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극복 에세이
난 우울증으로 힘들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었다. '죽지 않고 살아있으면 나중에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날이 오겠지. 그 날을 못 보면 후회할거야.' 이 진실된 마음을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약 복용량을 늘이라고 하신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마음은 대부분의 시간동안 안정이 되었고, 체육시간에 친구들과 배드민턴으로 내기까지 하는 활동적인 일을 하고,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공부도 하고, 글도 썼다. 그리고 가고 싶은 대학도 새롭게 생겼고, 가능성도 조금 열렸다. 하지만 그곳은 통학을 하기엔 너무 멀었고, 기숙사는 성적순대로 선발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너무 가고 싶었다. 그래서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어떻게 되든 후회하지 않기로 내 자신과 약속했다.
난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너무 걱정해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에 손도 못대는 것은 할 만큼 했다. 적어도 지금은 이 안정되고 행복한 느낌을 유지하고 싶다. 최대한 극복해낸 이 느낌을 길게 간직하면 다음에 또 파도가 왔을 때, 그때는 가라앉지 않고 둥둥 떠있기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경험은 중요하다고 하는 것 같다. 나는 내 '회복 탄력성'을 믿는다. 극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극복해내기 시작하면 고무줄처럼 탄성력이 제대로 작용하는 내 멘탈을 믿고 있다. 불안하다고 힘들다고 달라지는 건 없고, 내가 해놓은 것들을 돌려놓을 수도 없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 지는 내가 정할 수 있으니까. 연명아,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 이에 대한 답은 이것이었다. "나는 그만 울고 행복해지고 싶어. 이제 충분히 아팠던 것 같아. 이젠 벗어날때가 된 것 같고, 계속 행복하고 싶지만 그렇게 되는 건 불가능하겠지.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이 느낌을 잘 잡고 지금이라도 조금이더라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해맑았으면 좋겠어. 부모님은 그 상태를 보고 아무 걱정이 없다고 뭐라 하시더라도 지금은...지금은 그렇게 하고 싶어." 나는 연명이의 말을 듣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하고 있다. 내가 잘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답지 없는 문제지란 걸 잘 안다. 그래서 많이 고민하게 되는 거겠지.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빠르게 인정하지 못하는 건 바쁘게 돌아가는 저 시계의 바늘 때문일거야. 그래도 대신 풀이과정은 내가 쓰고 싶은대로 쓰고 나중에 다 쓰고 난 후에 답을 확인하는 것 처럼 그렇게 살면 된다고 믿고 있다. 내년이 되어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면허도 따고 싶어졌고, 자취도 하고 싶어졌다. 원하는 대학에 입학도 하고 싶다. 기숙사 선발기준에 합격했으면 좋겠다. 안 돼더라도 알바를 하면서 대출이라도 받고 싶다. 슬픈 현실이든 기쁜 현실이든 빨리 겪어보고 싶다. 풀이과정을 써내려가보고 싶다. 더 이상 주저하면서 손도 못대는 문제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풀 다 보면 조금은 길이 보이는 문제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