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가는 정신줄을 다시 잡으며
오빠는 엄마가 나랑 자신을 키우는 방식이 다른 것에 대해 엄청 서러워한다. 오빠는 강하게 키우면서 나는 봐주면서 키운다는 것이다. 성향이 달라 그렇게 된 거라는 엄마의 말에도 오빠는 서운해한다. 오빠한테 대들고 싶지는 않았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그것도 할머니 집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내 자존감을 긁는 말들을 퍼부으며 내가 자해했던 때를 언급하면서 나를 비정상인으로 몰아갔다.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크게 대응하지 않았다. 오빠랑 티격태격했을 뿐인데 엄마가 나를 제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오빠는 불만을 표하며 엄마랑 냉전을 이어갔다. 나는 미아 로드리게즈의 Shut up이라는 노래를 오빠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싸우자는 걸로 보일테니 마음속으로만...
엄마한테 오빠랑 도저히 말이 안 통한다고 했다. 엄마는 오빠가 20대 중반이라서 삶에 대한 희망이 점점 줄어들고, 기회도 줄어들고, 인생에 대한 회의감도 큰 시기라서 그렇다고 했다. 오빠는 해가 거듭할수록 부정적으로 변한다. 그리고 엄마는 내 뇌리에 박히는 말을 하셨다. “너는 나중에 저 나이에 안 그럴 것 같니?”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 하지만 분명히 오빠처럼 되겠지. 점점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면서 불만이 쌓일 것이다. 오빠가 가여우면서도 미래의 내 모습 같아서 기분이 찜찜하다. 머리로 이해는 하지만 가슴속 깊이 공감을 해 줄 수 없는 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제의 단점이다. 사과를 할까 싶기도 하지만 오빠가 나를 한심하고 나약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게 너무 싫다. 나도 스스로 하고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엄마랑 오빠는 그런 점은 하나도 보지 못한다.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내 진가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꼭 가족이란 법은 없다. 오빠는 좋은 대학 가봤자 나는 바닥을 길 것이기 때문에 장학금 못 받는다고 그럴 거면 왜 가냐고 한다. 오빠한테 인정받고 싶기도 했고 오빠를 이기고 싶었다. 오빠는 모르겠지만 나도 오빠로 인해 비교받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엄마는 그냥 삼 남매가 다 싫다고 한다. 셋 다 자신을 힘들게 한다고 이럴 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하소연을 한다.
유명한 인강 강사 선생님들은 수능을 앞두고 인생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하지만 않아도 공부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말하며 동기부여 영상을 올리신다. 솔직히 자기 합리화를 하며 보내온 시간들이 있어서 찔렸다. 하지만 계속 수능에 대한 악몽을 꾸고 무섭기만 하다. 그냥 노력만 하면 된다고 스스로 말하고 안 긴장한 척하지만 결국 그건 그냥 그런 척한 것임을 또 확인했다. 이런 긴장감이 싫다. 두 달 남짓 남아서 기말고사나 중간고사의 느낌이 난다. 제일 싫어하는 긴장감이다.
'엄마는 마음속으로 내가 작가보다는 국제통상학과를 가길 원하겠지만 만약 내가 문창과를 붙으면 난 반드시 거기를 갈 거예요. 안정적인 길이랑 안정적이지 않은 거를 봤을 때, 만약 실패하면, 국제통상으로 갔는데 실패하면 나는 못나게도 엄마 탓을 할지도 몰라요. 문예창작과를 가서 실패하면 나는 그 누구도 탓할 수 없어요. 다들 뜯어말려도 내가 간다고 했으니까. 인생이 한 번뿐이니까 힘들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나는 행복할 것 같아요. 그러면 실패를 해도 극복 가능한 게 될 테니까. 그리고 요즘 안정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불안정으로 바뀌고 있어서 그 누구도 몰라요. 엄마는 내가 뭘 선택해도 존중해주겠지만 나중에 대학 고를 때 최종선택은 제가 꼭 할 거예요.'
위 내용은 내가 엄마께 보내려고 하다 지운 메시지 내용이다.
하지만 나도 모순 덩어리였다. 대학 이름 때문에 나는 국제통상학과를 선택하고 싶어 졌고, 이내 마음이 바뀌고 있다. 그러면서 어느 과를 나와도 작가는 할 수 있다며 자기 합리화를 하며 현실에 굴복하고 있다. 이게 나쁘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모도 내 꿈을 응원해주면서도 밥벌이는 하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모순을 드러내셨는걸. 세상은 왜 이런 걸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을 때 실패했을 때 과연 나는 극복해낼 수 있을까. 이 꿈을 동기로 삼아 수능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작가라는 꿈이 너무 고맙고도 두렵다. 성공하기 힘든 사회에 살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 경쟁이 난무하는 곳은 과연 건강한 나라임을 증명하는 게 맞을까?
어마어마한 발전을 가져온 주인이 경쟁이 맞을까? 양면성을 가지고 있겠지. 나는 또 모순적이게 국가의 발전의 전체적인 부분에서는 좋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내 일이 되고 나니 안 좋다고 생각하고 있구나. 아이러니하다. 이 문제를 고칠 수 있는 걸까. 어떤 해결책도 제대로 된 게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일단 대학은 다 붙어놓고 나서 결정을 하고 지금은 내 앞에 놓인 수능을 제대로 준비하는 게 좋겠지. 불안과 고민 등은 없었다는 듯 뒤에 숨겨두고. 잘 살고 싶어서 생기는 고민들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 모순이다.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능력인 융통성을 좀 더 키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