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배우게 되는 것들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걷기는 어떤 정신상태, 세계 앞에서의 행복한 겸손,
현대의 기술과 이동 수단들에 대한 무관심,
사물에 대한 상대성의 감각을 전제로 한다.
그것은 근본적인 것에 대한 관심,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즐기는
센스를 새롭게 해 준다.
- 다비드 르 브르통의《걷기 예찬》중에서
일주일 이상 걷게 되면 이제 적응이 돼서 거의 자동적으로 일어나고 걷고 적당한 타이밍 때 쉬고. '적당함'이라는 걸 배웁니다.
'욕심'은 버리게 되고, '만족'이라는 것도 배웁니다. 여기에 걸을 때 페이스 조절이라는 걸 배워서 하루에 걷는 거리도 줄였다 늘렸다 합니다. 많이 걸었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으면 적게 걸었다고 실망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계속해서 걸어가야 하므로, 거리에 대해 연연하지 않습니다
적당한 거리에 대해서도 배웁니다. 같이 걷는 동료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지만, 때가 되면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다시금 각자 페이스대로 길을 떠납니다. 하지만 거리는 유지해서 걷게 됩니다.
감사함도 배웁니다. 그냥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아침식사와 휴식과 간식, 숙소의 발견과 취침 그리고, 맛있는 저녁식사. 하나하나 과정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것도 매일매일
소박함에 대해서도 배웁니다. 채우기보다 비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잘 걷기 위해서 얼마나 비워내야 하는지 말입니다. 많은 짐과 식사가 아니라 그날의 활동을 위한 간식과 물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 (물론,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고 맛집이나 편의점이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통제가 됩니다. 특히 마을마다 식료품점이 있기는 한데. 계속 여는 것이 아니라 점심때나 저녁때 한시적으로 여는 곳들이 많았고, 비수기라서 아예 문을 닫고 영업을 안 하는 곳도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는 것이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걷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나오게 되는군요
. 가도 가도 보이지 않는 마을
. 끊임없이 펼쳐진 들판
. 정적 (고요) 속에 혼자됨
. 편의시설 없음
. 가끔가다 나 같은 순례객들
. 띄엄띄엄 있는 마을들
특히. 이날은 비가 내리는 터라 걸은 km 수는 적어도 몇 배 수고스럽다는 우비를 입고. 무거운 배낭을 어깨에 메고서 계속 걷는다는 건 이게 군대였다면 벌써 퍼졌을게 분명하다
지금이야.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니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빨리 목적지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 (당시 기록)
• 이 날 기록
. 드디어. 스페인 제대로 된 날씨를 경험하다. 흐리고 비 오고. 날씨가 꾸질꾸질합니다
. 다른 건 괜찮지만. 우비를 입고 걷는 것이 쉽지 않네 요. 덥기도 덥지만 제대로 못 쉰다는 점입니다
. 아직 다리가 이프 거나 하진 않지만. 12kg 배낭을 계속 메다 보니 어깨가 다소 무리를 느낍니다
Q. 하루 경비는 어떤가요?
A. 숙소가 공립 기준으로는 10유로 전후 (사립 알베 르네 숙소는 20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25.000원). 식사는 샌드위치와 커피만 드신다고 할 때 3-5유로 사이. 혹여나 멤버를 만나서 같이 재료를 사서 나눠도 3 - 5유로 정도입니다. 그러면 하루 우리나라 비용으로 3만 원 내외면 가능합니다.
Q. 걷는 도중 조심해야 할 게 있을까요?
A. 사실 외국 친구들은 매일 30 ~40km씩 가는 경우 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짐을 그만큼 줄여야 가능하며. 보통 20km ~25km 사이를 걸으시면 32일 기준 도착 기능합니다. 따라서. 무리하지 않기. 적절한 휴식과 간식 섭취가 필요합니다. 또한 오르막길 보다 내리막길을 걸을 때 조심조심.
행운은 토막이라는 생각
행운은- 고작
한 뼘 길이라는 생각
누군가 이제는 아주 끝장이라고
한 그루 삶의
밑동이며 가지를 잘라 내던졌을 때
행운은 거기에서 잎이 나고 싹이 나는 거라는 생각
잎이 나고 싹이 나는 걸
발견하는 거라는 생각
그리하여 울며 울며 그 나무를 다시 삶의 둑에 옮겨 심는 거라는 생각
행운은, 토막이라는 생각
행운은- 집집마다
수반 위에 올려놓은 토막이라는 생각
- 행운 (유흥준, 196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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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 삶의 밑동이며 가지를 잘라 내던졌을 때 / 행운은 거기에서 잎이 나고 싹이 나는 거라는 생각 / 잎이 나고 싹이 나는 걸 발견하는 거라는 생각" 개인적 으로는 이 부분이 제겐 많은 격려와 힘이 됩니다. 끝으로 맘을 추스 리기 위해 찾은 스페인 순례길에서 또한 해를 열심히 살아보자고 희망한단 + 건강과 행동 (실천) 하는 삶이길 다짐해 봅니다.
p.s
정월 보름달 보며 소원은 빌은 셨나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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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살 때 우리는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다시 걷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천천히, 기쁘게, 편안하게 걷는 것입니다. 아름답게 걷기 명상을 하면 그것은 우리의 발로 대지를 어루만지면서 걸음걸음마다 기쁨과 행복의 씨앗을 뿌리는 것입니다.” ** (틱낫한 스님)
제 중학교 은사님은 전화하실 때마다 걷기를 설교하십니다. '최소한 하루에 만보는 걷고, 9시 이후엔 일절 먹지 말며, 청국장 환을 먹으라는'게 제게 주신 건강 지침입니다. 그래서 운동을 가면 정말 걷기만 한 시간하고 집에 옵니다. 러닝머신에 있는 TV를 보며 걸으면 천천히 기쁘게 편안하게 걸을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모든 걷기는 이동도 , 운동도, 산책도, 명상도 될 수 있지만 아직 제게 걷기는 '즐거움'입니다. 오로지 걷기를 하며 음악이며 TV를 내 맘대로 볼 수 있는 오락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딱 하나! 지금 숨 쉬며 걷는 것이 기적임을 깨닫는 것! 그렇게 걷기를 즐기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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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일이 없이 며칠을 계속 쉰다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데에 대한 불안감, 나만 홀로 멈춰있다는 생각에 초조 해질 듯싶습니다. 결국 지금 세상에선 쉰다는 것은 '현실과 마주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지금껏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데 길들여져 잘 쉬는 것에 무디어져 있지만. 분명 때로 쉬면서 지친 마음과 몸을 돌보며 지친 나에게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속도와 방향을 재정비해 나가는 것도 필요 하니다. 지금도 사람들은 경쟁사회의 낙오자가 될까 노심초사하면서 가만히 있거나 쉬는 것이 불안하여 앞만 보고 계속 달려 나갑니다. 그러나 인생은 장거리 마라톤. 한 번뿐인 인생, 살면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내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은 필요 하보니 다. 그래서 선택한 스페인 순례길 걷기. 이제 150km를 걸으면서 중반 부로 치닫고 있습니다. 마지 막 순간까지 마음을 다해 완주하겠습니다. 파이팅!
이날은 중간에 비가 내린 터에 조금은 더 천천히 걸었습니다.
걸음이라는 것이 걷다 보면 늘고. 걷다 보면 목적지라는 거 그래서. 걸음을 인생에 많이 비유하곤 합니다