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6일 차 - 로스아르코스

스페인 순례길에서 느낀 감상들.

by 월인도령

'끝도 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시골길, 전원주택, 마을, 오래된 성당, 고요함, 바람 그리고 맑은 하늘'


스페인 순례길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위의 단어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어들이 현실에서 펼쳐 지는 모습들을 눈으로 직접 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힐링(치유)입니다


여기에 이것만 있는 건 아니죠.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걸아가는 나 자신이 이야기가 되는 곳. 그곳이 바로 스페인 순례길입니다


저는 비수기 (11- 3월)에 순례길을 걸었기 때문에, 보시는 장면들이 그야말로 영화 세트장을 걷는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성수기가 되면 이곳 순례길 전체가 하나의 만남이 되고, 축제가 된다고 하니.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지닌다는 것도 매력일 거 같습니다


또, 스페인은 축제의 나라답게 매달 무언가의 이벤트가 펼쳐진다는 것. 그리고 매우 유쾌한 민족이다 보니 성수기에는 아래 보시는 성당에선 밤마다 노천카페가 열려서 순례객들을 맞이한다고 하니.. 그런 날에 한번 이곳을 다시 와본다면 제가 경험한 것과는 전혀 다른 추억을 만들어 낼 수 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은 언제에 오느냐? 누구 와 오느냐? 어떤 것을 경험하느냐? 에 따라 수백 수천 개의 이야기가 존재하게 되는 겁니다


참고로, 이곳의 많은 도시들과 성당 그리고 수많은 영웅 들의 이야기들은 15세기말부터 시작이 됩니다. 남쪽의 아랍인들을 몰아내고 통일 제국을 이룬 시기이며, 아메 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대항해의 시대가 시작되는 시기와 일치합니다. 아메리카에서 들어오는 막대한 자원들로 인해 스페인은 유럽의 최강대국의 자리에 오릅니다. 그리고 가톨릭의 우월함을 과시하기 위해 곳곳에 성당을 짓습니다. 물론, 당시는 농업기반의 국가다 보니, 제가 다니던 마을에 수백, 수천 명의 사람 들이 거주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때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거주하면서 다양한 삶들이 이곳에서 만들어졌을 상상을 하니.. 우리나라도 지금 인구소멸 얘기가 나오는데 20년, 30년 뒤에는 스페인 의 쇠락한 마을처럼 변해버리는 건 아닐까?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국내여행지 중에서 좋아하는 지역이 부여인데. 과거 백제의 수도로 한때는 찬란했던 문화가 꽃피던 곳이라는 건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660년 나당 연합군에 의해 멸망하면서 지금은 잊힌 도시가 됩니다. 터만 남은 부소성과 정림사지 5층석탑 그리고 궁남지, 그리고 과거 왕들의 무덤 등이 주는 애잔함을 스페인 순례길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면? 어디까지나 저의 느낀 점이니까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전하는 스페인 순례길의 모습은 긍정적이고, 활발하고 정열적인 모습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성수기와 비수기의 차이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 걸었던 시기 2020.2.5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

대부분이 걸리는 '산티아고 앓이'에

나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길이 나를 부르니

방법이 없었다. 까미노에서 맡았던 바람의 향기,

종일 내리는 빗속을 걸으며 깔깔 웃고 울던

기억, 수많은 감정과 함께 내 안의 나를

마주했던 순간들이 사무쳐왔다.

다시 떠나야 했다.


- 박재희의《산티아고 어게인》중에서 -


어떤 건물도 예스럽고. 나름대로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유서 깊은 장소들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주중 에는 문을 닫아놓은 교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아마 계시는 분들이 적다 보니, 관리상의 이유로 닫지 않았나 싶습니다


* 아래는 2023. 2.6일 작성한 글입니다


순례길 단상


걷는 것이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죠

(많은 건강프로그램의 단골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걷기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꾸준히 일정걸음이상을 걸어야 합니다

처음 산티아고를 걷기 시작했을 때는

'내가 할 수 있을까?'란

걱정이 앞섰지만

걷다 보니까.

결국 그것 또한

괜한 생각이었다고 느껴집니다


걷다 보면 그냥 걷게 됩니다.


❤️


걷는 게 좋은 건, 건강도 있겠지만

생각이 정리정돈 된다는 점에서

내 머릿속 청소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청소가 쓰레기를 버리듯이

걷게 되면

잡념이 사라지고

버릴 건 버리면서

생각이 단순해지고 맑아진다는 거

온전히 내게 몰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분들이 스스로 걷기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의 열두 제자였던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약 800㎞에 이르는 길이다. 자신의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거나 살아갈 방향성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날아와 이 길을 걷는다

- 발췌 세계일보. 2022.11.6. 거꾸로 걷는 순례자, 인간 실존을 묻다

황톳길에 주변으로는 들판입니다. 그냥 풍들이 자라 나는 들판은 아닌 듯싶고요. 봄이 되면 저기에 씨를 뿌려서 식량이 재배되는 공간일 듯합니다. 그래서, 산티아고 봄/여름/가을 사진을 보면 노란색, 녹색, 누런색 (밀) 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오긴 합니다






로스 아르코스


⊙ 스페인 소도시인 로스아르고스는 순례길에 지나는 마을입니다. 마을이 크지 않아서 둘러보기 수월합니다. 빵집과 식당들이 많지는 않지만 종종 있습니다. 성당은 낮보단 밤에 불 켜졌을 때가 은은히 예쁩니다


⊙ 이곳의 스페인 성당은 오래되고 운치 있는 성당 입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간간히 순례객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을에는 사람들이 사는 거로 보였지만 밖으로 활동 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위에 보시면 화분이 보이실 겁니다. 누군가 있다는 것이죠)

12세기 건축물인 산타 마리아 성당, 로스아르코스


여름에는 이곳에 맥주집이 오픈된다고 하네요. 그러나. 지금은 순례길 비수기라 썰렁합니다

여기서 잠깐 일행을 기다렸습니다.


이때 시간이 14-15시 경이라 좀 더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성수기에는 사람들은 많고 숙소가 적어서, 잠 잘 곳이 없어서 다음 마을로 이동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로스아르코스에서 식당과 매점을 찾지 못한 채 쉬지 않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이어지는 건 끊임없는 평원.

이곳이 여름에는 밀밭길로 변신하면서

운치가 좋다고 하는데. 지금은 상상만!


그래도. 길이 좋아서 많이 걷긴 해도

무리 없이 걸을 수가 있었습니다


예전엔 시골에 가면

온통 이런 흙길이었는데

지금은 둘레길은 가야 분위기가 난다는 것이

과거와 달라진 것들이죠


그래서. 일부러 이역만리 스페인에 오나 봅니다



<당시기록>


순례 6일 차. 오늘은 37.6km. 8시간 4만보 걸었습니다


. 오늘은 오직 걷고 걷고 또 걸었습니다

. 맑은 날씨 속에 발과 어깨는 이미 제게 아닌 듯 싶었 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걷다 보니. 다시 목적한 곳에 짐을 풀었습니다 ^^

. 다들 한결같이 '행복은 쉬고. 씻고. 먹는 것'이라 얘기 합니다. 이곳에선 날씨가 맑은 것도 행복. 건강한 것도 행복. 밥 먹는 것도 행복. 내가 살아가는 모든 것이 행복입니다

. 아무 일도 없을 거 같았지만. 화장실 문이 잠겨 한참 고생함 ㅜㅜ

. 오늘은 한국인 8명이 전세냄. 비용은 저녁포함 12.2 유로

. 내일은 19km만 걸으면. 다시 중소도시에 도착합니다

. 오늘은 2017년도에 해병 2사단을 제대하고. 학교에 다니다가 휴학 중인 친구와 잠깐 얘길 나눴는데. 이 친구는 폴란드에서 무작정 출발해서 체코. 헝가리. 독일 뮌헨 파리 그리고 스페인을 40일째 여행 중인데. 나름 콘셉트를 역사에 두고서 이곳저곳을 다니는 중이었습니다. 이 친구 말에 의하면 폴란드 소금광산. 아우슈비츠. 독일 다하우 수용소. 뮌헨 박물관 (말고는 볼 게 없다는) 체코 야경은 동화 같지만 헝가리 야경이 단연최고이며. 파리 야경은 뿔뿔이 분산돼서 그 감동이 덜하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