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극복 에세이
<내 자신에게 쓰는 편지 - 연명이가 연명이에게>
연명아, 고1때 생각나니? 고1때 너는 바짝 쫄면서 교문을 들어섰지. 캐리어 안에 짐을 잔뜩 욱여넣고 말이야. 그땐 같은 중학교에서 온 친구가 한 명도 없어서 먼저 다가가기 힘들어하는 타입이던 넌 한동안 엄청 걱정하고 다녔었어. 걱정이 현실이 되어서 한동안 적응 못하다가 우연히 몇몇 친구들과 친해지게 되었지. 너는 항상 친구를 사귀면 좀 늦게 사귀는 편이잖아. 그 친구들은 엄청 똑똑하고 또한 인성도 좋았어. 너는 그 애들을 동경하면서 같이 과제도 하며 친밀감을 쌓았지. 너의 첫 룸메이트는 아주 싹싹하고 밝은 아이였어. 같이 고민을 나누며 서로 선을 넘지 않으며 각자 기숙사 생활을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편한 사이였지. 그러다 두 번째에 정말 마음이 맞는 룸메이트를 만나게 되었어. 항상 밤이 되면 영화도 같이 보고, 좋아하는 음악도 나누고, 고민도 나누고, 음식도 나누고, 할일도 나누는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지.
물론 힘들었어. 혼자 있는 시간에는 눈물을 가끔 떨구기도 했지. 고1때 담임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셨어. 지나고 보니 안 그래도 됐었는데 자신이 고등학교 때 너무 얼어있었고 마음 아프고 힘들어했었다고. 우리에게 해주시고 싶었던 말이었어. 하지만 이제 보니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 친구들 사이에서 열등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던 걸 알아.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척, 계속 마음을 숨기고 다녔지. 행복한 시간만 기억하고 싶어했고, 시험이 다가오는 걸 싫어했어. 항상 긴장 속에 있던 너의 심장은 간이 된 고등어처럼 오랫동안 절여졌지. 좋은데 슬픈 이 느낌이 뭔지 되게 아이러니 했었어. 너는 멘탈이 깨질때마다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너 자신이 너무 오버한다고 생각하면서 이 정도도 못 버티냐고 왜 이리 나약하냐고 질책하면서 너와 다른 아이들을 비교했어. 그러면 안 됐는데...교문을 나서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나중에는 눈물조차 나지 않더라. 그동안 버틴 시간들이 아까웠어. 벌써 1년이 훌쩍 넘었고 너는 다른 학교에 가서 적응을 하기 시작했지.
고민과 걱정 후회도 많이 했어. 과연 내가 잘 한게 맞을까. 그냥 버텼더라면 더 행복했을까.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그런 이미 지나가버린 것들에 연연해 하면서 계속해서 너 자신을 괴롭혀댔어. 연명아, 더 이상 그러지 마. 과거를 아픔으로 두지 마. 너에게는 그저 귀중한 경험 중 하나일뿐이라고 받아들였으면 좋겠어. 그게 잘 안돼서 우울증에 걸렸다는 거 잘 알아. 전학가서 너를 도와주신 선생님들께 너무 죄송하고 또 신경써주신 것 만큼 나아진 게 없어서 죄책감을 느낀 것도 잘 알아. 그래서 네 몸에 상처를 낸 거겠지. 너 자신이 너무 싫어 미칠 것만 같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너한테 오늘 고맙다고 하고 싶어. 고마워. 살아줘서 고마워. 결국엔 이겨내려고 해줘서 고마워. 움츠러들고 눈물이 쏟아지고 피가 흐르는 시간들 동안 살아서 또 다시 일어나려고 없는 힘을 다해 일어나줘서 고마워. 더 이상 스스로에게 화내지마. 부탁할께. 변명, 핑계 이런 거 아니고 그냥 수고했어. 앞으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
이제 너만을 위해서 살아갔으면 좋겠어. 쉽게 포기하지도 말고 그냥 되든 안되든 천천히 꾸준히 마음 편하게 가자. 나는 이제 네 편이 되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너를 격려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서, 네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없어. 물론 이런 것들을 니가 바라지 않는다는 걸 알아. 하지만 한 번쯤은 욱신거렸을 때가 있었을꺼야. 그 동안 너한테 쌍욕해서 미안해. 벼랑 끝으로 내몰아서 너무 미안하고 너를 응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러다가 너를 놓아버려서 너무 너무 미안해. 하지만 나는 너를 잘 알아. 너는 결코 포기하진 않을 거란 걸 잘 알아. 다시 일어나겠다면 내가 무조건 도와줄께. 내가 너를 믿고 내가 너에게서 자꾸 희망을 봐. 피하지 말고, 좌절하며 포기하지 말고 자책하지 마.
너는 그것만 해. 나머지는 내가 다 도와줄께. 연명아, 나중에 지나고 보면 그냥 하나의 드라마 처럼 헤피엔딩의 지점에서 지난 날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될 꺼야. 그때 미소짓고 있는 니 모습이 벌써 보여. 울지 마. 괜찮아. 아팠을 자격이 있어. 원래 개개인의 마음의 아픔의 척도는 100이야. 누가 더 아프고 그런 거 없어.
힘들어지고 안 좋은 생각이 들 때면 언제든 다시 내게 손을 내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