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을 사랑하는 법

달관의 경지를 향하여

by 칼미아

오늘도 엄마의 잔소리로 하루를 시작했다. 물론 듣고 나서는 왜 말씀하시기 전에 먼저 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0.1 초만에 스트레스가 쌓이는 걸 느끼고 괜스레 짜증을 낼 때가 있다. 오늘도 여러 이유로 잔소리를 들었다. 뭐 일상이었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었다. 내게 타격이 있는 주제들은 한정적이다. 생활습관이나 건강 걱정에 관한 잔소리는 타격이 없다. 다만 오빠가 내게 하는 잔소리나 엄마가 정말 진지하게 계속 똑같은 말을 계속하시면 그때는 스트레스가 된다. TED 강의 중에 오늘 들은 내용이 인상 깊었다. 스트레스는 코티졸과 아드레날린의 화합물로 밤에 잠을 자지 못하게 만들고,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강연자는 해결방법으로 미리 체계를 세우고 대비하거나 그 자리에 머물러서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주변을 살피는 것을 제시했다.


자, 그럼 일상생활에 적용해봐야겠다. 먼저 엄마, 아빠의 잔소리를 한 발 떨어져서 살펴보면, 대부분 걱정인 것들이 많다. 왜냐하면 엄마 아빠가 잔소리는 걱정을 포장하고 있다고 말했으니까. 요즘 듣는 것들은 성인병 예방 차원에서 짜게 먹으면 아빠처럼 고혈압 걸린다고 걱정하시는 거랑, 엄마는 제발 뭔가를 배울 때는 제대로 경청하고 남이 나한테 싫은 소리를 해도 기분 나빠하는 건 나쁜 태도라고 하시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내 귀에 바로 "얘야, 짜고 달게 먹으면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으니 그러지 말거라."라고 말씀하시지 않는다. 그런 가정이 더 이상하고 무섭다. 대체는 이렇다. "야, @#$%% 짜게 먹지 말랬지. 나중에 성인병 걸려서 아파서 골골거려도 우리는 모른다." 아니면 더 변질되면 나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인지 화풀이를 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더 어려운 버전이 있다. 밖에서 듣는 남이 내게 하는 소리다. 난이도가 올라간다.

아주 많은 필터링 작업이 필요하다. 집안에서도 밖에서도 이 작업 없이는 나 자신을 지킬 수 없다. 강의에서 첫 번째 방법이 미리 체계를 세우라고 한 것인데, 그 말은 일단 꼬투리 잡힐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내가 만약 깨우기 전에 미리 잃어 나고 방을 청소했다면 그냥 대답만 하고 끝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변수란 게 생겨서 만약 못했다면, 어차피 쓴소리를 들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님 같은 경우는 잔소리 패턴이 어느 정도 일정하다. 그래서 번역기가 필요하다. 내 머릿속의 번역기 말이다. 필터링 효과를 위한 체계를 몇 초 내로 머릿속에서 해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놔둬라, 나중에 저렇게 지내다 성인 돼서 찾아오면 내쫓아버릴 거니까 = 지금 제발 공부해라, 이 소리 듣기 싫으면 니 앞가림은 네가 해야 하지 않겠니." 이렇게 번역해야 한다. 만약 곧이곧대로 듣는다면 이미 하고 있다고 엄마가 나에 대해 뭘 아냐고부터 해서 한 마디 들을 것을 애국자 4절짜리까지 듣게 될 것이다. 오빠는 부모님과는 다르게 잔소리로 안 느껴지고 비꼬는 듯한 느낌이 더하다. 그때마다 속으로 전쟁을 선포해도 머릿속에 멘탈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정보만 쏙 빼가고 비꼬는 것들은 전부 오빠의 열등감 탓으로 돌리면서 계속 미소 짓고 있으면 된다. 해탈한 사람은 정신을 잃은 사람이 아니라 뭔가 큰 깨달음을 얻고 상태가 바뀐 사람을 의미한다. 미움을 사랑하는 것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는 것이다. 말이라도 기준을 높게 잡아서 뇌에 세뇌를 시키는 듯하다. 내가 미워하는 것들까지 사랑하고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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