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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인도령 Jan 18. 2024

작은 식품 회사에서 벌어진 해고 사건에 대해 조망함

안하무인인 중소기업 대표에 대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큰 기업에 있다가 작은 기업을 입사할 때는 상대방 말만 듣고 덜컥 입사해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어서 그걸 정리해보려 합니다


제가 아는 지인은 10월 말에 회사에서 면팀이 되고, 조직이 흡수됩니다. 외부에서 보면 중요한 부서였긴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회사에서는 내년 경기 전망이 좋지 못할 것을 가정하고 미리 조치를 취한 것이었죠. 당시 각 사업부에서 4개의 팀을 정리했는데, 단기적으로는 팀장 수당 (30만 원 + 휴대폰 지원 10만 원 + 법인카드 10만 원 = 50만 원 X 4 = 200만 원)이 아니라 이들이 가지는 인건비  (1년 2억 +@)를 줄이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손을 쓰는 것이 인건비 절감이니까요


그렇게 지인은 한 달 멍하니 있으면서 웹서핑을 하면서 구직활동을 했지만, 나이가 이제 50인지라, IT와 재무 쪽이 아니라면 직장을 잡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2주 정도 지났을까? 대표가 불러서는 '이제 해당 팀의 팀장으로 있을 수 없으니, 다른 사업부장들에게 잘 얘기해서 살길을 도모하거나, 아니면 진지하게 나가는 것도 생각해 보라'는 말까지 듣습니다.


그렇게 막상 닥치고 보니 마음은 조급해지고, 회사를 다니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냥 회사에 출근해서 밥만 먹고 왔다 갔다 하면서, 드는 생각은 오로지 '그만둠'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지인이 닥친 현실은 나이 50살에 영업 관련 보직을 뽑는 곳은 10군데. 그나마 실제로  이력서를 쓸 수 있는 회사는 2-3개가 고작, 경기가 좋은 시절이면 모르지만, 있는 회사들도 줄줄이 사람들을 내보내는 상황에서 머리만 굵은 대기업 출신 팀장을 뽑는 건 누가 보더라도 만만한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래도, 꾸준히 이력서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11월 말에 한 군데 식품 회사에서 연락이 옵니다. 온라인 영업총괄을 뽑는다는 거였죠. 물론 , 지인의 후배가 찾아준 정보로는 좋은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그곳 사장의 변덕이 심해서 직원들 퇴사가 높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지인의 후배는 극구 입사를 말렸다고 합니다. 들어가더라도 3개월 안에 나올 거라고.


그래도 한번 면접이나 봐보자는 마음에 회사를 가보니. 직원들은 친절하고, 사장도 나름 철학을 가지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 보였다고 합니다. 사장은 1차 면접에서 '아직 당신을 잘 모르니 회사 사업 계획서를 만들어서 2차 면접을 보자'라고 제안을 합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서 발표를 했고, 사장은 같이 일해보자는 얘길 하기에 이릅니다. (물론, 자신에 대한 악담이 있는데, 본인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의 직장에는 장기근속이 많다는 말을 강조해서 얘기했다고 합니다)


이제 결정만 남은 상황인데. 그 회사 전략기획팀장은 언제 그만둘 거냐며 계속 연락을 해오면서, 일본 현지 워크숍이 있는데, 같이 가자면서 퇴사를 종용합니다. 이미 기존 회사에서 마음이 떠난 상황이라 극비리에 한 사람하고만 얘기를 진행하면서 이틀 만에 회사를 그만둡니다. (그만두는 것에 대해서도 언제 대표에게 얘기할 까 고민하다가, 퇴사 전 2-3일 전이 좋겠다는 조언을 듣고 실행에 옮겼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아직 입사 전인데도 불구하고. 대표와 그곳 관리자들과 함께 일본 워크숍을 같이 갑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관리자급과 3일 정도 지내면서  사장이 상당히 추진력도 있고, 사업가로서 자질이 있는 것으로 비쳤습니다. 하지만 워크숍 막바지에 직원이 의미심장한 말을 합니다.


'이번 워크숍은 좋은 거 1이고, 나머지 9는 좋지 않은 일만 있을 거라고, 그렇지만 좋은 회사니 버티라'라고..


워크숍을 다녀와서 12/18일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첫 주에는 다시 사업계획을 만들라고 해서 자료 작성했고, 그 중간에 사장이 새로 뽑힌 직원들 대상으로 입사교육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둘째 주에는 사장은 가족여행으로 일주일 자리를 비웠는데, 그 주 금요일에 진행 중이던 네이버 인플루언스 마케팅을 챙기고, 운영 중인 상품을 분석하고, 사업계획 발표 때 보고 했던 추가 입점 등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일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조급했지만 일의 진척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네이버 인플루언스 마케팅의 경우, 이미 15년 전 네이버가 잘 나갔을 때 했던 패턴을 다시 하라는 거였는데, (인프루언스에게 현물을 주고, 여기 회사에 좋은 글을 적어달라는 내용) 이제는 인플루언스 영향력도 많이 떨어진 데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활동을 하면서 그 영역을 넓힌 상황이고, 무엇보다도, 돈을 원한다는 거였습니다. 사장이 목표로 한 20명은커녕 6명 정도만 응모를 해서 다시 진행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합니다. 또 운영상품들도 주먹구구식이라 판매가 되게 하려면 손을 많이 봐야 하는 상황인데. 가격, 판촉 모두 다 사장이 컨펌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장이 해외여행에서 돌아온 12월 말에 부재중 업무보고를 드리면서 이벤트 진척사항과 온라인 쇼핑몰 입점 추진 등을 보고하는데, 지인에게 갑자기 화를 냈다고 합니다. 본인에게 보고할 때는 진행사항 보고가 아니라 '목적, 방법, 비용, 효과'를 넣어서 보고해야 한다고요. 그리고 당시 종이로 보고를 했는데. 본인 회사는 페이퍼리스 회사라고, 종이 없이 보고를 하라면서 크게 화를 냈다고 합니다.


셋째 주에는 본사에 가서 관련 직원들에게 업무계획을 보고한 후에 협조요청을  했고, 이어서 진행사항 등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꾸려가는 과정에서 대표지시로 마케팅 보고서를 만들었고, 그것이 잘돼서 그 주에는 해피하게 끝났다고 합니다. (네이버 쇼핑라이브 방송과 관련된 일이었는데, 진행일자도 받았고, 그거 관련해서 직원도 뽑았다고 하더군요.) 넷째 주에는 회사 정기보고가 있어서 지방 출장을 이틀 다녀왔고, 이곳에서는 전주에 완료된 네이버 쇼핑라이브 관련된 진행사항 보고를 하는데. 거기서도 '나한테 이따위 보고를 하냐. 다시 한번 여기 다니는 것을 고민해 보라'면서 화를 냈다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서 같이 일하는 팀 간에 오해가 생기면서, 대표가 아끼는 팀장이 제  지인과 본인이 싫어한 팀의 팀장을 투서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 출근해서 업무를 하려는데, 먼저 같이 입사했던 전략기획실장이 와서 '대표가 일의 진척이 늦은 것에 대해 오해를 하는 거 같다. 그러니 자주 보고를 해야 할거 같다'는 말을 전해줍니다. 그리고 한 시간 뒤에 갑자기 얼굴을 보자고 하더니, ' 대표가 그만 봤으면 한다. 그러니 정리해서 12시 전까지 자리를 비워달라'라고 합니다.


구체적인 퇴직사유도 없이, 그냥 업무처리가 늦는다는 이유로 한 달 만에 해고를 했습니다. (투서를 받았던 팀장과 같이)


그날은 11시부터 같이 입사했던 분들과 점심 겸 술을 먹고, 이후로는 같이 퇴사한 친구와 같이 장소를 바꿔가면서 저녁 8시까지 술을 먹고 집으로 갔다고 합니다. 억울하면서도, 황당한 일을 겪으면서도 대표는 단 한 마디 사과나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고, 당시 뽑았던 전략기획팀장만 '미안하다'는 말을 문자로 보내줬다고 합니다




이 얘기를 듣는데, 저부터도 화가 나더군요. 사람이 회사를 입사하고 퇴사하는 건 어쩌면 그 사람의 인생이 달린 문제일 수도 있는데. 저렇게 마음에 안 든다고 일방적 통보를 하고 자를 수 있는지? 말입니다. 그런 사장은 지금도 아주 성공한 사업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한 이야기였습니다. 직원들은 종처럼 부리면서 좋은 말들은 다 갖다 붙이면서 자기만  잘났다고 하는 안하무인 같은 사람들이 경영자라는 것이 지인의 말을 듣는 내내 그런 일로 상처받았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멀쩡한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회사로 옮긴 건데,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황당하게 나오게 된 사항에서 제 지인이 잘 극복해서 전화위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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