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순례길을 돌아보면, 처음 2-3일 동안은 적응의 시간입니다. 10kg의 배낭을 메고 매일 20km 이상을 걷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입니다. 어깨가 뻐근하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그리고 발바닥에 물집이 잡힙니다. 그걸 통해서 적당한 걸음과 휴식, 그리고 영양보충. 충분한 수면 등을 다시 처음부터 배우게 됩니다. 그동안 도시에서 익혔던 지식이 아니라 순례길을 제대로 걷기 위한 지혜를 배워나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기간까지도 잘 안됩니다. 첫째 날 피레네를 넘는 거 빼고는 코스가 아주 어렵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하루에도 몇십 킬로를 걸을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처음 3일 동안 평균 걸은 킬로수는 30킬로가 넘습니다. 그리고 후회를 하는데도 다음날 또다시 그만큼을 걷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대단히 자랑할게 못 되는 행동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스페인에 와서 저지르는 실수 중에 하나가 속도경쟁입니다. '나는 단번에 순례길을 했다'에 목숨을 겁니다.
그래서. 소셜미디어에 자랑하려고요? 그럼 그걸 읽은 독자들은 '와!' 탄성을 지르죠. 힘들다고 들었는데, 그걸 20일 만에 다녀왔다고.. 과연 그분은 무엇을 보고 느끼고 갔을까요? 스페인 역사와 문화 그리고 순례길 이 주는 가치에 대해 얼마나 느끼고 돌아왔을까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스페인 순례길에서 만난 수많은 외국인들은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었습니다. 정말 이 순간을 즐긴다고 할까요? 순례길 2일 차에 만났던 독일인은 10번째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750km 풀코스 완주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순례길을 걷는다는 건, 걷는다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많은 기록들을 같이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번 기록을 통해 다시금 스페인 순례길을 도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프랑스 국경 지역에서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 반도를 가로질러 산티아고 성당까지 800km를 매일 평균 25km씩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가야 하는 험하고 험난한 길이다.
- 발췌. 경남도민신문. 2023.2.5. 산티아고 카미노(camino)-길 위에 서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날의 상황을 돌아볼까요?
생장부터 계속해서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이곳도 아직 쌀쌀함이 남아 있을 법한데 초봄과 가까운 기온과 날씨 덕분에 걷는 것이 매우 좋았습니다. 한 달 전에 이 길을 걸었던 분들은 유럽의 궂은 날씨 때문에 고생한 것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도시와 마을은 10-15km마다 나왔지만,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했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도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더 좋았던 거 같습니다.
이날부터 새롭게 한국일행을 만나서 걷게 됐지만. 서로 페이스가 다르다 보니 걷는 것은 각자 편한 대로 걷다가 만나면 같이 휴식하고 간식을 나눠먹고 다시 자기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래도 일행이 생기니까. 같이 걷게 될 때면 잠깐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사진도 예쁘게 찍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순례길에서 만난 인연이기에 '나이, 고향, 직업' 같은 건 묻지 않고, 지금의 상황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던 거 같습니다 (서로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는 헤어질 때 비로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순례길에서 좋았던 건 역시나 시골길의 정취였습니다. 기온상으로도 봄에 가까워지다 보니 들판에 풀들이 자라고 있어서, 하늘이 파랗고 땅이 녹색으로 가득 차니 배경이 근사하기만 했습니다
보통의 스페인 순례길 관련 사진을 검색해 봐도 위에 있는 그림들이 대부분이지. 도시나 성당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도 둘레길이 있다지만, 제주도와 동해안 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길이 시들시들한 이유가 아무래도 풍경과 스토리 부족이 크지 안 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이렇게 걷게 되는 도시들이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오랜 성당과 전해져 오는 이야기 (전설)들이 하나둘 있게 마련이라 왠지 있어 보인다고 할까요?
그런데, 우리나라 명승지 가면, 당시에 힘 있는 양반들이 잠깐 들렀다는 정도로 끝나다 보니, 고리타분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마을은 고요했고, 성당은 역사가 몇백 년은 돼 봄 직한데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곳도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젊은 사람들은 도시에 돈을 벌러 갔고, 나이 든 분들만 마을을 지키다 보니 주일이나 축제를 빼고는 한산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수입원이 농산물이다 보니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은 도시 외곽에 집을 짓고 산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순례객들이 많아지는 4-9월이 아니면 대체적으로 이런 풍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지역 축제에 있었습니다. 제법 큰 도시 푸엔테 라에 나에 도착했는데 때마침 사육제 관련된 작은 축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부랴부랴 그곳에 가서 축제에 참가 중인 학생들 틈에 끼여서 사진을 찍습니다. 아마 스페인 순례길에서 건진 사진 중 가장 아끼는 사진이 아래 사진들입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순수한 모습이 힘들 때 이 사진을 보노라면 힐링이 되곤 합니다.
회사를 나와서 쉽지 않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즐겁게 살아라'라고 누군가 제게 말하는 거 같습니다
말은 안 통하지만, '포토?' 한마디에 선뜻 응해준 스페인의 어린 친구들이 힘이 돼준 소중한 날의 추억입니다
이번 여정에서
가장 인상깊은 인생사진입니다
참고로, 스페인은 축제의 나라입니다. 1년 12달 축제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축제가 많습니다. 스페인에 가실 때는 지역에 어떤 행사가 있는지 확인하고 가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축제의 대미 _ 행렬
스페인에서는 2월에 사육제라는 축제를 여는데 쉽게 얘기하면 가장무도회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는 정월대보름이 있습니다) 이번 행사는 사육제 전야제 성격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을 했습니다
이날 어떤 프로그랭으로 진행된 건지는 모르지만 제가 도착한 16시에 골목에 모여서 노래 한번 부르고 바로 행진을 하면서 마무리하는 분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