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없는 평화로운 세상의 이면을 보다
심화는 색현의 옆에 있으면서 하루하루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갔다. 색현은 학교 도서관에서 무지막지하게 많은 역사책들을 그녀에게 추천해주었다. 심화는 그것들을 꼼꼼히 읽으며 그 와중에 학교 시험도 준비하면서 세상에 대한 지식들을 쌓아나갔다. 어느날, 색현이 말했다. "오늘은 밖에 나가서 경험이란 걸 좀 하자." 심화가 물었다. "무슨 경험?" 색현이 말했다. "지금까지 니가 학교에서 공부하고 책을 읽은 것들은 모두 세상에 대한 간접 경험이야, 직접 경험을 해봐야 세상이 어떤 곳인지 확인할 수 있어." 심화는 신이 나서 말했다. "세상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줘." 색현은 그녀를 이끌고 법원으로 갔다. "오늘 우리는 배심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거야. 배심원 자격 같은 건 신경쓰지 마, 내가 다 손을 써놨으니까." 심화는 법원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사람이 거의 없어." 법원에는 피고인, 변호사, 검사, 속기자가 있고, 배심원들은 거의 없었다. 사실상 배심원은 심화와 색현 단 둘 뿐이었다. 심화가 물었다. "왜 배심원들이 이렇게 적은 거야?" 색현이 말했다. "우리 사회는 갈등이 없어야 하는 사회라서 사람들이 엄청 조심하면서 살다 보니까 싸울 일이 거의 없어. 당연히 범죄율도 적고, 법조인들이 하는 일들도 적지. 법조인들은 월급도 적게 받고, 재판이 이루어지는 과정도 엄청 간소하고." 심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장들과 검사는 피고인을 이방인, 병자 취급을 하며 재판을 이어갔다.
심화가 말했다. "이건 갈등을 없애려는 게 아니고 오히려 분란이 더 커지게 하려는 거 아니야, 피고인에 대한 존중이 없는데." 색현이 말했다. "갈등이 없어야 하는 사회에서 갈등을 계속 유발하는 사람들은 낙인이 찍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취를 취해야 하는 게 법원의 역할이고, 심지어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 조차도 별 말을 할 수 없어. 법조인은 따라서 꼭 필요한 존재여서 사라지지는 않지만 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지."
심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정말 아니야." 심화는 배심원석에서 열심히 재판에 집중했고, 자신의 생각을 줄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색현이 그녀를 말렸다. "심화야,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하지 마." 하지만 심화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들을 모두 적은 후, 제출하고 법원을 화난 듯이 나갔다. 색현이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법원을 나서는데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그들을 쫓아왔다. 색현이 말했다. "심화야, 뛰어!" 심화와 색현은 빠르게 달려서 겨우 그들을 따돌렸다. 한편, 법원에서 심화가 쓴 글을 본 판사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도대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이 사회에 있다니, 이방인이 들어왔나? 그건 말도 안되는 일인데."
심화가 숨을 몰아내쉬며 말했다. "갈등이 좋은 건 아니고, 범죄도 당연히 일어나면 안되는 건 맞지만, 갈등없이 세상은 변할 수 없어, 이건 잘못됐어." 색현이 말했다. "사람들은 안정된 사회를 좋아하니까. 대부분 기능론을 지지해. 너는 정말 갈등론자처럼 보여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위험해보일 수도 있어." 심화가 말했다.
"나는 어떤 주의자도 아니야. 단지, 지금 이 사회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이지."
색현이 말했다. "하지만 세상을 어떻게 바꿀건데? 이 사회는 아주 오랜 세월동안 이렇게 돌아갔어. 갈등은 나쁜 것이고, 그 갈등은 대부분 호기심, 질투심, 분노 등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감정들을 가지면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생각이 박힌 사회가 갑자기 변하려면 어떻게 해야한다고 생각해?" 심화가 곰곰히 생각해보며 말했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해. 외국의 사례들을 보여주고, 이제 교류도 활발히 하고, 수용하는 것도 배우고 실패하는 법도 배우게 해야 해. 호기심도 분노도 질투도 다 돌려받아야 해." 색현이 말했다.
"사람들이 그것들로 인해서 고통스러워지면 어떡해?" 심화가 말했다. "고통도 결정권은 개개인에게 있는 거지 그걸 가질 기회를 박탈할 권리가 있는 사람은 없어. 결심했어. 나 외국에 다녀와야겠어. 다른 곳은 어떤지 잘 살펴보고 올 꺼야. 이곳이 어떤지 조금 더 보고 난 후에, 내가 사는 세상을 더 잘 이해한 후에, 다른 곳들도 가볼꺼야. 내 호기심을 가져갈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으니까."
색현이 말했다. "해외에 가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가다가 잡히면 소리 소문없이 사라질꺼야." 심화가 말했다. "내 능력을 써서 다녀올꺼야. 그리고 지금 당장 갈 것도 아니니까 방법을 더 생각해봐야지. 부모님을 다시 만나러 가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