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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았다

동아리 행사에서 만난 고마운 분들

by 몽도리

동아리 행사는 조금 먼 카페에서 진행됐다. 고시원에서 15분 거리였고, 카페를 이미 다녀온 후라 돈을 더 내긴 싫었지만 마침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나는 가기로 결심했다. 가서 모루 키링도 만들며 잠시나마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었음에 작고 소중한 행복을 느꼈다. 나는 대학 개총에서 주량 실수를 했다. 덕분에 엄마와 사이도 멀어지고 나도 모르게 학과 사람들을 피하고 있었다. 나는 심리검사로 하는 컨설턴트에게서 나의 성향을 다시 한번 더 확인받을 수 있었다. 숨길 수 없는 우울적인 성향, 그리고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도 스스로 찾아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리저리 연구하고 찾아본 결실이었다. 타인의 방법을 이리저리 도전해 본 것이었다. 나를 상담해 주신 분은 내가 고양이와 비슷하다고 하셨다. 마음을 완전히 열지는 못하는 고양이, 그리고 원숭이도 닮았다 하셨다. 스스로 재미있는 것을 찾아 성취를 하길 바라서 정말 중요한 것에는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하셨다. 마음이 복잡해졌다. 내 안의 깊고 진중한 얘기를 버릇처럼 꺼냈는데 한 번 보고 말 사이여서 그러냐는 말에 무의식 중에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그분은 우리 학교 선배시기도 하면서 처음 본 사이지만 길고 친절하게 나에게 상담을 해주셨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상담을 받을 때마다 들은 이야기. 하지만 잘 되지 않아서 여전히 배워가고 있는 상태라고 말씀드렸다. 맞다, 진짜 매번 제대로 하려고 해도 잘 안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것, 그 과정은 어려운 것이다. 자책으로 이어지지 않고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기는 게 나는 잘 안된다. 나의 굳쎈 자존심과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르겠고 예민한 성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처음 보는 나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주신 그분이 너무 감사했다. 그다음은 타로를 봤는데 타로를 봐주신 그분은 상담도 같이 해주셨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 대인관계에 대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 신기했다. 내가 선배들에 대해 스몰 트라우마가 생긴 건, 알바를 할 때,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 나 사이에 벽이 존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에 친구로 사귄 사람들도 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들이었다. 타로 언니는 나에게 굳이 학과 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다른 학과 사람들과 잘 지내도 되고, 굳이 아등바등하며 잘 보여야 한다는 내 강박을 캐치하신 것이다.

나는 개총에서 일어났던 일로 선배들을 피하고 다녔다. 나에겐 선배들이 고맙기도 하면서 어려웠기에. 나의 대인관계에 대한 스몰 트라우마들이 발현되면 결국엔 회의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벽을 만들고 더 이상 나의 범주에 들여놓지 않아야겠다는 결론. 그리고 혼신을 다해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한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욕심, 모두와 잘 지내야겠다는 말도 안 되는 허영. 이런 것들을 이제는 좀 내려놓기로 했다. 그렇게 처음 보는 분들께 위로를 받고 집으로 오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유를 알 수도 없는 마음이었다. 그날은 참 답답한 날이었다. 실은 난,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면서 쌓인 피로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내가 주량 실수로 길에 앉아있었던 때에 대한 수치감. 책임감도, 절제력도 찾아볼 수 없는 내 모습이었기에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그날 이후로 스트레스도 폭발해서 우울이 또 찾아왔고 고시원에서 친해진 친구는 다른 친구와 선약이 있어 나와 저녁을 함께 먹지 못했고, 학교에서 친해진 동생은 내 톡을 읽고 답장을 하지 않았다.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카페 음료 값도 내야 하고 체험비도 내야 하는 동아리 연합 행사에서 나는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과거가 떠오르는 건 괴로운 일이다. 겨우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약을 먹고 있고 미래가 불안하고 모든 게 낯선 건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 감정을 배척하려고 했다. 그래야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이번에는 어떤 이유에서든 휴학 없이 졸업을 하고 싶었기에.

과거 학교의 행복했던 순간, 괴로웠던 순간은 떠나보내기로 했다. 나와 정말 친한 친구들은 그곳에 있고, 내 마음도 정리가 필요하다. 그들과 아직도 친하게 지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지만 가끔 그곳의 교수님들이 보고 싶다. 특히 내가 힘들었을 때 처음으로 내게 전화를 걸어주었던 교수님은 잘 지내고 계실까. 연락해보고 싶어도 나는 더 이상 그분의 제자가 아니다. 그게 맞다, 이제는 새로운 제자들에게 집중하시는 게 좋겠지. 나도 새로운 교수님들과 가까워지는 게 좋을 것이다. 학과 사람들과도 최선을 다해 친해지려 발버둥 쳤다. 그러다 내 이미지를 스스로 망쳤다고 생각해 숨어버리고 또다시 시행착오를 겪게 되었다. 불안은 내가 어디에 있든 나를 따라다닌다. 그래도 나는 목표가 있기에,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고 싶기에 이젠 물러서지 않는다. 정면돌파한다. 새로운 변화가 나에게 좋을지 나쁠지 모르겠지만 그냥 터벅터벅 걸어가 보려 한다. 나 자신을 위해서 무엇보다 그게 중요하니까 신중하게, 내 마음이 가는 데로 한 번 나아가보려 한다. 이제 더는 울고 싶지 않지만 또 울게 될 거라는 걸 안다. 인생 자체가 매일이 좋을 순 없으니까. 그래도 스스로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되기도 한다. 나는 이젠 숨지 않는다. 자, 그럼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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