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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필기에 대한 견해

공부법 그 자체에 대한 고찰

by 몽도리

나는 또 다른 고민에 부딪혔다. 시작은 전부 교수님의 심도 있는 잔소리, 아니, 조언으로 시작되었다. 교수님께서는 더 이상 고등학생 때처럼 모든 걸 받아 적는 노트필기를 하거나, 수업 내용을 녹음하거나 수업 자료를 있는 그대로 읽기만 하는 수동적인 학습은 멈춰야 한다고 하셨다. 비효율적이고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말이다. 내 머릿속엔 또 다른 말이 하나 떠올랐다. 전 학교에서의 교수님의 말씀이었다. "조언 혹은 교수의 말을 어디까지 수용할지 정하는 것도 너네들의 몫이다. 내가 하는 모든 말이 맞는 것도 아니고, 그 판단도 이제는 너희의 몫이야." 또 다른 전 학교의 교수님의 말씀도 떠올랐다.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정보를 수용할 때는 신중해야 해. 가짜뉴스가 아니더라도 한 번은 반드시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교수님은 모두 공통적으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아마 공통적으로 이 문제들을 타파할 수 있는 건 올바른 정보 수용력이니 독서를 통해 그 판단의 기준을 스스로 형성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겠지. 문제는 현재 내가 듣고 있는 강의의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나는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비효율적인 공부법 세 가지를 다 행하고 있었다. 그렇게 공부하면 학점은 잘 받을 수 있을진 몰라도 스스로 사유하는 법을 잃게 된다고 결과적으로는 손해라고 하시는 말씀과 함께 방법을 바꾸라고 하셨다. 물론 내게만 하신 말씀이 아니라 동기들 전부에게 한 말이지만 그때, 나는 교수님의 시선이 너무나도 따갑게 느꼈졌다. 내 앞에 계셔서도 맞지만 나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지며 끊임없이 그 말을 부인했기 때문이다. '엄청 고생하며 발견한 방법인데, 그래. 나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받아 적는 행위를 반복하는 게 아니야. 사유를 하면서 필기를 한다고. 원본을 적은 다음 그 밑에다가 반드시 내 생각 및 질문, 핵심 등을 따로 표시도 해놓고 또...' 하지만 스스로도 하면서 이 방법이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고,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수동성'. 나를 건드린 단어는 그것이었다.

나는 이제는 내가 꽤 능동적인 학습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그 작가가 쓴 작품들을 실은 책을 도서관에 가서 찾아보고, 챗 지피티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적은 것을 계속 읽으면서 궁금한 것을 찾아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난 여전히 내 공부에 대한 자기 확신이 없다. 아무리 좋은 결과가 나와도 내 과정에 대한 확신이 없다. 왜일까. 항상 주변 사람들은 내가 성실하고 잘하지만 한편으로는 미련하기도 하고 고생을 사서 한다고 말한다. '헛똑똑이'란 말을 많이 들어온 게 현실이다. 과연 내 공부에 대한 확신이 없는데 내가 남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 걸까. 그래서 나는 우선 스스로 확신을 가지기 위해 시행착오를 계속 겪어나가기로 했고, 현재 중간점검을 해보기로 했다. 우선 내가 하는 노트 필기 방식을 설명해 보자면 나는 모든 걸 다 필기하진 않는다. 그러면 지쳐버리기 일쑤고 초반에 달리다가 멈출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악은 필기는 다 해놓고 많이 보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난 요약하는 과정을 즐긴다. 다년간의 필기를 한 덕에 이제는 요약과 함께 자기화 과정이 가능해졌다. 여기서 자기화는 어떤 지식이나 의견 따위가 받아들여져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뜻한다. 그런데 나도 쏟아져 내리는 정보를 모두 자기화를 거쳐 필기화할 재주는 없다. 그래서 절반 정도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 적기도 한다. 그럼 그 정보는 어떻게 하느냐. 내가 가만히 놔두고 줄만 그으면 교수님 말씀대로 수동적인 학습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나는 2차 가공을 한다.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암기를 위한 팁, 모르는 단어에 대한 정의, 어원, 나만의 생각 등을 다른 색으로 적어두는 것이다. 그리고 많아도 필기는 검은색, 빨간색, 파란색, 딱 세 가지 색 이상은 쓰지 않는다. 형광펜 색은 2-3가지 색을 사용하고 그 이상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교수님이 강조하셨던 부분은 본문과 하셨던 말씀 전부를 빠짐없이 다 적고 그 및에 자기화 과정을 다른 색으로 구분해서 적는다. 이 부분만 보면 그냥 다 받아 적는 것 같아 보인다.

물론 정말 바쁠 때는 올려주신 파일을 아예 뽑아서 교재로 가져와 수업에 참여하면서 필기를 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하면 되지 왜 노트에 받아적느냐 하면, 한 번만 적어도 내게 남는 게 생기기 때문이다. 한 번 적어서 다 외울 정도로 천재가 된 게 절대 아니다. 다년간 필기를 하다 보니 이제 핵심만 기억에 남는 메커니즘이 뇌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뭐든 많이 하면 요령이 생기는 법이지만 어떤 것들은 자기가 모르는 사이에 내재화되는 법이다. 그럼 내 필기에 대한 내용은 이쯤 하고 내가 행하고 있는 공부법이 효율적인지 따져볼 차례다. 나는 객관적으로 중간점검을 하기 위해서 여러 논문과 영상들을 참고했다. 그 출처는 맨 아래에 남기겠다. 과연 나는 노트필기라는 하나의 공부법을 타인에게 추천까지는 아니더라도 나 스스로 확신을 가지게 만들 수 있을까. 시험을 마치고 나니, 확실히 이제까지 내가 익숙해하고 좋아하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체력 소모가 든다는 점에 한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연구를 해서 보완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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