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기록
산티아고 순례길도 거의 후반부에 접어드는 시점. 그래도, 처음 가보는 곳이라 매일매일이 새날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 좋은 날들이었다. 나는 전날 숙소에서 다시 만나게 된 분이 (순레길 4일차에 만나서 보름정도 같이 걸었던 한국분) 해주시는 스파게티를 먹고 숙면을 취한 덕분에 늦잠을 자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아침 8시 30분. 내가 있는 작은 마을은 여전히 인기척도 없다. 어제 같이 했던 분은 서둘러서 떠난 지 오래. 나도 일어나서 (식당도 많이 없지만) 아침 일찍 오픈한 가게를 찾아서 모닝커피 한잔 주문해서 먹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만약 4-10월 사이 성수기에 왔더라면, 많은 사람들을 만났겠지만, (만나더라도, 사실 언어가 안되면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특히 남자들은 더욱더) 지금은 비수기. 여전히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래도 다행인 건 사리아 이후부터는 순례객들이 제법 늘었다는 사실이다. 순례증 증서를 발급하는 기준은 사리야에서 산티아고까지 5일 여정 100km만 하면 주는 거라서 많은 사람들이 이 코스를 선호한다. 사실 5일을 걷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내가 논산훈련소에서 수료 끝나기 며칠 저네 행군을 했는데, 간편 군장으로 새벽 내내 걸었는데. 그렇게 걸었어도 20킬로 정도 되지 않나 싶은데. 100km는 걸어야 수료증을 주니. 산티아고가 더 혹독하긴 한 거 같다
<당시 기록>
오늘도 많이 걸었습니다. 26km
. 오늘은 전체적으로 편한 길이었습니다
. 목적지까지 15시에 도착했으니. 순탄하게 걸었습니다
. 그러나. 역시나 문제는 늘 누전된 피로와 짧은 언어 였습니다
. 그래도 손짓 발짓 잘해서 저녁엔 숙소주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뒤에서 하루 늦게 오는 일행들에게 보냈던 글귀>
. 아스팔트 숲길이라 걷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26km 구간이라 다소 길 수 있습니다
. 필라 스데 레이까지 가는데 마을 다운 마을은 없으며. 간식은 오늘 슈퍼에서 미리 구매하세요
. 가는 도중 연 바(Bar)는 총 4개인데.
- 08:30 ~ 10:50에 도착했으니 첫 번째 바는 약 2h 30m 지점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순례객 들은 이곳이 가는 도중 마지막 바라고 얘길 합니다) 대부분 여기에서 간단히 간식 섭취를 합니다
- 10:55 ~ 11:20 두 번째 바는 다시 20분 정도 걸어서 나옵니다. 사람들이 없는 걸 봐서는 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11:30 ~ 13:30 세 번째 바는 호텔에서 운영하는 식당인데. 이곳 도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아마 시간이 어중간해서 이거나 가격이 비싸거나? 일듯 합니다
- 13:30 ~13:50 마지막 바는 목적지 직전에 있는 바인데 나름 사람들이 많았고. 순례객들이 점심을 먹는 모습도 목격 됬습니다
- 저는 08:30 ~ 14:40으로 총 6h (휴게시간 약 30m) 이므로 참고하시면 될 듯싶습니다.
- 나름 많이 쉬지 않고. 지안 누님을 길 위에서 만나기 위해 노력했 이나 따라잡는데 실패했습니다 (저와는 출발 오차 30m 내외) 정말 근두운 (손오공이 타고 다니는 구름)을 타신 듯이 바람처럼 쏜살같이 목적지에 도착하셨다는 후문입니다. <끝>
이미 꽃들은 막 피기 시작했다. 이날이 2020년 2월 26일이었는데. 우리나라와는 한 달 차이가 나는 듯싶었다. 우리도 매화와 목련을 보려면 3월 보름은 돼야 가능하므로, 그렇게 따진다면 유럽의 봄날은 한 달이 빠른 셈이다. 그래도 아침공기는 쌀쌀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1천 년 전 예수님의 제자 야고보가 다녔던 길을 걷는 건데. 쉽게 보면 스페인의 북부 시골길을 걷는 것이다. 그러나 이곳도 도시화 덕분에 10년 뒤면 수많은 마을들이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순간순간이 귀하기만 하다 (위의 사진을 보면, 80은 넘어 보이는듯한 노인 두 분이 이야기하는 걸 볼 수 있다).
사람이 앞만 생각하면 별생각을 다할 수 있는데. 끝을 생각하면.. 그래도 조금은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잘 살 거 같은 건.. 결국 끝에는 흙으로 돌아가는 길만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스페인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 (Camino de Santiago)는 수세기 동안 순례자들이 걸어온 순례길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경로는 프랑스의 생장피에드드포르트에서 시작하여 스페인 북서부의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지는 프랑스 길입니다. 전체 거리는 약 800km(500마일)이며 도보로 완주하는 데 약 5~6주가 걸립니다.
이런 풍경을 보면서 , 문득 우리나라의 시골을 떠올려봤다. 우리도 과거에는 이런 따뜻한 풍경이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1990년대 초반까지는 말이다. 적은 수지만 아이들이 조금은 있었을 것이고, 저물어가는 농촌이라고 해도 다양성이 존재했을지 모른다.
지금은 아이들이 90% 이상이 도시에 집중해 있고, 이제 시골에는 웬만한 도회지가 아니면, 폐교된 학교가 수두룩하다. 누구를 원망할 필요도 없고, 모든 것이 다 마지막을 생각하지 않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가 내린 덕분에 순례길은 평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좋은날만 계속됬더라면 몸은 덜 피곤했겠지만 그만큼 추억도 적었을거라고 본다. 처음 걷는 길에서 만나는 자연풍경과 자연현상 (비) 그리고 사람들을 보면서 혼자 걷는 건 정말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