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쉽게 맞닥뜨리는 경계선에 대하여
한창 우울증을 앓았을 때 아빠는 고모를 통해서 내 사주를 얻어오셨다. 나는 큰 나무인데 내년까지 뿌리를 내리려고 하면 도끼가 뿌리를 다 절단시켜버리는 시기라고 들었다. 2년 전에 너무 절망적이었을 때는 나 또한 사주나 점, 타로 앱 등을 깔았고, 타로점도 많이 보러 다녔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로 위로를 받고 싶어서 갔는데 신기하게 들어맞다 보니까 점점 믿는 정도가 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저 수치로 따지자면 5% 정도 믿는다. 왜냐하면 할 때마다 다르게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중에는 그 점괘에 내 일상을 끼워 맞추려는 억지스러운 경향이 스스로 생기는 걸 인지했기 때문이다. 힘들 때 위로가 되어준 걸로 만족했다.
이번에는 일본에 관해서다. 포켓몬빵이 유행했을 때 내 동생은 다른 친구들은 잘만 구하는데 자신은 못 먹어봤다고 사달라고 생떼를 썼다. 운 좋게 내가 얻어와서 결국 먹였는데, 나중에 우리 가족은 포켓몬빵의 로열티는 일본으로 간다는 걸 알았다. 노 재팬 운동을 했던 우리나라가 무색하게 드라마의 여파로 포켓몬빵 열풍이 분 것이다. 나중에 우리나라 캐릭터인 메이플 스토리로 빵들이 출시가 됐지만, 포켓몬빵에 대한 기사가 나와서 스크랩해둔 걸 봤을 때 아이러니했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일본에 콘서트를 많이 간다. 일본의 문화를 존중하고 언어를 익히고 일본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그 그룹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의구심이 든다. 우리는 어디까지를 문화로 존중하고 어디까지를 경계선으로 두어야 할까. 일본과 우리나라의 역사가 불편한 점이 많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역을 그만하거나 문화적 교류를 끊는 건 옳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외국산을 너무 사는 것도 문제가 되고, 그 나라 문화를 너무 흡입하려는 추세를 보이는 것도 곤란하다.
위에 두 경험 모두 경계선에 대한 이야기다. 문화의 융합과 고유의 문화 사이의 경계선, 문화의 존중과 과학적 사실 사이의 경계선, 이 모두 모호한 개념이다. 마치 사람을 한 중간에 서있게 만드는 것 같다. 보통 이렇게 말할 것이다. 문화는 문화대로, 사실은 사실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게 아니냐고. 맞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아마 정답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어서 어떨 때는 한쪽이 넘치고, 어떨 때는 조절하지 못할 때가 많다. 우리가 그럼 합당하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온 앤 오프가 잘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구별을 잘하고 상황에 따라 정신을 차리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며 편향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각각 따로 분리해서 보되, 역사의 영역에 개인적인 취향이, 혹은 나라 간의 문제에 평소 자신이 느꼈던 각국의 이미지를 투영해서 바라보는 건 안 좋다는 얘기다. 세상에는 모순이 너무 많고 이 주제도 그중 하나이다.
사주는 믿는 사람이 있고 안 믿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맹신하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면서 사주에 집착하지 않고 열심히 살다가 한 번씩 보면서 들어맞는다고 신기해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재미로 말 그대로 재미로 여기는 사람들 또한 좋은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정말 믿고 싶다면 그 마음도 존중을 물론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결국 이 주제에 대한 나의 결론은 지나치면 안 좋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도를 지나치면 원래 가지고 있었던 것들이 지워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게 좋다. 이게 우리가 모두 사람으로 태어나서 가진 가장 힘든 과제다. 적당히. 우리는 추구하지만 잘 해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게 사람이란 존재이기에 인류에 대한 기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주제에 따라서 글도 조금 모호해진 것 같다. 하지만 어떠랴. 세상에 모순은 이것들 뿐만이 아닌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