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총 4 시즌으로 이루어져 있는 '미드'다. 처음에는 넷플릭스 썸네일을 보고 끌리는 데로 골라서 본 작품인데 보면 볼수록 취향저격에다 진국인 미드였다. 시카고 출신인 에밀리가 파리의 해외지사로 가 상사대신 일하게 되는 줄거리를 다룬 드라마는 해외에서 일해보고 싶었던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최근 학교 국제어학원에서 외국어 회화 수업도 듣고 여러 외국인 교수님들의 수업을 듣게 된 영문과 학생인 나는 점점 다른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짙어졌다. 그래서 초반에 파리를 동경하는 에밀리와 감정선을 함께하며 같이 뿌듯해했다. 아마도 과몰입을 좀 한 듯 싶다. 하지만 에밀리의 시선을 통해 타지에 가서 일하며 적응하는 한 개인의 기분을 짐작해 볼 수 있었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마인드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일적인 것뿐만 아니라 내적인 성장 또한 볼 수 있고, 파리의 문화, 일상, 그리고 미국과의 차이점 등도 매 화마다 두드러지게 하나의 소주제로 넣은 듯싶었다. 그게 인물들 간의 대화에서 재밌게 드러날 때마다 같이 웃으며 스트레스도 해소되었다.
항상 해외에 나가서 일해보거나 봉사를 하거나, 워킹홀리데이 등 뭐든 해보고 싶었던 나는 타지에 가서 산다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기본적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왕 용기를 내고 싶으면 그런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면서 절실하게 느꼈다. 다른 문화에 놀라는 점은 오히려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해 우리는 두려움과 낯선 감정을 느끼는 동시에 설렘과 기대도 느낄 수 있다. 에밀리가 점점 파리에 적응하면 할수록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나가면서 본인 스스로를 잃는 듯한 기분도 느끼면서 나중에는 파리에 있는 '자기 자신'을 정립해 나가는 것을 보고 어디에서든 내 본질을 잃지 않으며 나아가되,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일을 하면서 상사가 어떤 사람이든 에밀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능력을 인정받고 나중에는 상사와 같이 일하고 싶다는 경지에까지 이른다 대단한 적응력이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잘 된 게 아니라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진 신뢰관계라는 걸 나는 시즌을 하나하나 정주행 하면서 함께했기 때문에 주변사람들의 영향과 대인관계, 인맥 등 내가 내 나라에서 고민하는 부분들이 타지에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깨달았다.
에밀리의 기본 대인관계 처세술 등 일과 관련된 숙련된 부분들이 좋았기 때문에 기본은 먹고 들어간 거다. 따라서 나만의 무기와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용기, 그리고 적당한 선 등을 피하지 않고 어디에서든 도전할 줄 아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게 당장 되지는 않아서 나는 해외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주춤한다. 하지만 '프랑스어권 문화여행' 수업을 들으면서 프랑스 문화의 양면을 보게 되고, 이 드라마 시리즈를 보며 프랑스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를 해나가는 것 같다. 프랑스에 가고 싶다기보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싶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체로 프랑스에 대한 인식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교수님의 얘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화는 배우면 배울수록 양면을 확실히 볼 수 있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그럼에도 생각해 보면 교수님이 프랑스에 대해 공부하는 것을 도전조차하시지 않았다면 현재 그 과목 교수님으로 있지 않으셨을 것이다. 설렘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프랑스의 좋은 점과 어두운 점을 우리에게 보여주며 객관성을 기르라는 교수님의 수업은 어렵지만 한동안 흥미롭게 다가올 듯하다.
어쩌면 이 과목을 수강하게 된 계기를 이 미드가 만들어 준 것인지 모르겠다. 파리에 대한 환상을 가진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보고 오히려 아이러니하게 조금 망설여지긴 했다. 대단히 큰 문화차이를 겪는 에밀리의 고충도 보고 11살에 파리에 여행 차 가봤던 나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이나마 그 도시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궁금하고 발을 들여놓고는 싶지만 두려운 건 사실이다. 어느 나라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처음부터 잘 적응하는 사람은 없다. 에밀리처럼 열정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중간중간 벽을 마주하는 건 당연한 거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게 사회에서는 쉽게 용인되지 않는다. 나라에 따른 게 아니라 세상 자체가 그걸 언제까지나 감안해주지 않는다. 모든 곳에는 사회가 있고, 직장이 있고, 학교가 있으며, 각각의 상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점을 알기에 자신이 어떤 곳에서 자랐는지를 불문하고 어떤 방면이든 공짜로 얻으려 하면 안 된다. 그렇기에 나는 용기를 가지고 한 발자국 나아감과 동시에 겸손한 자세를 지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