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드는 의구심

사주는 그냥 재미로 보는 건데...

by 칼미아

사람들은 사주는 그냥 재미로 보는 거라고 말한다. 내 부모님도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내가 한창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어 가족들이 다 같이 힘들었을 때, 부모님은 타로점, 사주 등을 보러 가셨다. 어딜 가도 사주는 비슷하게 나왔다. 땅은 한 평 밖에 없는데 열매를 엄청 많이 달고 있는 나무가 여러 개라고 30대 초반까지는 엄청 고생할 거라고, 그 후부터 잘 풀릴 거라고 나왔다. 이번 해와 다음은 도끼가 나무의 뿌리를 내리쳐서 잘 안될 거라고. 부모님은 그때 너무 답답해서 타로와 사주를 보러 갔다고 말씀하셨다. 그럼 내 사주를 보면 30대 초반까지는 고생할 거라는데 나는 내 20대를 너무 기대하고 있다. 한 마디로 상처받을 거란 말이다. 세상에 대해 또 의구심을 품고 자칫 또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사주는 재미로 보는 것이고 완전히 맞다고 믿지 않기에 가볍게 들으려고 했다. 하지만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았고, 그 기분이 묘하게 계속 남아 내게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만약 사주대로 흘러간다면, 나는 힘든 것과 무관하게 그냥 열심히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 주저앉아서 죽음을 갈망하는 것은 쓸데없는 소모적인 일이라는 걸 깨달았으니까. 높은 곳에 올라가서 이미 확인했다. 나는 죽음을 무서워하고 절대 행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면 남은 보기는 사는 것 밖에 없다. 그럼 잘 살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내 선천적 기질이 바뀌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다. 바꾸지 말고 강점을 살리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는 믿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나 자신에게 의구심이 든다. 혹여나 나는 이런 것들을 잘 믿는 타입의 사람인가 하고. 답을 얻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럼 위로를 받으러 가는 곳인가?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부모님도 모순을 가지고 계시고 나 또한 가지고 있다.


어차피 모두에게 답은 하나다. 그냥 자신의 인생을 잘 살려고 노력하고 그냥 살면 된다. 사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열심히 노력 안 할 건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애초에 안 들었더라면 뭔가 달라졌을까 싶기도 하다. 내가 힘들었을 때 이 결과를 고모에게도 아빠에게도 엄마에게도 들었다. 우울할 때는 판단력이 흐려져서 맹신을 하게 된다. 지금은 거기서 벗어났지만 나는 한때 샤머니즘에 약간의 호기심이 생겼다. 왜냐면 나 자신 자체가 그때는 비현실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주가 좋건 나쁘건 자신이 자신의 기회를 잘 캐치하지 못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좋은 운도 다 떠나간다. 결국 모든 것은 자신이 하기 나름이다. 그래서 나는 절대 내 미래를 사주에 투영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내 삶은 그 결과보다 더 가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중에 흐름이 바뀌었다고 들을 수도 있지 않을까. 뭐... 인생이 뜻대로 된다면 그건 더 이상하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고민은 안 생길 수 없고, 고난은 끝없이 올 수밖에 없다. 개개인의 차이는 상대적일 수 없고, 결국 절대적인 것이라서 세상은 스스로와의 싸움이다. 내가 좋아하는 래퍼 미란이의 가사처럼 다 싸워본 뒤에 판단하고 싶다. 모든 걸 운의 탓으로 돌리기엔 유효기간이 있다. 또한 그러기엔 인생이 너무 짧은 것 같다. 부디 좀 더 나이를 먹고 나서도 이 의지를 굳건히 가지고 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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