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스페인 순례길의 마지막 후반부를 혼자서 걸으면서, 나와의 시간을 제대로 가졌던 거 같다. 그러나, 그 시간은 결코 편하지는 않았다. 여유 있게 걷기보다는 하루 평균 30km를 넘는 길을 걸었고, 긴장도 많이 했던 탓인지 점심도 제대로 안 먹었던 거 같다. 길을 잃어버린 적도 몇 번. 그러나 그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다시금 제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비수기였기에 더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나는 그런 모든 과정을 즐기면서 걸었다.
어쩌면 함께 했던 시간도 좋았지만. 혼자서 걸었던 후반부 시간은 더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그 시간을 안 가졌다면,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내가 스페인 순례길에 왔던 이유는 내 혼자가 돼보려 했던 거였으니까.. 무슨 거창한 생각보다는 나 혼자서도 꿋꿋하게 길을 걷는다는 사실이 나 스스로에게 감사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산정상에서 하룻밤을 잔 뒤에 내려가는 코스인데. 잠깐 한눈파는 사이 길을 잃어버립니다. 한참을 내려가다 스페인 농부아저씨에게 도움받아 다시 올라오고 할머니가 주는 밀가루 설탕빵을 먹고는 돈을 많이 드렸는데 알고 보니. 한국인들로부터 악명 높은? 분이셨다고 알고나서는 실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되돌아보면, 그분은 한국인에게 설탕빵을 주고, 돈을 받았지만, 한국인이 후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나 싶다
❤️
이후에 , 산을 다 내려왔는데 밑에 마을에서 머물까? 고민하다가 다시 10km 더! 걷기로 결정. 하지만 걸어온 거리보다 지친 뒤에 걷는 10km는 무척 더 힘들다는 당연한 진리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걷기로 했다
<이날의 기록>
순례 24일 차. 오브세이로에서 사모스까지
. 처음 5km는 '올라갔다 & 내려갔다' 를 반복
. 갈리시아 지방에 오니. 가축들을 방목을 하네요. 닭도 개도. 다들 거리를 활보합니다
. 혼자 가디 방심한 틈에 길을 잃었습니다. 다행히 천사 같은 스페인 분이 알려줘서 다시 제대로 ^^
. 마지막 15km 구간에서 능선을 타다. 마지막 3.4km 구간이 내리막길입니다
. 내친김에 사모스까진 갔지만. 수도원 알베르게는 시설 이 꽝이라. 그 앞 호스텔에서 25유로에 머물렀습니다. 알고 보니 글을 쓰시는 분으로. 젊을 때 산티아고 순레길 책도 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던 분이셨더군요
. 그 외에는 비수기 기준으로. 저녁 은 정말 어두컴컴합니다. 종교적 이유나. 아름다운 소도시를 꿈꾸는 분 들 에겐 추천이지만. 슈퍼 식당 등의 생활 편의 시설을 고려하는 분들에겐 전마을에서 쉬는 걸 권해드립니다. 그건 성수기 때도 해당됩니다
. 이틀을 괴롭히던 물집이 안정단계라 한숨 돌렸습니다
밑에 내려와서 사모스까지의 코스는 시골길입니다. 마을이 군데군데 있는 인적이 드문 시골마을 흙길들 걷는 데는 무난했지만 이미 많이 걸었던 터라 지침이 많은 장애가 됐던 시간이었습니다
커다란 수도원이 있긴 했지만, 마을은 크고 작은 숙소 4.5개와 식당 3개 경찰서 1개 등 그렇게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한눈에 봐도 과거엔 교통의 요지였던거 같습니다
예상했던 숙소는 문을 닫았고, 수도원 알베르게는 너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보니. 난방이 안돼서 춥다는 말에 여기저기 본 끝에. 식당이 딸린 호스텔 (알베르게 보다 좋은 시설로 5,6만 원)에서 묵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비수기라서 그 큰 건물에 혼자서 투숙이라 약간 뻘쭘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나마. 재미난 건 이곳 숙소주인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나서 책을 쓰신 작가이기도 해서 약간 담소를 나눴고. 이후 다음에 오는 일행들에게 소개를 시켜줘서 다음날 이곳에서 생일 파티를 했다고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