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상황과, 시작되는 학교생활과 과외 구체화 작업
내가 과외에 대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커리큘럼이다. 학생마다 성향이 다르고 부족한 점도 다른데 여러 명을 가르치다 보면 한 커리큘럼이 동시에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기본 커리큘럼을 짜두고 과외 계획서에 정리를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을 했다. 교재 선정 및 레벨 테스트 문제지, 그리고 상담 때 학부모님께 말씀드릴 대략적인 커리큘럼까지 미리 준비할 생각이다. 여러 과외 관련 영상을 보며 과외 진행 상황을 한 달마다 학부모님께 적어서 드리는 월간 진행표를 작성하는 방법을 찾았다. 그 방법이 너무 좋은 것 같아서 양식을 따로 만들어서 파일에 저장해 두었다. 이제는 타겟팅을 분명히 해둘 때다. 나는 유아부터 초등, 그리고 성인 토익반을 만들 생각이어서 이 세 가지의 기본 커리큘럼을 짜두려 한다. 고민을 좀 많이 해야 하는 부분인데 가장 어려운 게 유아다.
내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나는 집중을 그리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학습에 흥미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기본 진도를 나가면서 아이가 과목 자체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방법을 수업에 어떻게 섞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유아, 초등, 토익, 이렇게 잡고 중, 고등은 내 실력이 조금 더 쌓였을 때 차근차근 가르쳐보려 한다. 애니메이션 쉐도잉, 그리고 아예 CD가 있는 리스닝 및 리딩 교재를 가지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지만 나는 영어학원 선생님이 아닌 과외선생님이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준비해야 한다. 레벨 테스트는 황영카, 기출비 등에서 가져올 수 있지만 커리큘럼은 기존에 만들어놓았던 샘플이 학생에 따라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융통성을 가져야 한다. 누구나 처음은 있겠지만 설렘과 함께 걱정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우선 정보를 최대한 모으고 정리하면서 교재 물색도 시작해 봐야겠다.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도 다 가보고 시중 교재와 카페 및 인터넷에 있는 자료들도 다 모아야겠다. 아이들을 집중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너무 진도를 빠르게 빼면 맥이 빠질 것이다. 그러니 재밌는 것도 넣어서 영어에 흥미를 가지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한 아이를 오랫동안 맡을 수도 있게 될 것 같으니 책임감을 기르려고 한다.
개강과 동시에 내 기상 시간을 오전 7시로 정해두었다. 학교 근처 고시원에서 자취를 하게 된 나는 비대면 과외는 힘들게 되었고 대면 과외만 가능한 처지인데 일단 그건 2학기 시간표가 나와봐야 안다. 공강을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것도 좋을 듯하고 동아리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대외활동은 내가 직접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찾고 신청해보려 한다. 과외에 대한 정보는 내가 과외를 그만하는 그날까지 계속 찾고 연구하고 배울 생각이다. 지금 당장은 커리큘럼 및 김과외 프로필 완성시키기와 현재 영어실력 늘리기다. 1학기 동안의 공강은 과외준비와 자격증 공부에 매진할 생각이다. 이젠 나도 충분히 쉬었다는 느낌이 든다. 1년 동안 많이 쉬었고, 이제는 내 페이스를 조절하는 스킬을 습득할 때다. 불안하고 무섭다. 하지만 기대되고 설렌다. 시행착오를 통해 나는 얼마나 능숙해질 수 있을까. 자료부터 확보해 놓고 끊임없이 생각해야겠다.
나는 문창과를 나와서 새로운 학교의 영문과 새내기가 되었다. 22살에 새내기가 되어서 걱정은 조금 있었지만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 건 나름 수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인사를 건네고 친하게 지내자고 한 친구들도 있고, 몇 살일지 모르겠는 선배에게도 질문을 편하게 할 수 있을 만큼 내 자존감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물론 간 건강이 악화되어 더 이상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잘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나름 자신감을 억지로 올리려고 했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공허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동창들을 만나 수다를 떨었다. 문창과에서 만난 절친의 집에서 생일파티도 함께했다. 우리는 스물셋이 되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혼자만 그런 건 아니라는 걸 확인한 순간, 같이 안도할 수 있었다. 이렇게 다시는 같은 학교 동기가 되지는 못되더라도 친구로서 남을 수 있는 사람들을 몇 남겨놓기로 하고 그 관계에 있어서 노력하기로 마음먹었다. 고등학교 동창과의 만남도 마찬가지로 즐거웠다. 나는 옛 친구들과 우리 각자의 어둠과 빛을 공유했고, 신기하게도 공통분모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당연할지도 몰랐다. 다만 성장하고 있는 게 아니니.
예전에는 출판사를 차리고 싶었던 나는 이젠 관광통역안내사 및 여행작가가 되기로 했고, 내 친구는 출판사에서 일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부모님의 기대와 바라는 바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의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문과생들의 숙명일지도 모르겠지만 무조건 돈을 못 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지치기도 한다. 어찌 되었건 우리는 우리의 과를 후회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밝게 웃으며 서로를 응원할 뿐이었다. 곧 개강이 다가온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전국에서 대략 6번째로 넓은 대학이라서 길을 잃기에 참 좋은 곳이다. 난 길치인데 가이드가 되고 싶어 하는 것도 아이러니지만 대학 개강이 왠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기숙사에 떨어진 뒤, 체념하고 고시원에 계약하고 청년월세 혜택도 신청 다 했는데 그때서야 추가합격되었다는 문자가 떴다. 세상은 아이러니 투성이다. 결국 나는 고시원에서 생활하게 됐고, 불안감이 솟구치려고 할 때 동반자 상담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그리고 그녀는 내게 응원과 격려를 불어넣어 주셨다. 막상 가면 다 하게 돼 있다고 말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새로운 시작이 아니다. 전처럼 잘 가다가 멈추는 게 무서운 것이다. 보통이면 다시 일어서겠지만 나는 일어나는 힘이 조금 약하다. 약도 언제까지 먹어야 할지 모르겠고, 새로운 도전은 한 없이 거대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이런 내 마음을 단단하게 하기 위해서 챗 지피티를 사용해 영어작사를 하기 시작했다. 음악은 알아서 AI가 만들어줬다.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해 주고 응원해 줄 수 있는 노래가사를 작사하다 보니 어느새 잡념은 사라져 있고 내가 쓴 가사처럼 그냥 되든 안 되든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싶어졌다. 학교 근처 프린트 카페와 도서관 위치도 알아놓았다. 과외 자료를 뽑을 곳은 많다. 2학기부터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과외를 성사시킬 것이다. 그리고 나도 훗날에 과외 팁이 가득 담긴 저서를 남길 것이다. 그것도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으로 말이다. 졸업을 하고 나면 내 4년간의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및 이야기를 허락받고 녹여내 방황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쓸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젠 위로가 아닌 용기를 주기 위한 책을 말이다. 졸업 후 호주에 있는 사촌 이모네에 가서 식당 알바도 하며 시드니와 멜버른도 가보고 싶다.
하고 싶은 게 많아진 지금, 나는 행복하다. 이런 불안감도 내가 하고 싶은 게 많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감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그때를 떠올리면 이 정도 불안감은 아무것도 아니다. 피할 수 없는 불안감이라면 설렘과 기대의 저울에 추를 더 달 것이다. 불안감이 조금이나마 희석되게 말이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영문과 새내기양의 이야기가 전보다 더 밝아질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만나서 반갑다. 안녕, 영문과 새내기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