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없어져야만 하는 이유
심화는 부모님께 연락을 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연락을 받지 않았고, 원래 계시던 곳에도 계시지 않았다. 심화는 애타게 부모님을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나중에 알고 있던 이웃에게서 부모님이 이혼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이제 심화의 곁을 영영 떠난 것이었다. "나 때문인가...내가 괜히 나가서...." 심화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한참을 울다가 눈물을 닦고 일어났다. '엄마, 아빠, 나중에 내가 세상을 바꾸고 나서 반드시 찾으러 갈께요. 그때쯤이면 제 생각을 이해해줄 수 있으시겠죠? 엄마, 아빠니까.' 심화는 집을 나서서 색현에게 전화를 했다. "색현, 나 너네 집에서 당분간 지낼 수 있을까? 해외 나가기 전에 준비를 좀 할 곳이 필요해. 더군다나 지금은 방학이고 지금이 딱 기회야." 색현은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심화는 색현의 집에 갔다. 색현의 방에 들어가자, 바로 딱 앞에 MBTI 검사지가 보였다. INTP, 그리고 결정된 직업과 학과, 심화는 그걸 보고 한숨을 쉬었다. 색현의 방에는 책이 아주 많았다. 심화는 색현의 책장에서 책을 한 권 꺼내 읽기 시작했다. 색현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그 책은 정말 힘들게 구한 거야. 나는 책을 정말 많이 읽어서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거의 다 알고 있는 정도인데 점점 책들이 하나같이 다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 좀 지루하기도 하고. 그래서 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저자의 책을 읽고 싶어서 찾아보다가 정말 어렵게 구한 거니까 소중히 다뤄." 심화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색현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종류의 책을 모아둔 곳이 있어. 따라와." 색현을 따라가자, 엄청 큰 서재가 나왔다. 심화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호기심을 가졌다.
그녀는 여러가지 책을 즐겁게 보다가, 어떤 책 하나를 꺼내들었다. 책 제목은 <사람들을 사랑한 심리학 박사> 였다. 읽기 시작하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녀의 부모님 이야기였다. 심화가 말했다. "부모님이 사라졌어. 내가 괜히 집을 나가서 부모님끼리 싸우셨나봐. 그러고 보면 부모님도 모순적이셨어. 갈등은 사라져야 한다고 하시면서 두 분은 항상 갈등이 있으셨어." 색현이 물었다. "너네 부모님이 지금 이런 세상을 가장 추구하고 추진하는데 있어서 가장 힘을 쓰신 분들이 아니야?" 심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은 내가 호기심이 많은 걸 반대하셨어. 그래서 아무것도 보여주고 싶지 않으셔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셨어. 그러고 보니까 내가 부모님께 가장 방해가 되는 사람이었던 거야."
색현이 말했다. "부모님이 나가신게 너 때문이 아닐 수도 있어. 네 부모님이니까 너 처럼 잘못된 걸 바로 잡으러,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 집을 비우신 것일 수도 있잖아." 심화가 색현을 눈물 고인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더욱이 부모님을 찾아야 해." 색현이 말했다. "심화야, 우리가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려고 노력하면 그 영향으로 돌아오실 수도 있어." 심화는 책을 내려놓았다. 심화와 색현은 해외에 갈 방법을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심화가 자신의 능력들을 전부 나열해보았다. 'MBTI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의 감정 깊숙한 곳을 보고 치유해줄 수 있다. 감정을 흡수할 수 있다.' 심화가 시무룩해져서 쓴 종이를 바라보았다. "어쩌다보니 이게 다야." 색현이 말했다. "더 있는데 못 찾은 것일 수도 있어." 심화는 부모님이 쓴 책을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을수록 심화에게서 푸른 빛이 피어났다.
심화는 부모님이 사람들의 갈등사례와 그에 따른 치유법을 적어놓으신 걸 꼼꼼히 읽었다. 어떤 갈등은 사소한 것에서 어떤 갈등은 심각한 것들도 많았다. '살인, 유괴, 성폭행, 상속 문제 등.' 결국 이렇게 끔직한 것들로 이어진 것을 본 심화는 입을 자동으로 틀어막았다. 그녀는 울면서 말했다. "내가 잘못 생각한 걸까? 갈등이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줄 몰랐어. 내가 읽은 역사책들에는 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이 다 삭제되어 있었는데 우리 부모님은 다 적어놓으셨어." 책의 뒤 편에는 책의 후기들이 적혀있었고 부부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째서 몇 백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까지 적혀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음. 뭐 신도 아니고, 그냥 지어낸 이야기들 같음.' 심화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게 분노란 감정인가.'
색현이 말했다. "니가 책을 읽을 때 계속해서 니 몸에서 나오는 빛의 색이 달라졌어." 심화가 말했다. "그 빛을 어떻게 다시 나게 만들지?" 색현이 말했다. "새로운 책을 더 가져올께." 색현이 가려고 하자, 심화가 그를 붙잡았다. "아니, 이 빛들이 내 호기심을 포함한 내 감정들이라면, 내가 내 감정들을 내 능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소리잖아. 꼭 책이 아니어도 될꺼야. 니가 날 도와줘. 내가 너에 대해서 궁금해할께. 너에 대한 얘기를 해줘. 내가 모르는 새로운 사실들을 얘기해줘." 색현은 왠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다놓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심화는 그런 아이였다. 그에게 새로움을 항상 선사해주는 그런 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