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명이의 다이어리(16)

우울증 극복 에세이

by 칼미아

연명이에게 다시 목표가 생겼다. 논술 전형으로 대학을 가보자는 것이다. 물론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제일 상향으로 생각하는 곳이 가망이 지푸라기 만큼이라도 있다는 사실과, 이걸 시도해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미련이 남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이왕 하는 거 잘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연명이는 오늘부터 다시 최저도 맞추기로 했다. <윤혜정의 개념의 나비효과> 시리즈를 사고 다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작가가 되기 위해 꾸준히 글을 쓰고 책 만권 읽기 챌린지도 잊지 않고 하고 있다. 드디어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우울증은 이겨내는 맛이 있다. 물론 내가 또 언제 다시 무너질지 모른다. 그 순간이 두렵고 다시는 무너지거나 우울증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될 것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 일어서는 힘을 강하게 기르고 싶을 따름이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 지도 정했고 앞으로 어떤 노력들을 해나가고 싶은지도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엄마나 오빠의 말처럼 "부디 그 다짐이 오래가길 바란다. 우울증으로 빠지지 말고.' 솔직히 내가 제일 바라는 바다. 중간에 제동이 걸린 것 처럼 멈춰버린 그 순간과 극복기간, 그때는 지옥이 따로 없다. 하지만 조그만 빛을 따라 터널을 뚜벅 뚜벅 걸어나오는 것 만큼 상쾌한 기분도 없다. 물론 내 삶의 의미와 목표는 내가 아직 어리기에 계속 바뀔거란 걸 알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시련들로 다시 주저 앉기도 하겠지. 하지만 그럴때마다 나는 일어나기 스킬을 적어도 한 개씩 더 터득해나갈 것이다. 아직 나는 완전히 낫지 않았다. 그리고 이 맑은 기분도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 느낌을 잊지 않고 잘 잡고 있어야 끝에는 웃을 수 있다는 걸 안다. 내가 느끼는 작은 행복들은 이렇게나 소중하다. 마치 꺼질듯한 불씨를 살리는 역할을 하는 성냥같다. 남을 의식하거나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단계까지 가려면 여기서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나는 내 자신을 다시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내 친구 우울증, 크로이를 용서하지는 못했지만 당분간 화해할 자리도 만들 생각이다. 이번에는 좀 오래 휴식을 취하라고 좀 체력을 비축해두라고 통사정을 해야겠다. 내 말을 듣지도 않는 녀석이긴 하지만. 아직 마음 한 구석에 답답함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다른 사람들도 다 어느정도 가지고 있는 정도라고 믿고 싶다. 너무 기대를 해서 내 자신에 대한 실망또한 크고 좌절했던 연명이는 이제 다시 0에서 부터 시작하는 법을 다시 새로 배웠다. 지난 두차례의 우울증에 걸렸을 때 이미 다 마스터 한 영역으로 알고 있었는데 백지화가 되면서 뇌가 정지했었다. 또 다시 머릿속이 백지가 되고 뭘 해야 할 지 모르는 때가 오겠지. 그럴때, 딱 하나, 내가 알고 있을 사실이 있다.

어찌됐든 나에게 이 긴 터널은 끝이 있는 길이라고, 막다른 길이 아니라는 것을. 항상 다시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고 일어날 것이란 것을. 총 세 번의 우울증 합계 기간 : 2년 6개월, 여기서 플러스 마이너스. 앞으로 더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난 더 단단해지고 싶으니까.

작가의 이전글작은 연명이의 다이어리(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