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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인도령 Jan 22. 2024

지인 부모님 애사를 어떻게 챙기는 것이 좋은가?

대학교 선배 부친상 소식에 부의금만 낸 사연

사실 인간관계의 시작과 끝은 애경사가 아닐까 싶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큰 일을 치를 때마다 관계는 빛을 발하기 마련.  돈과 명예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야 그렇게 어려울 것이 없겠지만. 일반 서민들에게 애경사는 매우 큰 일에 속한다. 돈이 한두 푼이 드는 것이 아니기에. 오래전부터 두레, 품앗이가 있어온 것은 그런 큰 일들을 대비해서 가져온 우리의 문화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양반과 상민 (평민)으로 나뉜 조선시대에 있어서 대부분은 상민에 속했고. 이들 계층은 농사를 지으며 국가에 세금을 내야 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농지도 없이 소작농으로 일하던 시절이라 궁핍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전쟁이나 기근이라도 나면 그냥 죽어나가는 것은 상민들의 몫이었던 시절에서 어려울 때 서로에 대한 지원은 생존 그 자체였다고 생각한다. 


조선이 망하고 일본이 지배를 하고 독립과 동시에 전쟁과 복구 그리고 경제성장을 한 오늘날에 있어서도 그런 건 유효하다고 본다.조선이 망하고 일본이 지배를 하고 독립과 동시에 전쟁과 복구 그리고 경제성장을 한 오늘날에 있어서도 그런 건 유효하다고 본다.


그런데 코로나가 참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비대면 문화 덕분에 애경사 문화를 통째로 흔들어 놨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지인들의 직계는 아주 친하지 않다 하더라도 직접 가서 문상하고,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였다. 심지어 친한 친구들은 그날 밤을 지새우면서 고스톱을 치면서 밤을 새우고, 다음날 운구를 도와야 했다. 



지금은? 조금 멀다 싶으면 그냥 안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됐다. 부조만 하더라도 상대방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상갓집에 사람들이 코로나 전과 비교해 보면 천지개벽을 했다


오늘도 (원래대로 했다면) 나는 대학교 동아리 선배 부친상이 있어서 코로나 전이었다면 지방에 다녀와야 했다. 


문자는 어제 받았는데. 고민은 많이 했다. 비록 대학교 졸업 후에 선배의 행적을 보면, 늘 말만 '만나자'라고 했지. 모임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분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코로나 기간에 그 선배의 모친상이 있었는데. 그때는 서울이라 시간 내서 방문을 드려서 문상을 했다. 그런데 이번엔 지방이다. 아버님 고향이 전라북도 익산이다 보니. 친척분들도 계시고 해서 그쪽으로 모신 듯싶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지만. 오늘 그냥 눈 딱 감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더욱이 최근에 내 개인적으로도 안 좋은 일이 있다 보니, 누구를 챙기는 것도 오지랖이라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무시할 수 없는 게 교통비. 경상도 어느 지방에 가면 멀리서 오는 분들은 형식적이나마 교통비를 일부 챙겨주는 곳이 있다. 하지만. 다른 지방은 그대로 돈을 내가 부담해야 한다. 누가 같이 가면 모르겠지만. 요즘 지방을 왔다 갔다 하면, 부의금 하고. 교통비 합치면 15-20만 원이 드는 셈인데... 그렇게 만만한 돈은 아니라 마음은 찜찜했지만 안 가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앞으로도 , 이런 일이 많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꼭 가야 할 곳인지?를 판단해서 움직여야 할 거 같다. 앞으로도 , 이런 일이 많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꼭 가야 할 곳인지?를 판단해서 움직여야 할 거 같다.


애경사를 챙기기 전에 스스로 물어볼 질문들 (개인적 생각)


1) 상대방과 얼마나 친한지? (아니면 이해관계)

   - 적어도 1년에 한두 번 연락은 하는지?


2) 내가 우환이 있을 때 올 사람인지?

   - 성향을 봤을 때 기브 앤 테이크가 가능한지?


3) 현재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이어질지?

   - 적어도 10년을 내다봤을 때. 그때도 친한지?


4) 내가 받은 신세가 있는지? 갚아야 할 은혜라도?


5) 같이 갈 수 있는 멤버가 있는지?


7) 내가 직접 방문했을 때 고마워하는 사이인지?


8) 꼭 가야 할 이유가 있는지?


9) 안 갔을 대 나중에 껄끄러운 사이가 될 수 있는지?


0)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불편한지?


등에 대해 스스로 질문한 뒤에 적어도 5개 이상 걸리는 것이 있다면 가야 하는 것이고, 아니라면 부조를 낸다거나, 위의 질문 중 관계의 지속성에서 의문시된다면 부의조차도 안 해도 무방하지 않나 싶다.


세상은 그렇게 바뀌었고, 이제는 괜한 선한 영향력을 보인다고, 누구에게나 친절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건 이제 오지랖일 뿐이고, 그렇게해서 내가 남들에게 좋게 보인들 그것이 내게 도움이 되는 것과는 별개라고 본다




2022.11.27 기록


살다 보면 바쁠 때도 있고 한가한 때도 있고 가장 안쓰러운 건 애경사 참석여부인데 지금은 한창 바쁠 때인 거 같아. 직장인으로서의 삶과 사업자로서의 삶은 너무도 다른 거 같아. 이젠 남은 인생은 어떻게든 내 것을 만드는 거인데, 그 모든 관계도 결국 경제적인 여유로움에서 벗어나지는 못하는 게 아쉽네. 함께 동고동락도 경제적인 희생을 공유하지 않으면 결국은 모두가 비슷한 거 같아 관계도 포함해서


오늘의 내가 치열하게 먹고 사는 것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으면 3년 뒤의 내 모습은 그저 똑같은 나인 거 같은


- 문규선. 2022.11.27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지다 보니. 다시금 인간의 도리  여부가 다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그전부터. 우리가 살아가면서 조금은 당연시보던 애경 사인데요. 저도 사실 나이가 있는 데다. 주변으로 제가 챙길 만큼 잘하고 있는 후배도 없다 보니 사실 애경사로부터 해방됐나 싶었는데, 그래도. 몇 년 동안 보지 안 았지만 연락을 했던 후배가 최근 결혼해서 축의금과 함께 사진을 찍어 쥤습니다. 그러나. 지난주에 있던 대학교 선배 부친상에는 부의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2005년 동아리 행사 때 본 거 외에는 연락 한 번 안된 선배까지 챙기는 건 오지랖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친구모임으로 매월 만나는 친구가 나이 50에 둘째가 태어났는데 축하 인사도 선물도 안 했습니다. 이유는 그동안 늦은 결혼식과 첫째 아이 태어났을 때 나름 챙겨 왔는데. 상대방의 반응이 시큰둥했기 때문입니다. 큰 걸 바라는 게 아니라. 그 흔한 <고맙다>는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제가 느낀 건, 무덤덤함이었습니다


원론적으로 다시 돌아가서 우리가 누굴 챙긴다는 건 내가 시간이 많거나. 돈이 있거나, 지금 상황이 좋아서 가 아닌데도. 상대방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한 행동을 취한다거나 하면 그 사람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 외에도. 앞으로의 삶은 기브 앤 테이크 적으로 살아 보려 합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고마운 분들에게 아침 인사를 하는 건 숫자는 줄이더라도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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