학생활을 맞이하며 나아질꺼라고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불안한 것이고 그걸 안다면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간에 서로를 배려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이 예민하고 불안한 시기에. 안 그래도 팍팍하게만 느껴지는데 그런 배려없이 오히려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되버린 지금은 너무 무섭다. 다른 사람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르면서 왜 타인이 미리 평가하려 하는가. 서로 다른 꿈을 가지고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는

다 같은 수험생들이다. 신경쓰지 말고 그냥 네 거를 해라는 말이 돌아올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참는 게 좋은 게 아니란 걸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따질 것은 따지고 물러서야 한다. 인생은 한 번이고 우리는 너무 많은 말을 삼키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두려워서일까. 하지만 삶을 살면서 무서워해하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고

해리포터에서 배웠다.


이런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또 괜찮아지겠지. 하지만 연명이는 마음 속에 남은 파동의 여운을 지키며 언젠가 타인의 말에 상처받는 이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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