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행복이 가능한 오래가기를...
오랜만에 엄친딸이자 내 친구를 만나고 왔다. 재수도 하고, 나이도 같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우리는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친화력이 뛰어난 성격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친구는 내가 1년 전에 했던 방황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위로를 해주고 싶었지만 섣부른 위로는 오히려 독이 될까 봐 그녀의 말을 묵묵히 경청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고민들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나이대의 많은 청년들의 공통적인 문제임을 말이다. 진로에 대해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 봐도 답이 딱 안 나오는 경우가 참 많고, 요즘에는 자퇴나 전과, 편입 등이 유행일 정도로 많이 일어나고 있다. 나도 해보려 했으나 편입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니었다. 야간대학을 다니며 편입을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나는 차라리 재수를 택했다. 처음에는 엄마와 죽네 마네 하며 싸우고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다 지나고 보니 내 선택이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고민들과 힘든 시간은 전부 내게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내 친구는 오롯이 견뎌내고 있다. 과거를 후회하며 자책하고 애써 밝은 미소를 띠는 모습을 보며 과거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나는 다행히 재수를 해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지만 내 친구는 여전히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그 무기력함을 나는 알기에 너만 그런 게 아니라 나도 그랬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의 책에 그건 우리들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의 문제이기도 하며 우리 또래가 겪고 있는 딜레마임을, 심지어 서른이 다 되어가는 우리 오빠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모른다는 사실을 실었다고 했다. 내 책을 봐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그 애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줄 정도가 되었다는 게 자랑스럽다. 이 친구는 초등학생 때 친구였는데 엄마끼리 더 친한 친구가 되었고, 그 후에는 그 친구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밝고 명랑한 친구였다는 인상은 기억하고 있었다.
여전히 밝았다. 그 밝은 미소 뒤에 숨기고 있던 어둠은 엄마를 통해 전해 들었다. 그 애도 나처럼 혼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음을 알았고, 몇 마디 나눠보니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나는 그 애가 아니기에 응원과 격려만 해 주었다. 다시 만나게 되는 날에는 우리 둘 다 일이 잘 풀려서 더 밝아진 모습과 건강해진 마음으로 서로를 응원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른이 되고 나니 이제 상대와의 비교도, 경쟁보다는 응원해주고 싶고 공감이 강해지는 시기가 왔다. 힘든 고비를 넘기고 나서 내가 얻은 것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친구의 혼돈도 잘 지나가기를... 내 미래도 이제 앞으로 순항할 수 있기를 바라고 바랄 뿐이다. 그 후에 난 과외 선생님들을 만나러 가서 과학선생님께 책에 사인을 해드렸다. 황송했다. 나 같은 무명작가의 사인을 받고 싶어 행복해하는 선생님이 너무 감사했다. 사진도 같이 찍고 응원도 받으니 마음에 꽃이 피는 듯한 느낌이었다. 수학 선생님과도 만나기로 하고 나는 사람 자체에 대한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지는 걸 느꼈다. 이제 진정한 연대와 인관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을 듯하다. 이번 연도는 겁내지 않고 도전하고 끝까지 가는 한 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