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28일 - 아르수아

by 월인도령

“시 쓰는 공부는 가파른 길이에요.

자기 자신을 내거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결국 삶은 사라지고 시만 남겠지요.

예술과 삶은 거의 같이 나가는 것 같아요.

예술 가지고 장난치거나 멋 부리면 안 돼요.

무엇보다 정성이 있어야 해요.

공자의 스승 주공은 머리를 감다가도

손님이 오면 그대로 나가 맞이했다 하지요.

구이경지라는 말처럼,

시는 끝까지 공경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거예요.”

- 『불화하는 말들』(이성복)


이제부터는 한적함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코스다, 산티아고가 가까울수록 이곳을 걷는 사람들도 많아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산티아고 순례길하면? 800km를 생각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산티아고 순례길 증서는 보통 사리아에서 산티아고까지 100km 구간만 걸으면 된다. 그리고, 굳이 한 번에 안 가도 된다. 나중에 와서 나머지 길을 걸어도 준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은 큰 맘먹고 가는 곳이라 처음부터 갈려고 하지만, 그건 우리 생각인 것이고.. 여기 사람들은 평생을 두고서 다니는 길이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이 날도 마을을 건너고, 다리를 건너가는 길. 사람들이 많이 다니다 보니. 이젠 길을 잃을 걱정도 없고, 한적한 순례길이 시끌벅쩍한 길로 변신했다. 나는 만나는 일행들 사진을 찍어준 덕분에 이분들과 안면을 틀 수는 있었지만, 말이 안 되는 관계로 그냥 눈인사만 하면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목적지로 향했다. 보통 하루에 걷는 코스는 30km 미만을 추천하는 데다, 적어도 저녁에 맛있는 저녁을 먹으려면 비교적 큰 규모의 마을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과는 목적지에서도 볼 확률이 높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건, 단지 기나길 걸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걷기 시작하고 나서 4,5일 되면 발에 물집이 잡히는데 그것도 기억에 남을 듯싶다. 10kg의 배낭을 메고서 매일 20km 이상의 걷는 것이 가장 기억일 것이고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평균 30.4km를 걸었고, 큰 도시에서 여기저기 다닌 것을 합쳐보니 900km를 걸었다). 그곳에서 만난 자연풍경, 역사, 사람들, 음식 모두가 함축된 길이 바로 이곳이다. 한 달 동안의 나만의 이야기, 내가 주인공이 되는 곳.


평생을 어딘가 소속돼서, 어떤 역할로 살아왔던 자신이 온전히 자신으로서 세상을 만나고 생각하게 하는 곳. 하루하루가 만들어 가는 곳. 예상할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가 한 달 동안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곳. 그것이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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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례객들이 늘어났습니다. 성수기 때는 이 골목에 사람들로 가득 넘친다고

. 이번 코스에서는 아침에는 날씨는 흐렸고, 같이 걷는 일행들을 만났고, 문어요리와 작은 도시와 마을과 교회 숲길과 시골마을길을 차근차근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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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까지 앞으로 2일


걸을수록 점점 많은 분들이 함께 하기 시작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기점으로 100km를 걸은 게 확인이 되면 순례증서를 주기 때문에 보통은 프랑스 생장이 아니라 이곳에서 다 걷거나. 아니면 끊어서 걷거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곳에서 걷는 분들을 보면, 은퇴하신 분들. 회사 그만두고 잠시 쉬는 분들, 종교인들. 대학생. 전업주부, 그리고. 여행을 정말 좋아하시는 분들로 적어도 30일 이상 시간을 낼 수 있는 분들이 정해져 있듯이. 유럽인들도 은퇴. 아니면 대학생. 직장인인 터라시간내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시 기록> 순례 28일 차. 팔라스 데 레이에서 AZUR 아르수아까지

오늘 걸은 아르수아 (AZUR)는?

. 거리는 길지만 (29km) 비교적 평이한 길입니다

. 2시간 정도 (9.7km) 걸어 레보레이로 초입 도로 옆에 위치한 바에서 간식 섭취를 했습니다 (그전에는 모든 바가 닫혀 있었습니다)

. 이후 한 시간 반 정도 도착 하시는 멜리데에서 같은 일행이 알려준 식당에서 문어 요리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1 접시에 9.5유로)

. 이후 약 2시간 은 비교적 평이한 길이 계속 걸었습니다. 드디어. 50km 안쪽으로 들어왔습니다

. 그러나. 목적지 도착 1시간 정도 3개의 고개를 건널 때 조금 힘들었습니다

. 다행인 것은 아르수아가 비교적 깨끗한 숙박시설 (알베 르게)가 다수 오픈되어 있으며 저흰 가장 평점이 높은 albergue ulteria (도시 초입)에 묵었습니다

. 그러나. 많은 인기덕에 스페인 사람들로 꽉 찼으며. 그래서 숙소 가 매우 요란합니다. (바로 옆에 있는 알베르게 도밍고가 오히려 조용했지만. 그날그날 투숙객 상황에 따라 다를 거 같습니다 ) 그러나. 시설 만은 깔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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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많은 순례객들이 삼삼오오 걸었고요. 사진에 보시는 분들은 산티아고에서도 만나지만. 목소리가 엄청나셨습니다. 쉴 새 없이 얘길 하시는데. 역시 스페인의 정열! (물론, 이분들도 이날 저녁 저의 코 고는 소리에 잠을 한숨도 못 주무셨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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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도 경치가 좋았습니다. 봄이 오는 터라 이미 풀들이 자라나서 옛 건물과 어우러져 이국적 전원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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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우측의 분은 예전 프랑스 군인이셨는데. 딸과 같이 순례길을 걷는 중이었다. 굳이 군복을 입지 않아도 군인스러운 분인데. 묵묵히 딸이 따라다니는 것도 신기했다.


이번 순례길에서 같이 움직인 일행은 대략 스무 명 정도 되는데, 목적지 숙소가 많지 않은 상황에 이분들도 좋은 숙소에서 자려고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잠을 잘 때는 하나의 숙소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그게 비수기 때의 장점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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