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을 맞이하는 자세
심화는 보호국의 학자에게 물었다. "박사님은 갈등이 세상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박사가 말했다.
"되도록이면 없으면 좋지요, 하지만 아예 없다는 건 불가능해요. 모든 사람들은 다 다른 기질이 있고 성격도 다 다르게 가지고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라는 증거가 갈등이지요, 이를 해결하면서 점점 발전하는 것도 갈등의 장점이고요. 단지 갈등을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해결할 과제로 여기면 아무 문제가 없을 뿐이지요. 양날의 검이랍니다." 심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호국에 머무는 기간도 1년이 다 되어갔다. 심화와 색현은 식량과 옷 등 들고 온 필수품 이외에 부족한 것들을 인심 좋은 사람들에게 얻으며 살아갔다. 심화가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하고 같이 살면서 관찰하면서 얻은 정보는 이 정도로 충분한 것 같아. 너무 오래 있는 것도 좀 눈치가 보여." 색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심화가 가면 갈수록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심화와 색현은 지도자와 보호국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하고 다음 곳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심화와 색현에게 마음을 연 사람들은 마음씨 따뜻하게 떠날 때 많은 지원을 해주었다. 물론 답례로 심화는 아주 많은 꽃들을 곳곳에 심어주었다. 심화가 말했다. "이 세상 모든 곳을 다 다녀오면 얼마나 걸릴까? 보호국에서 받은 세계지도를 보니까 평생 걸릴 것 같던데...우리 대학도 졸업해야 하잖아. 평안안국으로 돌아가자. 대학 졸업을 마친 후에도 계속해서 나랑 여행갈래?" 색현이 말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졸업 여행으로 갔다오고, 프리랜서직을 가진 후에 휴가를 다녀오거나 출장을 가면서 여행을 다니는 거야." 심화가 말했다. "프리랜서가 무슨 출장이야?" 색현이 말했다. "야, 프리랜서도 엄청나게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구."
"우리가 얻은 것들을 세상에 공유하기 위해서는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해. 즉 책을 써야한다는 거지. 그것도 가서 생각해보고, 지금은 바다를 좀 구경하자." 심화는 색현 옆에 앉아서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에메랄드색 바다는 햇빛에 의해 보석처럼 빛이 났다. 심화가 말했다. "사람들 마음은 저 바다처럼 정말 반짝이면서도 엄청 깊은 것 같아. 알다가도 잘 모르겠어. 그건 내 마음도 마찬가지고." 심화가 품 속에서 하예라꽃을 꺼냈다. "색이 점점 옅어지고 있어. 내가 피워낸 꽃들은 계속해서 색이 변하고 빛깔도 개개인의 감정의 강도에 따라 옅어졌다 짙어졌다를 반복해. 결국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거지." 색현이 심화를 바라보고는 하예라꽃을 만졌다. 그러자, 꽃은 옅은 분홍색으로 다시 바꼈다. 심화가 색현을 바라보았다. "분홍빛, 이 감정은 분명 긍정적인 감정인데 니가 나를 볼때마다 생기는 거야. 그러니까 너는 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거지?"
심화가 신나서 물었다. 색현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어, 맞아. 어쩌면, 나는 이 꽃의 색을 더 짙게 만들고 싶은 것 같아." 심화가 물었다. "어떻게?" 둘은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색현은 당황하며 말했다. "나도 몰라." 갑자기 배가 멈춰섰다. 심화가 말했다. "뭐지? 연료가 다 떨어졌나? 그럴리는 없는데. 보호국에서 충분히 챙겨왔는데." 색현이 심화의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 "우리가 잊고 있던 게 있어. 우리나라는 해외로 나가는 게 금지라는 거. 정찰병들이 우리를 보호국 스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는 무법자가 될 꺼야." 심화는 사색이 되었다. "아, 맞다. 어쩌지.." 둘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배가 멈춘 것은 정찰병이 이미 배의 일부분을 공격해서 멈추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만큼 그들은 가까워지고 있었다.
심화는 눈을 감고 생각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감정을 모아서 꽃을 만들거나 거두어들이는 건데, 혹시 꽃 말고 다른 걸 만들 수는 없을까.' 심화는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다가오는 정찰병들의 감정을 모으기 시작했다. 대부분 경계심, 두려움, 분노, 의구심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었다. 심화는 집중을 해서 꽃을 만들때처럼 감정들을 모았다. 옆에서 색현이 책을 펼쳐들며 말했다. "심화야, 머릿속으로 원하는 걸 생각해봐, 예를 들어, 어...지금은 폭탄을 떠올리는 게 좋겠다. 감정 폭탄이어서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꺼야." 심화는 머릿속으로 폭탄을 떠올렸다. 곧 초대형 폭탄이 떳고, 심화는 정찰병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이미 그들은 군대를 불렀고, 그들은 공격을 할 태세였다. 일단 폭탄을 뒤로하고, 심화는 그들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심화와 색현의 지명수배지를 가지고 있었다. 심화는 어쩔 수 없이 폭탄을 던져 터뜨렸다.
폭탄은 배를 함락시키지 않았다. 대신 해군과 정찰병들은 모두 공격을 하기에 너무 무기력해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심화는 그들을 걱정하며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색현이 말했다. "지금 시간이 없어. 빨리 들어가야 해." 심화는 도망치면서 색현에게 말했다. "색현, 우리가 돌아가도 우리는 범죄자인데 다시 대학에 들어갈수나 있을까? 세상을 바꾸기도 전에 기회가 없는 게 아닐까." 색현이 그녀의 어깨를 잡고 눈을 맞추며 말했다.
"야, 너 원래 이렇지 않았잖아. 잘 들어, 우리는 일단 시작했으니까 뚝심있게 해내고 말꺼야. 이제 다시 돌아설 수 없어. 너한테는 능력도 있고 의지도 있어. 이 정도 시련은 우리가 잘 해결할 수 있을꺼야. 시간에도 맡겨보고, 희망에도 맡겨보자. 나를 믿어." 심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지명수배지를 다 떼고 다니면서 숨을 곳을 찾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