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가 있는 세상(11)

차이점을 배워 나가며

by 칼미아

보호국에서의 생활은 실로 색달랐다. 평안안국과 같이 평온함을 추구하긴 했지만 새로움을 모색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았다. 색현은 심화의 거침없는 성격에 당황해하며 혼자 어색해했다. 심화는 그런 색현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전에는 본 적 없는 감정들을 색현에게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쁠 뿐이었다. 어느 날, 심화가 색현을 불렀다. "색현, 이리 와봐. 보여줄게 있어." 색현이 심화에게로 다가갔다. 심화는 색현에게 얼굴을 바싹 내밀었다. 색현에게서 여러 가지 감정이 나왔다. 그녀는 그 감정들을 거두어서 하나의 꽃으로 만들었다. "이 꽃 보이지? 이게 감정의 산물이야. 엄마랑 아빠가 쓴 책에 나와있어서 그대로 해봤는데 정말 해낼 수 있을 줄 몰랐어. 이 꽃들을 여기에도 좀 심어놓고 가고 싶어. 다른 나라에 들어오게 허락해준 대가로 우리도 뭔가 줄 수 있으면 좋잖아."

심화는 꽃의 이름을 짓기 위해 골똘히 생각했다. 색현이 말했다. 순우리말로 짓는 게 어때? 하예라꽃이 괜찮은 것 같아. 색현은 폰으로 사전을 열어 뜻을 검색해 심화에게 보여주었다. 하예라 : 예쁘게 하늘을 닮으며 자라라. 심화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마음에 들어. 하예라꽃." 심화가 말했다. "이 꽃은 다시 고향에 돌아가서 심어야겠어. 이 꽃들은 네 감정들로 만들어진 거니까." 심화와 색현은 본격적으로 보호국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심화는 밤에는 부모님이 쓴 책을 계속 몇 번이고 읽으면서 낮에는 보호국과 평안안국의 차이를 열심히 기록했다. 심화가 색현에게 말했다. "중간점검을 해보자. 자, 보호국에는 일단 종교의 자유가 있어. 우리나라는 아예 종교가 없어. 아마 종교로 인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 아예 없어져버린 것 같아. 종교의 좋은 점을 그럼 한 번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이곳은 MBTI로 사람을 분류하지 않아. 갈등을 줄이기 위한 법이 있긴 하지만 갈등이 우리나라보다는 많고 좀 시끄러워. 그래도 범죄는 거의 없어. 이 점이 궁금한 점이야."


색현이 말했다.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작아서 그럴 수도 있어. 사람 수가 적어서 갈등이 적은 것 같아. 그리고 내가 아까 의회에 가봤는데 국민참여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걸 쫙 정리해놓은 종이가 벽보에 붙어져 있었어. 그리고 광장에 가면 옛날 그리스 시대처럼 모든 국민이 참여해서 갈등을 없애는 시간을 가지고 있더라고. 물론 그리스 시대에는 여성과 노예는 참여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다 모여서 하고 있었어." 심화가 말했다.

"신기해. 현대의 방식과 옛날 방식이 공존하고 있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색현이 말했다. "발전과 변화를 위해서라면 어떤 방법이든 공존이든 공생이든 필요한 것 같아." 심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심화가 말했다. "회의가 열리는 시간에 그 광장에 가보고 싶어." 색현이 시계를 보고 말했다. "시간이 되면 종이 치더라고. 지금 치고 있어. 빨리 가자." 색현이 심화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심화는 뛰면서 색현의 옆모습을 쳐다보았다. 처음으로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이 감정은 뭘까.'


광장에 도착한 심화와 색현은 회의에 참석했다. 둘은 열심히 폰에다 기록을 했다. 회의 방식도 그리스 시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심화는 서로 의견을 내며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감정들을 살폈다. 이곳저곳에서 초록 계열의 빛들이 넘치고 있었다. 청록색, 초록색, 연두색, 민트색, 다 옅은 정도가 달랐지만 그 빛들은 서로 엉켰다. 심화는 이 광경을 보고 있다가 엉킨 그 빛들을 모아서 꽃을 만들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다가 완성된 꽃을 보던 사람들은 심화를 보고 놀랐다. 심화는 그 초록색 계열의 꽃을 광장 가운데에 심었다.

회의가 끝나자, 사람들은 역시 신들의 아이라며 심화를 두고 수군거렸다. 심화가 심은 꽃은 광장 한가운데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 심화가 회의가 끝나기 전에 말했다. "이 꽃은 여러분들이 열심히 협력을 잘할수록 더 잘 자랄 거예요.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거예요." 사람들은 심화에게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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