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명이의 다이어리(27)

우울증 극복 에세이

by 칼미아

앞으로 118일, 하지만 그동안 놓아버린 시간들이 꽤 있다. 다시 순공 5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해봤지만, 집중력이 예전같지 않았다. 여기서 마음이 또 조급해져 버리면 다시 무너진다. 그렇기 때문에 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고3은 다크 초콜릿 맛이다. 너무 씁쓸하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수능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은 수능보다 더 힘든 일들이 많다는 뜻이라고. 시간이 참 빠르다. 서리꽃은 새벽에 피어났다가 아침이 되면 사라져버린다. 내 의욕도 마찬가지다. 불이 붙다가도, 누가 얼음물로 꺼버리는 느낌이다. 페이스 조절, 그걸 못해서 지금 고생을 하고 있다. 나는 중간이 없다. 감정에서도 마찬가지고, 공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어중간한 내 자신이 가끔 나오면 무척 미워하게 된다.


오랜만에 다시 긴장감을 맛보았다. 우울증에 깊게 빠져있을 때는 모든 게 다 무심하거나 그냥 이유없는 불안감이었는데 지금은 학생으로써의 긴장감이 다시 돌아왔다. 나는 이 기분을 딱히 즐기지 않는다. 내 수면을 방해하고 별 쓸모가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느정도 긴장이 있어야 발전이 있다고 하지만, 과도한 불안은 역효과를 발생시킨다. 나는 중간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불안또한 중간이 없다. 동반자 상담 선생님은 내게 그 중간을 찾고, 받아들이라고 조언해주셨다. 열심히 찾는 중이다. 그 중간이라는 것이 내 자신의 삶의 균형이라는 것이겠지. 참고로 나는 균형감각을 상실했다. 운동에서도 마찬가지고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건 내게 또 하나의 과제다. 난 불안해하면서 다시 또 절망 속으로 들어가기 싫다. 선생님은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게 방법이란 것을 안다.


그런데 내가 지금 노력하는 정도가 왠지 최선이 아닌 것 같다. 주변을 보면서 비교를 하면 내가 어느정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또 자책으로 이어지거나 내 자신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게 된다. 그럼 다른 방법은 어제보다 더 나은 하루를 보냈냐겠지. 나는 과연 내가 투자하는 것을 위해서 얼마나 포기할 수 있을까. 이건 내 절제력에 관한 얘기다. 어떤 것들을 포기해야 원하는 것들을 얻을 수 있다. 나는 만일을 대비해서 수능준비를 하고 있다. 수시로 갈 수 있는 대학들은 이미 찾아놨다. 하지만 더 나은 곳을 갈 수 있을까봐.

그리고 노력을 안하면 나는 필시 후회할 인간이다. 따라서 지금 노력하려는 것이다. 두렵다. 공부하는 것보다 멘탈이 무너지는 게 더 두렵다. 아무 탈 없이 이번에는 잘 넘어갈 수 있을까? 강하다고 자부하는 내 멘탈은 생각보다 약하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그대로 내버려두면 내가 연명이한테 지는 것이다. 지고 싶지 않다. 이번을 계기로 더 이상 깨질 틈이 없다는 걸 내 우울증에게 증명해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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