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명이의 다이어리(15)

우울증 극복 에세이

by 칼미아

상담 선생님은 수요일마다 찾아오신다. 선생님은 내게 중간이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셨다. 너무 자존감이 높을때는 내가 잘하는 것에 대해 엄청 자만하고 자존감이 무지 낮을때는 끝없이 내 자신을 깎아내린다는 것이다. 사실 어느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긴 했는데 오늘에서야 어떻게 해야할지 길이 조금 보이는 듯 했다. 나는 중간을 찾는 연습이 필요했던 것이다. 생각이 극단적으로 흘러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너무 자만하지도 않고,

못하더라도 괜찮다고 내 자신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정신을 심어주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연습을 꾸준히 해서 나중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면, 감정기복 약은 내가 먹는 약에서 빼도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도 연습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다.


어찌보면, 나는 초심을 잃었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우울증을 겪으면서 체득한 것들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다시 찾아서 강하게 키워내면 되는데. 감정은 항상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 밖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을 억누르고 사는 것을 싫어했고, 나는 표출하는 쪽이 오히려 편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점점 깨닫게 되면서 아예 말을 안하는 쪽으로 변해버렸다. 그러다 보니 내 자신이 해야할 선택들도 기회들도 많이 놓치고 감정을 컨트롤하는 게 힘들어졌다. 사실 나는 컨트롤하고 있던 게 아니라 그저 감정을 꾹꾹 눌러담아 재워놓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채로. 아마 평생에 걸쳐서 이 영역에 대한 공부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감히 예상해본다.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따라준다는 걸 알고 있는 연명이는 오늘 점심도 거르지 않았다. 오랜만에 먹은 급식은 느낌이 새로웠다. 그간 굶었던 기간이 아까웠다. 신경쓰지 않는 머리도 엄청 가꾸기 시작했고, 피부관리도 다시 시작했다. 점점 그렇게 하나씩 연명이는 자신을 위한 것들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내 일상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일상을 즐기며 살아가고 싶다. 과거에 행복했던 때를 떠올리며 그걸 되살리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집중해서 새로운 행복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과거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현재의 나는 그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연명이도 과거를 놓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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