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을 찾아보려고...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하나는 자이언트 얀 핑거니팅과 다른 하나는 향낭 만들기다. 향낭은 중드를 보다가 약재들에 관심이 생겼고, 지난 2학기에 생활원예도 배웠으니 자연에 더 관심이 갔다. 나는 자연 중 물과 가장 잘 맞는다고 한다. 왠지 바다와 강, 호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안정이 된다. 학점은 말아먹었다. 살면서 이런 학점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생활관 선발에서 떨어질까 봐 엉엉 울었다. 며칠을 아무것도 못하고 신체화증상으로 탈도 났다. 친구를 만나고 와도 만날 때만 행복할 뿐 집에 오면 심리적 반동으로 더 외롭고 힘들었다. 그러다 자해는 하고 싶지 않아서 선택한 게 취미였다. 내가 선택한 허브와 약재로 내가 선택한 주머니에 넣어 만들고 줄 사람도 내가 정하는 향낭. 2월에 설이 오면 내려가 가족과 친척에게 나눠줄 생각이다. 요즘은 겨울잠 자는 곰과 같이 잠이 늘기만 한다. 그나마 조금 나아져서 이렇게 글을 쓰지만 나는 학업 문제, 학원 업무 문제, 가족 문제, 돈 문제가 항상 날 따라다닌다.
올해 23살인 내가 피해 갈 수 없는 것들이고 당장 해결되는 것이 아닌 걸 알면서도 나를 옥죄어 오는 현실이 미웠다. 그렇다고 현실을 피해봤자, 도망간 곳에 낙원은 없다고 다시 돌고 돌아 나에게 올 것을 알기에 하나씩 해야 할 것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르치는 반에서 학생들이 몇 나가고 난 후 자책을 심하게 했다. 사실 신년에 학생이 들어오고 빠지는 건 흔한 일인데 나의 인지왜곡으로 모든 게 다 내 탓 같았다. 학생들 일도 가족이 돈이 없는 것도 다 내 탓 같았다. 그 마음을 놓지 못하면 난 나아질 수 없다. 그렇기에 난 과거는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과거에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새로운 년도가 왔을 때 다들 설레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탈진 상태에 학점 때문에 괴로웠기 때문이다. 나는 탓할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동생은 이제 고등학교에 가고 오빠한테 20만 원도 받고 뭔가 홀가분해 보여서 부러웠다. 한편으로는 챙겨주고도 싶었는데 내가 저번에 고민을 털어놓고 난 다음에 무뚝뚝해졌다. 동생도 부모님이 돈이 현재 없는 이유가 나 때문이라고 생각할까. 부모님이 계속 그런 식으로 나를 말하니 동생도 나를 돈 먹는 하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상관없다.
나는 나고, 동생은 동생이니까. 우리는 가는 길이 다르다. 여하튼 나는 올해, 새로운 갈림길 위에 서 있는 것만 같다. 작년의 아픔은 잊되, 수습하고 정리는 해야 하고, 새로움에 도전해야 하며 고난을 극복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때론 힘듦이 지속되면 끝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끝은 어떻게든 나게 되어 있으니 그냥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 밖에 답이 없다. 그래야만 나중에 편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게 이 힘든 시기가 왜 필요한지 이건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 여신께 물었다. 하지만 여신께서는 답을 주시지 않았다. 교차로에 선 내 앞에 횃불을 들고 따라오라고 하시길 바랐다. 그런 날이 오면, 미래가 명백해지는 날이 오면 나는 그때서야 우울증이 나을까. 이로서 6년 차다. 친구가 우울증 약을 먹으면 일상생활이 잘 안 된다는데 어떻게 버티냐고 했다. 사실 억지로 그냥 사는 거다. 무감각한 것도 맞고 잠도 많이 온다. 그래서 한동안 카페인 중독으로 살았다. 그러다 위장이 탈 난 적도 많았다. 가끔 약봉지를 보면 눈물이 난다. 그래도 단약을 하고 안 좋아진 기억이 있기에 억지로 먹는다. 왜 난 괜찮으면 안 되는 건지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답이 나오지 않기에 이제 질문을 그만 던지고 나아가기로 했다. 올해는 조금 더 나은 한 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